제 2기 늘봄인권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자들 모습. ⓒ이옥제

봄이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모든 것들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계절답게 한동안 조금은 여유로움을 만끽했던 나와 짝꿍강사 역시, 속속들이 채워지는 여러 일정들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 올 봄에는 여러 강의들 외 조금은 특별한 일정 하나가 자리하고 있는데, 그건 바로 지금의 나, 그리고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준 은평늘봄장애인자립센터의 인권강사양성과정 프로그램. 늘봄인권학교이다.

물론 총 12강.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프로그램 가운데 강사의 자격으로 한 번의 강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그보다도 이번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선배 수강자로서 후배 수강자들의 모둠멘토 역할을 수행해 줄 수 있느냐는 담당 팀장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더 많은 장애인 당사자, 혹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권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올바르게 전하는 목소리를 내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재수강(?)인 만큼, 지난 시간 나도 모르게 흘려들었던 강의 내용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며 점검하는 배움의 기회도 누리고 말이다.

그 덕에 어느덧 매주 목요일이면 같은 날 겹쳐지는 여타의 강의일정들까지도 마다한 채 굳건하게 늘봄인권학교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모둠멘토...?”

프로그램이 시작되던 첫날. 오리엔테이션의 진행과 동시에 받았던 담당 팀장님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참여자도, 아직까지는 강사도 아닌 나의, 우리의 존재를 조금은 낯설어하던 수강자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때로는 궁금증이, 때로는 고민이 묻어나는 여러 질문들이 쇄도한다.

“언제부터 인권강의를 나가기 시작하셨어요?”

“강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떻게 하면 강의를 잘할 수 있나요?”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중 쉬는 시간. 참여자들끼리의 이런 저런 사담 속에 자신의 활동지원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하는 통에 씻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푸념 속에 내뱉은 자괴감 섞인 한 마디.

“아~ 진짜, 아프면 진작 말을 하지.”

이 말을 들은 다른 수강자는 옆에 있는 본인의 활동지원사에게 질세라 한 마디를 덧붙인다.

“선생님, 선생님은 아프면 나한테 말해야 돼! 꼭 말해야 돼!”

그런 이용자를 향한 활동지원사의 끊임없는 미소. 오고가는 대화 속에 이곳 늘봄인권학교를 향한 저마다의 열정과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절로 전해진다.

부디 이런 열정과 마음을 유지하며 끝까지 수료하길, 그 결과가 귀한 열매가 되어 힘주어 목소리를 내는 올바른 인권강사로 발돋움하길.

불과 몇 년 전, 뇌병변장애 가운데 동반된 언어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절반도 이해하지 못해 ‘이런 내가 과연 인권강사의 자리에 설 수 있을까.’ 크나큰 고민의 늪에 빠졌던 경험도 있던 나이기에,

지금의 수많은 고민들이 분명 좋은 인권강사가 되기 위한 각자의 양분이라 의심하지 않으며 다시 한번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더 나아가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양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각계 장애 운동 현장의 수많은 이들에게도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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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제 칼럼리스트
현재 장애인권강사 및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증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교육강사로서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한 종사자 교육, 장애인 당사자교육 등. 다양한 교육현장을 찾아 활발한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평범한 주부의 삶에서 장애인권강사라는 직함을 갖게 된 입문기는 물론, 그저 평범한 삶을 위해 ‘치열함’을 나타내야 하는 우리네 현실 속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장애의 유무를 떠나 누구나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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