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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이름은 장애인이 아닙니다”

장애인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당당하게 나아가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3-21 10:18:11
하늘을 보며 웃고 있는 새롬이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하늘을 보며 웃고 있는 새롬이 ⓒ최선영
새롬이와 엄마는 봄 햇살 가득 내리는 거리를 나섭니다.

“엄마~하늘이 너무 예뻐요.”
“그러게. 정말 오랜만에 보는 예쁜 하늘이네.”

새롬이는 엄마와 함께 공원으로 가는 것이 몹시 신이 난 모양입니다.
연신 입가에 미소가 방긋거립니다.

휴일이라 그런지 공원에는 옹기종기 모여앉은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가 허공을 날아다닙니다.

부러운 듯 바라보는 새롬이의 눈에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새롬이의 시선을 가로채며 엄마는 멀리서 폴짝거리며 놀고 있는 강아지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킵니다.

“어머, 새롬아 저기 좀 봐. 너무 귀엽다 그치^^”
“우리도 강아지 키우면 안 돼요?”

“음... 그건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야.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귀엽다고 그냥 데려와서 되는 게 아니야. 끝까지 잘 키워줄 수 있어야 해. 아프면 고쳐줘야 하고 나이가 들어서 귀엽지 않더라도 잘 보살펴주어야 하는 가족이 되는 거야.”

“잘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새롬이 재활치료도 해야 하잖아. 새롬이가 조금 더 크면 그때 키우자.”
“......”

새롬이는 심통이 났는지 입을 쑥 내밀고는 바닥을 내려다봅니다.그때, 저만치서 새롬이를 보던 아이가 새롬이 옆으로 다가옵니다.

새롬이에게 말을 건네는 아이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새롬이에게 말을 건네는 아이 ⓒ최선영
“너 장애인이야?”

새롬이는 고개를 들고 아이들을 봅니다.

“너 장애인이지?”

아이는 한 번 더 새롬이를 향해 말을 던집니다.

“친구를 만나면 이름이 뭐냐고 물어봐야지...”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새롬이의 이름을 가르쳐줍니다.

“그런데 아줌마, 얘는 왜 이거 타고 다녀요? 다쳤어요?”
“응...”
“몇 살이에요?”
“여섯 살”
“이거 타고 다니면 장애인이라고 엄마가 그랬는데.”
“응, 새롬이 다쳐서 그런 거야. 장애인이라고 부르지 말고 이제 이름 알았으니까 새롬이라고 불러 줘.”

아이는 새롬이에게 잠시 호기심을 보이더니 저만치 뛰어가버립니다. 덩그러니 남겨진 새롬이와 엄마는 잠시 말없이 서있었습니다.

“엄마.”
“응, 새롬아. 기분 별로지?”
“응.”
“새롬이가 어디가 아파서 휠체어를 타는지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 새롬이도 길 가다가 궁금하면 물어보잖아. 그런 거랑 똑같은 거야.”
“응.”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새롬이와 엄마는 공원 의자가 있는 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가 좋겠다. 우리 배고픈데 간식 먹을까?”

새롬이는 좀 전에 있었던 일은 잊어버린 듯 입을 오물거리며 엄마가 만든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습니다.

“엄마, 재 장애인이야?”
“응, 장애인이야.”

지나가던 낯선 얼굴들이 또 새롬이를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엄마.”
“응.”
“그런데 왜 장애인이라고 불러요? 나는 새롬이인데. 나처럼 다친 사람 말고 안 다친 사람은 뭐라고 불러요?”

“음... 어디 가 불편한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하고 보통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비장애인이라고 해.”
“아~비장애인.”

새롬이와 엄마는 공원을 한 바퀴 돌려고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장애인이다.”

새롬이를 장애인이라고 쳐다보는 아이들이 유난히 많은 날입니다.

“엄마, 쟤 비장애인이지?”

새롬이는 그 아이를 가리키며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비장애인이 뭐야?”

그 아이는 엄마를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습니다.

새롬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너 장애인이랑 짝꿍이네, 그럼 너도 장애인인 거네. 낄낄.”

새롬이 짝이 된 한슬이를 향해 짓궂게 민영이가 말했습니다.앞에 있던 선생님이 민영이에게 살짝 혼을 내었지만 새롬이와 한슬이에게는 다른 말없이 그냥 넘어갔습니다.

새롬이는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새롬이를 따라다니는 장애인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은 여전했습니다.새롬이는 장애인이 아니라 새롬이로 불리기를 바랐습니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새롬이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새롬이 ⓒ최선영
“엄마.”
“응.”
“비장애인에들에게는 비장애인 누구누구라고 하지 않는데 왜 우리에게는 장애인 이새롬이라고 할까요?”
“그러게...”
“장애인 음악가, 장애인 가수, 장애인 화가... 장애인이라는 말로 그 사람의 실력보다는 장애인이 이만큼 했다라는 식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 저는 싫어요.”

“응... 그렇기는 하지만 그 말 자체가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공공 화장실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잖아. 그 화장실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은 장애인 이새롬이라고 한다는 것이 문제라고요. 비장애인 엄마 유신애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그런데 저는 학교를 가든, 학원을 가든 어디서든 장애인이라고 불러요. 어릴 때부터 새롬이보다는 장애인으로 불렸잖아요. 그게 잘 못되었다는 거예요."

“우리 새롬이 많이 컸네. 그래. 생각해보니 정말 그러네.”

“몸이 불편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편의 시설을 만들고 장애인 화장실 같은 이름을 달 수는 있지만 한 사람의 이름 앞에 장애인 누구누구라는 식의 표현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특별한 경우 사용할 수도 있지만 휠체어 탄 사람은 장애인이라고 잘 도와주어야 한다고 가르침 받은 아이들은 이새롬이라는 이름을 알기 전에 장애인이라는 인식부터 가지고 있으니까 저만 보면 장애인이지? 하고 물어보는 거잖아요. 이제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 의무화되어 진행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선을 그어놓고 시작하는 것부터가 어우러지기는 많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학교 다니면서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실 거예요."
“그랬구나... 우리 새롬이 많이 힘들었겠다...”

“힘든 건 참을 수 있는데 아이들이 싸우면서 지네들끼리 ‘야-이 장애인 같은 놈아.’이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느낄 수 있었어요.”

“아직도 그런 애들이 있니?”

“제가 초등학교 때 비하면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있어요. 장애인은 무조건 못하는 게 많으니까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저를 더 불편하게 했던 친구들도 있어요. 그나마 착했던 친구들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하며 마음을 아프게 하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저 같은 사람을 보면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는 거라고 어릴 때부터 이야기해주면 좋겠어요. 근시나 난시 때문에 사물을 보는데 불편함이 있는 사람이 안경을 써야 하는 것처럼 그런 것이라고.”

“그래 무조건 몸이 불편한 사람은 장애인이라고 가르치는 것도 아닌 것 같구나. 우리 새롬이가 대학을 가고 사회생활을 할 때쯤에는 많이 달라질 것 같구나.”

“네 저도 그랬으면 정말 좋겠어요. 저도 세상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도록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아니라 이새롬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저를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요. 우리 콩이도 잘 키우면서요.”

"그래, 우리 딸."

새롬이를 안아주는 엄마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새롬이를 안아주는 엄마 ⓒ최선영
아빠가 없는 그 빈자리를 힘들어하지 않고 씩씩하고 의젓하게 자라 준 새롬이가 대견합니다.고등학교 올라와서 반려견 콩이를 먹이고 씻기는 새롬이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장애인이라고 불리기보다는 이새롬으로 불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건강한 새롬이를 엄마는 꼭 안아주었습니다.

언제부터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나누어졌을까요... 그나마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도 얼마 되지 않은 듯싶습니다. 불편한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새롬이는 장애인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 이새롬으로 세상이 알아주고 불러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당당하게 나아갈 모든 새롬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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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선영 칼럼니스트 최선영블로그 (faith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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