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받고 있는 모습. ⓒ박관찬

요즘 선생님으로부터 개인레슨을 받으며 첼로를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시청각장애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시는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첼로를 배우기 시작한 이래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음을 확실하게 느낍니다.

제가 가장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법이 ‘손바닥 필담’인데, 레슨 중에는 그런 대화가 쉽지 않습니다. 저의 왼손은 음정을 짚기 위해 첼로의 지판에 올려져 있고, 오른손은 첼로를 켜기 위해 활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전 선생님으로부터 레슨을 받을 때는 노트북에 선생님이 타이핑을 치며 하실 말씀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큰 글씨로 타이핑을 쳐도, 첼로를 안고 있는 자세에서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기에 자세를 풀고 노트북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내용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내용을 확인한 뒤 다시 첼로를 안고 자세를 잡고 배우고, 또 자세를 풀고 노트북의 글자를 확인하다보면 자세를 한번 잡는 데만 해도 일정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솔직히 제 기억으로는 당시 레슨시간에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본 시간이 활을 잡고 첼로를 켠 시간보다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레슨에는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는 대신, ‘손등 필담’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레슨 중 활을 잡은 오른손의 손바닥을 펴보이기는 힘들지만, 손등에는 얼마든지 글씨를 쓸 수 있습니다.

레슨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대부분 첼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글을 빨리 쓰시거나 손등에 적어주셔도 99%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예전 레슨과 달리 활로 줄을 긋고, 왼손으로 음정을 짚고, 첼로를 안는 자세를 다듬는 등 ‘실질적 레슨’을 받고 있음을 피부로 자주 느낍니다.

이렇게 멋진 첼로 선생님이 바로 ‘어울림예술단’의 단장님입니다. 선생님이 레슨 때마다 용기를 북돋워주시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발달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의 앙상블’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주 모여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우리 어울림예술단, 입단 후 처음으로 지난 12일 저도 함께 연습하며 손발을 맞춰보았습니다.

어울림예술단의 연습 장면. ⓒ박관찬

비록 실전이 아닌 연습하는 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얼마나 긴장되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단원들의 연주소리를 듣지 못함은 물론, 합주가 시작된 후 곡의 흐름이 제대로 이어지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합니다. 결국 불안정한 마음에 그동안 해온 연습이 생각만큼 풍성한 진동으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역시 우린 어울림예술단입니다. 선생님이 단원들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피드백을 해주고, 연주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손의 흐름과 발을 구르는 동작 등 어떠한 방법으로든 우리 단원들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셨습니다. 또 발달장애 단원이 저에게 다가와 손바닥 필담으로 말을 걸어준 덕분에 조금씩 긴장도 풀 수 있었습니다.

몇번씩 계속 시도를 해보면서 저도 조금씩 안정을 찾고 분위기에 적응해가는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합주를 해본 뒤 선생님의 말씀처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세계 최초’로 발달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이 앙상블을 위해 합주를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어울림예술단은 반은 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괜히 단체명이 ‘어울림예술단’이 아닙니다. 정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없이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되면 좋겠지만, 장애인들도 구분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어울릴 수 있어야 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우리 어울림예술단처럼 말입니다.

첫 합주의 그 감동적인 순간을 잘 기억하고 더 열심히 연습해서 우리 어울림예술단이 더욱 빛나보이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인생에서 잊지 못할 소중한 기회를 주신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함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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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의 존재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 달이 외롭지 않게 함께하는 별의 존재도 감사합니다.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첼로를 연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저도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비춰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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