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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신거 아니에요. 뇌병변장애인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장애 특성 이해에서 부터 시작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3-12 13:45:41
길을 걷고 있는 성훈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길을 걷고 있는 성훈 ⓒ최선영
성훈은 봄비가 내려 촉촉이 젖은 거리를 걷고 싶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해야 하는 답답함도 없이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며 약속도 없는 거리를 무작정 나와 걷기 시작했다.오랜만에 좋은 공기에 기분이 좋았다.

“매일 이 정도만 돼도 좋을 텐데... 또 미세먼지가 나빠진다고 하니 오늘 실컷 걸어야겠다.”

성훈은 무엇보다 마스크 없이 거리를 걷는다는 것이 좋았다. 많이 걷다 보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숨이 차긴 했지만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했다.

먼 하늘을 보며 걷던 성훈의 팔이, 지나가던 그녀의 몸 어딘가를 툭하고 쳤나 보다. 옆에 있던 그녀의 남자친구가 성훈을 노려보았다.

“뭐야~”
“죄송합니다.”
“뭐라는 거야?”

뇌병변장애로 발음이 어눌한 성훈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그 남자는 성훈의 어깨를 밀치며 화를 냈다.

 주저앉은 성훈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주저앉은 성훈 ⓒ최선영
중심을 잡지 못한 성훈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냥 가자.”

그녀가 그의 팔을 당기며 말했다.

“뭘 그냥 가. 대낮부터 술 먹은 거 아냐?”
“저 술 안 먹었어요. 제가 장애인이어서 그래요.”

성훈은 최대한 또박거리려고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이것 봐 술 먹고 지금 너 툭 건드려놓고 횡설수설하잖아.”

그 남자는 성훈의 말을 귀담아듣지도 않았다. 막무가내로 여자친구에게 사과하라고 야단을 떨었다. 지나가던 몇몇 사람은 성훈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성훈은 애써 몸을 가누며 일어섰다.

“저 술 안 먹었어요. 그리고 여자친구분 건드린 게 아니라 제 몸이 불편해서 그런 겁니다.”
"뭐라는 거야?"

성훈의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와 거리의 몇몇 사람들은 더 붉게 짙어지는 성훈의 얼굴과어눌한 말, 그리고 불편한 몸을 보고는 술이 많이 취한 모양이라며 “쯧쯧”혀를 찾다.

“저 장애인이라고요.”
성훈은 화가 나서 다시 천천히 외쳤다.

“이 분 장애인이세요.”
그 모습을 지나가던 은영이 보고 사람들 앞에 나서며 말했다.

“장애인요? 술 취한 게 아니고요?”
“네. 장애인이세요. 뇌병변장애.”

그 남자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가버렸다. 구경하던 사람도 하나 둘 슬그머니 걸음을 옮기며 성훈에게 멀어져 갔다.

“감사합니다.”
“많이 곤란하셨죠?”
“네...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 아빠가 뇌 병변 장애 1급이셨어요.”
“아...”
“저... 괜찮으시면 커피 한잔하실래요? 조금만 더 가면 카페가 있는데... 바쁘시면...”
“아뇨, 바쁘지 않아요. 커피 제가 살게요.”

성훈과 은영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어색함을 깨고 은영이 성훈에게 말을 건넸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성훈과 은영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성훈과 은영 ⓒ최선영
“저희 아빠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셨어요. 어릴 때 아빠 휠체어를 밀고 있으면 거리의 모든 시선이 온통 저와 아빠를 향하는 것 같았어요. 지나가는 어른들이 혀를 차며 몸도 불편한 사람이 술을 저렇게 많이 마시고 어린애한테 휠체어를 밀라고 한다는 말들이 제 귀에 와서 송곳처럼 박혔어요. 아빠는 술을 드신 것도 아닌데...”

“네... 저도 좀 전에 그런 것처럼 오해를 많이 받아요. 저번에는 지나가던 어르신이 젊은 사람이 술 먹고 휘청거리고 다니면 되냐고 야단을 치시더라고요.”

“보통 비장애인들은 뇌병변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해요.”

“뇌병변장애뿐만 아니라 장애 유형에 따라 다른 특성을 잘 알지 못하고 그 정도의 차이도 크니까 다 이해하기는 어렵겠지요...”

“네 맞아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장애 종류와 그 특징들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되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오늘 은영 씨 아니었으면 많이 곤란할 뻔했는데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래도 마침 제가 지나는 길이라 다행이었어요. 순간 저희 아빠 생각이 나서 마음이 좀 그랬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어쩜 이렇게도 변한 게 없는지...”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학교에 선생님이 제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아시면서도 몸을 건들거린다고 건방지다고 야단을 치기도 하셨는데...”

“많이 힘드시죠... 장애인으로 산다는 게...”
“요즘은 비장애인도 살기 힘들다고 야단이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장애인입니다라고 써 붙이고 다니면 좀 편할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오해를 많이 받아서.”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지도록 노력해야죠. 저도 더 열심히 활동할게요.”

성훈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를 하려고 준비 중인 은영과의 만남을 통해 오늘 있었던 일을 훌훌 털어버립니다.

"은영 씨 같은 분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오늘보다 더 좋아질 내일을 기대해야지."

집으로 향하는 성훈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집으로 향하는 성훈 ⓒ최선영
“저는 술을 마신 게 아닙니다. 장애인입니다.”

성훈의 말에 하늘은 미소를 보내며 안다고,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대답해주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지고 지금보다는 더 변화된 삶을 기대하며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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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선영 칼럼니스트 최선영블로그 (faith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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