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는 관찬. ⓒ박관찬

지난 1일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강화도 소행성b612에서 어울림예술단의 “장애독립선언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이 음악회는 사회가 선입견과 편견 속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장애인도 독립(자립)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어울림예술단’은 2017년 10월에 창단한 예술단체로, 음악적 재능이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곳입니다.

음악을 통해 장애인의 직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장애인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음악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울림예술단’의 활동을 통해 장애인에게는 꿈과 희망을,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발달장애인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던 ‘어울림예술단’에 작년 가을, 저도 첼로파트 단원으로 입단했습니다. ‘어울림예술단’ 입단 후, 이번 “장애독립선언 음악회”에서 처음으로 단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아직 준비가 부족해서 이번 음악회에는 ‘사회’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정말 색다른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사회를 보며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정해진 시간동안 준비한 내용을 말하면 되는 강의와는 정말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시청각장애가 있는 제 입장에서는 사회를 보며 여러 가지 신경써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음악회의 사회인만큼, 각 연주가 시작될 때와 끝났을 때 관객들의 호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연주와 연주 사이 단원들이 숨을 고를 수 있는 타이밍을 만들기 위해 멘트도 남기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단원들의 연주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니까 연주가 끝났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사회를 보는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첼로를 담당하는 단원이었는데, 곡을 연주하면서 첼로가 담당하는 파트가 있고 쉬는 파트가 있습니다. 그 단원이 잠시 쉬는 파트에서 멈추는걸 보고 연주가 끝난줄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단원들의 어머님이 돌아가면서 제 옆에서 연주가 끝날 때마다 신호를 보내주셨습니다. 역시 모든 구성원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어울리는 ‘어울림예술단’ 가족입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의미있는 날에 장애에 대한 독립을 선언하는 음악회를 하며 그 의미를 더할 수 있었던 뜻깊은 날, 저도 ‘사회’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하루가 되었습니다.

이제 좀 있으면 저도 사회뿐만 아니라 단원들과 앙상블도 할 예정입니다. ‘발달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의 앙상블’은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합니다. 꼭 그 타이틀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시도 자체만으로도 장애에 대한 독립을 선언하는 자리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발달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 어쩌면 서로 어울리는 것은 물론 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기 때문에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우리 ‘어울림예술단’이 증명해보일 것입니다.

그 출발이 바로 ‘장애독립선언 음악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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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의 존재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 달이 외롭지 않게 함께하는 별의 존재도 감사합니다.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첼로를 연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저도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비춰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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