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을 켜는 아이 동상. ⓒ픽사베이

카프카의 [변신]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가 그가 갇혀 있는 좁은 방에서 탈출하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는 이유가 그의 여동생 그레테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아들은 바이올린을 켠다.

10살 때 악보도 볼 줄 모르는 아이에게 연습용 바이올린을 사주고 레슨을 시작했다.

가뜩이나 청각적으로 예민한 아이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자세로 서서 ‘깽깽~’ 소리를 내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발을 구르며 울고불고 ....

누군가는 싫다는 아이를 왜 억지로 시키느냐고, 아이가 행복한 것만 시키라고, 엄마의 빗나간 허영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래도 엄마는 ‘한 번뿐인 인생, 의미를 따져 묻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미련하게 버텼다. 그렇게 아들의 바이올린은 엄마의 명품백을 대신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바이올린으로 장애인식 개선 강사 자격증을 취득할 만큼 바이올린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들은 바이올린을 들고 엄마는 싸구려 가방을 들고 연주를 하러 간다.

간혹 ‘장애아동이 싫어하는 것을 시킬 필요가 없다, 행복하면 그만이다’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의 인생에서 행복이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일이 미래와 관련된다면 싫어도 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자식에게 미래를 위해 공부하라고 강요한다.

우리들 중 누구라도 학창시절 공부가 좋아서,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공부를 한 사람이 있는가? 싫은 공부도 꾸준히 하다 보니 요령과 가속도가 붙고 점차 재미도 느껴지지 않던가?

장애아동에게도 미래를 위해 바로 이 순간에 해야 하는 공부가 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만 시키라니, 장애아동의 미래를 무시하는 인권유린 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발달장애 아이도 보다 윤택하고 편안한 중년과 노년을 대비해야 한다. 당장의 돌봄 서비스에만 만족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먹이고 사랑하고 교육시켜야 한다. 3월부터 시행되는 발달장애 성인들을 위한 주간활동지원서비스가 그나마 교육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혜택이 확대 시행되는 방향으로 국가정책이 발전되어간다면 정말 좋겠다.

아들의 바이올린 소리가 절망에 빠진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 세상 누구의 미래보다 가장 찬란한 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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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칼럼리스트
우리아이발달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장애인들의 교육과 사회적 융합에 힘쓰고 있다. 컬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고자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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