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서 지원하는 페이스톡, 이를 통해 영상통화를 함. ⓒ써나정

지금이야 휴대전화 없는 사람이란 없지만, 내가 학교 끝나고 떡볶이를 사 먹던 중학생 시절엔 반 아이 중에 휴대전화를 가진 친구는 드물었다.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은 얼리어답터, 신제품이 나오면 미리 사는 사람들이라고 불리기 마련이었으니깐.

이처럼 소수만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던 시절에도 전화통화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였다.

그런 상황을 반영하듯이 거리를 조금만 걸어도 공중전화 하나쯤은 눈에 띄곤 하였다. 나에게도 전화통화를 해야 할 때가 있었다.

이를테면 엄마와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내가 언제 어디에 있을 거라고 엄마가 다니던 회사로 전화를 걸어 내가 할 말만 하고 끊었다. 이른바 ‘내용전달’ 전화통화였다.

휴대전화가 익숙한 지금도 이 ‘내용전달’ 전화통화는 별반 다르지 않긴 하다. 택배를 신청하면 늘 택배기사에게 문 앞에 두고 가란 메시지를 넣곤 하는데 간혹가다가 성질 급한 택배기사는 메시지 확인을 하지 않고 무작정 전화를 한다. 휴대전화에 낯선 번호가 찍힌다. 택배임을 직감하고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내용전달’ 전화통화를 시작한다.

"여보세요, 저는 청각장애가 있어서요. 문자로 연락해주시겠어요?"

이러한 ‘내용전달’ 전화통화만 하던 내 휴대전화가 조금 요긴해진 것은 수어를 배운 이후였다.

농인에 세계에선 영상통화가 빈번하다. 영상통화는 매우 고요하다. 음성 대신 상대방과 얼굴을 마주하면서 수어로 대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굴의 표정과 수어를 하는 손은 가장, 역동적이고 활기차다.

청인의 전화통화에서 목소리로 교신한다고 하자면 농인의 영상통화에서는 얼굴의 표정이 상대방과의 교류를 가능케 한다. 때로는 격양된 수어가 이를 대신 하기도 한다. 수어를 통한 영상통화는 나에게 전화통화를 하는 즐거움을 채워주었다. 더는 ‘내용전달’ 통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수어를 통하여 상대방과 서로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의사를 표현한다. 급한 상황일 경우에도 문자나 카카오톡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상대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보다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

전화를 걸었을 때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여보세요 라면 영상통화를 걸어서 상대방과 마주 볼 때 주먹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수어로 ‘안녕’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나의 통화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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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나정 칼럼리스트
안녕하세요, 말 많은 농인 써나정입니다. 청각장애가 있고요. 초등학교때부터 보청기를 끼고 자랐습니다. 청인친구들과 함께 청인스럽게(?) 살다가 최근 농인친구들을 만나며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농인으로서의 정체성 키우기와 내가 만난 다른 농인 친구들 혹은 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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