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에 어느 응급의료센터 소장이 과로로 사망한 것에 대하여 영면을 기원하고 애도하는 일이 있었다. 응급환자를 돌보는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이 결국 자신의 응급상황에서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누구도 이 분이 과로사라는 결론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물론 평상시 의료인의 피로가 누적되어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연휴기간 동안 과로한 탓만 인지, 평소 과로한 탓인지는 사실 알지 못한다. 의료인들이 평소 과로에 시달리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만약 의료인이 아닌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고 하면 평소 지병이 있어서가 아인가, 국과수에 의뢰하여 부검을 해 보아야 아는 것이 아니냐고 하고 특히 보험사라면 직접적인 원인을 피해자 가족이 증명을 해야만 할 것이다.

최근 정신장애인이 퇴원을 한 후 병원을 다시 찾아와 담당 의사를 공격하여 사망하게 한 사례도 있었고, 모방범죄인지 또 다른 정신장애인이 병원 복도에서 의료진을 공격한 일도 있었다. 언론에서는 정신장애인이 범행을 했다고 보도하였고, 국민들은 정신병으로 인한 이상행동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정신장애인은 공포의 대상이고 공공의 적이 되었다.

어느 누구도 왜 그러한 일을 저질렀는지 가해자에게 자초지정을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 정신장애로 인한 환각이나 환청, 조현병이 이상행동의 원인이 아닌 병원생활의 억압된 환경이나 정신장애로 인한 비관 등이 원인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문제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

수십 년 전 장애인이 여의도광장을 자동차로 질주하여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한 일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정신장애인의 ‘묻지 마’ 범행으로 사건을 처리하였다. 그런데 그는 정신장애인이 아니라 저시력장애인이었다.

시각장애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였고, 학벌이 낮아 막노동을 하면서 살았다. 철공소, 건설 공사판, 시멘트 블록공장 등을 전전했는데, 시력의 문제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온갖 욕설을 들으며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러다가 자동차 정비 업소에 겨우 취직했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상사가 공구로 머리를 때리며 심한 욕설을 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손님이 맡긴 차를 몰고나와 여의도 광장을 질주해버린 것이다. 그는 자포 자기한 상태였지 정신장애 상태가 아니었다.

정신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늘 모든 행동이 정신장애로 인한 것은 아니다. 필자가 이런 수궁하기 힘든 논리를 힘주어 말하는 것은 감금하고 억압하고 입원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행동의 결과로 범죄를 따져 처벌을 하더라도 우리는 정확한 문제를 알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이은 정신장애인의 의료진에 대한 공격 사건이 일어나자 국회에서는 정신건강특별위원회가 가동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의견을 받아 지난 1월 25일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대하여 정신장애인 단체와는 단 한 번도 의견을 청취하거나 토론을 한 바 없다.

비장애인이 살인을 하면 비장애인이 살인을 할 우려가 있다고 여겨 방지책을 마련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왜 모든 정신장애인은 위험한 존재로 낙인 되며, 사회 안전을 위해 그들을 억압하는 제도를 강화해야 하는가?

정신장애는 건강의 문제이다. 예비 범죄자 집단이 아니다. 그렇다면 최적의 진료가 제공되는가와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치료를 선택하도록 보장하는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통제의 대상이 되고 신고의 대상이고 격리할 존재이며 입원시켜야 하는 집단으로 분류되는 것이 정신장애인들로 하여금 반감을 가지고 한을 품게 되고 저항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정신장애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통로를 완전히 막아버리고 억압 일변도로 대우하면서 정신장애인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주인공들처럼 사회에서 밀려나 저항감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이 저항감은 정신장애의 결과이기보다 사회 환경의 결과이고, 정신문제가 아니라 원초적 자기방어의 보편적 감정의 결과이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제3조에서 정신장애를 ‘망상, 환각 등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자’를 ‘정신질환으로 일상생활에 중대한 제약이 있는 자’로 개정하여 모든 정신장애 범주로 확대했고, 자의에 반하여 퇴원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가족 중 1인의 동의만 있으면 행정입원(강제입원)이 보다 용이하도록 확대했다.

입원 치료의 환경이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지, 약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자기조절을 훈련하는 데 충분한지, 사회복귀를 하는 서비스가 충분한지 등에 관한 내용이나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지 등 현실적인 어떤 서비스도 확대하지 않으면서 입원의 용이성만 강조한 개정안은 정신장애인의 복지나 건강권을 오히려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신장애인의 행동을 모두 정신병의 발로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사회의 지원을 강화하여 삶의 질을 개선해 준다면 그것이 오히려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존재가 아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기가 막히면 생기를 찾을 수 없고, 감정이 막히면 온화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신장애인을 더욱 억압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정신장애인을 사회로부터 추방하고 화롤 돋우고 공격하여 그들을 제외한 우리만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에게 지지를 해 주고 힘을 내게 하는 정책과 서비스 개발, 그리고 안락하고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의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신장애인에게도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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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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