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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폐인의 2019년 설 명절 생활 결산서

내년 설, 아니면 올 추석에는 당당히 명절을 보내고 싶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2-07 09:09:16
여러분들도 설 잘 쇠셨습니까? 저는 별다른 일정 없이 편안히 쇠었습니다.

올해 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썰렁하게 설을 쇠었습니다. 작년 설에는 외할아버지께서 설을 앞두고 갑작스레 별세하시는 바람에 5일장을 치르게 되었는데, 올해는 친가 차례가 갑작스런 가족 내 사정으로 취소되었습니다. 그래서 올 설부터는 외할아버지에 대한 추도예배가 추가되었습니다만, 저는 교회 일정과 맞물려서 참석을 못 했습니다. (제 외가는 출석 교회와 교파는 서로 다르지만 기독교 가정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올해 “개인 사정이 좋지 않다”라는 이유로 외가 가족 모임에 불참했습니다. 실제 이유는 “취업이 되지 않고 연애도 하지 못해서 핀잔 듣기 싫다” 이었습니다. 지난 2014년 추석 모임 도중 “사귀는 사람 있냐?” 라는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던 것이 아직도 충격파로 남았던 것이죠.

그리고서는 ‘명절 대피’를 한다는 명목으로 제대로 하지 못했던 온라인게임을 챙기면서 ‘명절 대피’를 했습니다. 게임 안 세계에서는 설 명절 이벤트는 있었지만 설 명절 분위기는 없었던 것을 빼면 그랬습니다.

돌아올 추석이나 내년 설에는 당당히 취업해서 명함을 들고 인사할 수 있으면 하는 날을 꿈꿉니다.

사실 제겐 명절은 이제 좋으면서도 두려운 날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장애에 대한 수용이 이미 이뤄진 상황이라 장애를 가지고 차별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비장애 청년들과 비슷한 성장을 보인 탓에 “사귀는 사람 있니?”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공포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올해 직장 사정이 좋았다면 2018년의 최대 성과였던 서적 3종 개발 소식과 장애청년드림팀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었겠지만, 그 이야기는 직장 사정이 안정되는 대로 다시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물론 “사귀는 사람 있냐?”는 질문에 적절하게 답하는 방법을 안다면야 더 좋을 것이고요.

그리고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똑같이 적용되는 바람에 용돈을 줘야하는 사촌/조카들의 수가 아직 1명뿐임이 다행입니다. 점점 아기들은 태어날 것이고 자라날 것이기 때문에 용돈 부담이 가중될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올해는 독특한 설을 보냈습니다. 지난 장애청년드림팀을 계기로 만난 외국인 친구들, 그리고 과거의 인연으로 알게 된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의 설 명절이 어떤 명절인지를 소개하는 글을 영어 번역기를 돌려서 번역한 글을 올렸습니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 만난 AMASE 대표단원들이 잘 읽었다는 반응을 보내왔고, 설 명절에 대한 이야기를 덤으로 해 준 “사실 당신들은 ‘중국식 새해’라고 알겠지만, 한국인들도 그 명절을 지켜요” 라고 귀띔해주자, “사실 나도 ‘중국식 새해’인 줄 알았다. 앞으로는 ‘동아시아식 새해’라는 것을 이해해야겠다” 는 의미 있는 앎을 준 것이 의외의 성과였습니다.

올해는 가족/친척들과의 만남은 그렇게 없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참으로 조용한 설 명절을 보낸 것입니다.

취업 문제가 정리되면 당당히 인사도 드리고 싶기는 한데, 문제는 설 이후에 더 바빠질 전망이라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체의 신입사원 채용 시즌이 이 시점이 되면 본격화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도 “구직 활동은 설 연휴까지는 당분간 보류하고, 설 이후에 본격적으로 구직 활동에 나서는 것이 더 기회도 많고 안전할 것”이라는 조언을 해줬습니다. 참고해둘 만한 이야기입니다.

안 그래도 실업급여 수급 규정이 개정되었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에 그 실업급여 수급 규정 변경에 대한 확인도 필요합니다. 며칠 전에 들었는데 설 명절이라 ‘올 스톱’ 당했기 때문입니다.

설 이후에는 사람도 만나야합니다. 설 인사를 드렸다가 대학 시절 은사님이 “지용아, 개강(관례적으로 3월 2일이지만 올해는 3월 4일. 이유는 2019년은 3월 2일이 토요일이기 때문.)하기 전에 서울에서 한번 만나 이야기를 하자” 라는 말씀을 전해주셔서 접견을 할 날짜도 잡아야합니다. 한편으로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장애인고용공단 책임자들과의 협상을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확인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통장이 꽉 찼기 때문에 갱신 작업도 한번 해야 하고, 실업급여법이 개정되었다는데 이 조치가 제게도 적용되는지를 정식으로 확인해야 하는 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 참! 저는 기차표 예매 같은 귀성 전쟁을 치를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불참했기 때문이지만, 원래 제 가정은 근거리에 가족들이 모여살기 때문에 가장 멀어도 전철로 20분만 참으면 곧바로 가장 먼 친척 집에 도착하고, 어쩌면 택시를 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집에는 귀성 전쟁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그렇게 제 설 연휴 결산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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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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