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비워져있을 때 다른 용도로 활용해보자는 한 칼럼을 접했다. 이 글을 읽고 재작년 장애등급제 폐지 서명 운동을 했을 때 일이 떠올랐다.

지나가던 어떤 분이 자기 동네 장애인주차구역이 있는데, 보면 항상 비워져 있다고 20분 가까이를 우리에게 토로하셨다.

장애등급제 폐지 서명 운동하는 자리에서 그분은 장애인이 갖지 못하는 권리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전용구역이 항상 비워져있어 그곳을 쓸 수 없는 안타까움의 목소리였다.

’주차공간이 이렇게 모자른데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비어 있다‘며 애꿎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게 화살이 돌아오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아니라, 주차 시스템 문제에 있다. 대형 병원이나 대형마트, 쇼핑몰 등 몰리는 사람들에 비해 주차공간이 충분치 않아 항상 붐비기 일쑤다.

또한 날로 사람들의 차량 보유수는 늘어나는데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밀집되어 있고, 주차 시스템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못해 주차난이 발생하는 것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왜 비워져 있어야 할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를 지하철 노약자석이나 임산부 배려석을 예로 설명하고 싶다.

임산부 배려석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임신 초기의 임산부들도 언제든 앉을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노약자석은 언제 올지 모르는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인, 임산부 등을 위해 노약자석을 항상 비워두는 걸 볼 수 있다.

이렇게 전용좌석이란 ‘보행상 불편이 있는 소수자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비워두는 자리’이다.

전용좌석 만큼은 오래 서 있지 않고, 양보해달라고 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아도 앉을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확보된 자리인 것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일반주차구역보다 가로가 더 넓은 규격으로, 휠체어를 내려 옮겨 탈 수 있는 사이즈이며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위치한 곳이다.

그래서 보행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일반 주차구역을 이용하기란 어렵다.

나는 수동휠체어를 이용할 때면 종종 승용차로 이동하는데 막상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항상 비워져있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누군가 불법주차를 하거나 혹은 몇 자리 되지 않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일반 주차구역에 들어가 주차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휠체어를 옮겨 탈 공간이 충분치 않아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넓은 공간에서 옮겨 타야한다.

그럼 휠체어로 출입구까지 차 사이사이를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애를 먹게 된다. 지금도 충분히 장애인주차구역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장애인 편의 시설이 마련된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이 제도를 지켜나갈 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아무리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고, 이를 이해하지 않고 지키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비워져 있어 안타깝다고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원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언제 올지 모르는 장애인들을 위해 비워두는 자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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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칼럼리스트
전 장애인권운동 활동가이며, 지금은 장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매력적인 삶을 위해 기존에 틀에 물음표를 던지고 새로운 것들에 시도하려고 한다. 장애인이자 청년이자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여행, 미디어, 일상을 나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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