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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

시민사회활동가의 꿈 “행동만이 제도를 바꿀 수 있다”

‘발달장애 평생케어 종합대책’ 완전실현되는 날까지 투쟁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1-31 15:01:46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전국장애인부모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와는 무관하게 살아가는 주변 친구들에게 ‘장애아 부모’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으니 ‘무릎 꿇은 엄마’와 ‘청와대 삭발’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특수학교를 지어달라며 무릎을 꿇고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마련해달라며 삭발을 감행한 부모들이 모여있는 곳. 바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다.

부모연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발달장애 관련 부모단체다. 발달장애와 관련된 이슈, 그 현장엔 어김없이 부모연대가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윤종술 회장이 있다. 윤 회장은 지난 한 해 언론에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린 장애계 인사다. 그만큼 많은 활동을 했다.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터진 부모연대 관련 뉴스는 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숨을 한 차례 고르고 다시 조직을 재정비해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윤 회장을 만나 그가 지나온 투쟁의 시간에 관해 얘길 나눴다.

2003년 교육권 투쟁으로 각성하다

학창 시절 그는 시를 좋아하는 문학소년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사업가의 길로 나섰다. 중장비 사업이었다. 결혼을 하고 그의 삶을 바꾼 아들이 태어났다. 1996년생 아들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이었다. 아들이 어렸을 때는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어린이집에 간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가 구조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걸 현실로 체감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앉아서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됐다.

지역사회인 경상도를 벗어나 서울에 발을 들인 건 2003년이다. 특수교육지원인력 확충을 위한 예산확대 요구가 있는 것을 보고 당시 기획예산처 앞에서 이틀 동안 1인 시위를 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 활동의 시작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육권 투쟁을 위한 집회에도 참석하게 됐다. 그때 생소한 광경을 보게 됐다. 전교조 소속 특수교사들이 장애 학생들의 권리를 위한 논의로 밤을 새우는 모습을 보며 “우리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을 교사들이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솟구쳐 올랐다.

그해 7월 발달장애인의 치료지원을 요구하는 투쟁이 시작됐다. 도경만 전교조 위원장과 21일간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힘겨운 나날의 연속. 투쟁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 교육부 장관이 백기를 들었다. 그때까지 특수학교에만 있던 특수교육지원인력을 일반학교 특수학급에까지 전부 확대하기로 했다.

윤 회장이 각성한 게 이 시점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를 맡으며 운동판의 생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장애인 부모운동을 시민사회운동과 연계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국의 장애인부모활동가들과 힘을 모아 자식들의 교육권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단식과 집회와 투쟁의 나날이 이어졌고 2007년 드디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됐다.

행동으로 제도를 바꾸는 부모연대의 시작

이듬해인 2008년 5월 교육권 투쟁을 함께 했던 부모활동가들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12월에 출범 선포식을 했다. 다음 해인 2009년 6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고 부모연대 대표로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윤 회장이 이끄는 부모연대의 목표는 뚜렷하다. 실질적인 제도의 변화다. 이를 위해 ‘운동’이라는 투쟁 방식을 선택했다. 가장 힘든 방법이지만 가장 순수하고 명분 있으며 ‘행동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행동으로 제도를 바꾸는 단체”. 윤 회장이 정의한 부모연대의 존재 이유다.

투쟁을 통해 장애아동복지지원법과 발달장애인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위한 대규모 삭발식과 천막농성의 성과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나서서 ‘발달장애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9월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옆에 서 있고 대통령이 손수 종합대책을 선포하던 그 순간을 가장 잊을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날의 발표는 자식을 이승에 놔두고 부모 먼저 저승으로 떠나도 걱정할 것 없는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가 달려온 운동의 길이, 투쟁의 길이 헛된 걸음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비리와 폭행, 부모연대에 찾아온 위기

출범한 지 10년, 그동안 부모연대는 부모단체로서 전무후무한 성과를 이뤄냈다. 서울 중앙회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17개 지부가 설립됐고 지회는 150여 곳에 이르게 되었다. 회비를 납부하는 진성회원만도 3만여 명에 이르고, 부모연대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기관은 150여 곳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어둠도 깊은 법. 지난해 말부터 연이어 터진 MBC 보도는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놀라고 당황하기는 윤 회장도 마찬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진상을 조사하고 내부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부모연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을 하게 됐다.

윤 회장은 이번 사건들이 터진 이유를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지도부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다. 조직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는데 그에 반해 지도부 전체가 ‘사업’이라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게 미흡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관리 감독이 잘 될 수 없는 현장의 구조 문제다. 시설의 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전권을 갖고 있다 보니 위탁권자인 법인으로선 사실상 상시적으로 보고받아 결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관리 감독이라는 측면에서 틈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이 역시 시스템의 문제기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윤 회장의 생각이다.

감당하고 가야 할 몫이다. 분명 관리 감독의 책임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저앉지는 않는다. 올해는 발달장애인 낮시간의 Day 서비스를 목표로, 내년엔 주거 서비스를 목표로, 장기적으로는 전 분야에 걸친 종합대책의 완전 수립을 위해, 그는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아니, 이제부턴 더 많은 투쟁을 예고하겠다는 각오마저 다진다.

문제가 되었던 사업의 관리감독 건은 앞으로의 부모연대 활동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직접사업을 지양하고 사업재단을 따로 만들어 전문가에게 맡기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시민사회활동가로서의 그의 꿈

혹자는 말한다. 윤 회장이 이렇게 투쟁에 앞장서는 이유가 국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라고.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금배지에 욕심이 있냐고. 그가 웃는다.
국회에 진출해 정치를 하고 싶으면 지금처럼 투쟁의 현장에 나가면 안 된다고 한다. 투쟁의 삶을 살아온 15년간 집행유예가 풀려본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집행유예가 있으면 아예 국회에 진출할 조건이 되지 않는다.

윤 회장은 월급도 받지 않는다. 모든 활동을 사비를 들여서 한다. 그런데 하는 활동이 힘들고 고된 투쟁이다. 왜 하는지가 궁금하다.

부모연대에서 월급을 받지 않는 건 먹고사는 문제에 어려움이 없는 경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연대 회장이기에 앞서 의료법인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자신은 굳이 활동비를 받지 않지만 언젠가 후임 회장이 자신의 뒤를 잇게 되면 그땐 회장 월급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투쟁을 계속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한민국 사회는 우는 아이 젖 주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행동해야 변하기 때문이다. 제도와 시스템이 바뀌어야 안심하고 아들을 놔두고 마음 편히 눈 감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쟁은 힘든 일이다. 지금 부모연대의 투쟁 방식은 발달장애인 정책이 잘 수립돼 있는 외국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그들의 초창기 방식이다. 그런데 이 시기가 있어야만 이후엔 단지 캠페인만 해도 그것이 ‘운동’이 돼 제도의 변화가 일어나는 사회로 나아간다. 그런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그는 지금, 행동한다.

그가 바라는 건 그런 합리적인 사회가 하루빨리 도래하는 것이다. 한 때 낚시방송 진행까지 맡았을 정도로 낚시광이기도 한 그는 더 이상 부모들이 힘들게 투쟁하지 않고도 제도와 시스템이 바뀌는 사회를 꿈꾼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그는 지방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운동가로, 낚시광으로, 등산가로, 농사꾼으로 살면서 낮에는 근로와 Day서비스를 적절히 이용하고 정부 주도하의 주거정책을 통해 자립 생활할 곳을 찾은 아들을 바라보며 유유자적하게 남은 생을 즐기고 싶다. 그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기를…, 그런 사회가 오기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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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류승연 (scalet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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