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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의 우아한 흐느적거림이 아름다운 이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본 장애의 정체성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1-24 15:23:23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중. ⓒ구글 화면 캠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중. ⓒ구글 화면 캠쳐
“솔직히 네 무기가 부러워”
“그러면 네 다리를 잘라”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나오는 대사다. 남자친구를 뺏겼다고 생각한 카나에의말에 조제가 돌직구를 날리는 장면이다. 여기서 카나에가 그냥 돌아섰다면 역시나 좀 그랬겠지만 카나에는 조제의 귀싸대기를 날리고 돌아섰다. 그래서 인간적이다. 장애인을 무조건 보호나 배려의 차원으로 보지 않았달까.​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 ‘장애’나 ‘장애인’에 대한 장면이 늘었다. 그것도 부쩍. 하지만 대부분이 너무 장애에 매몰되거나 장애인의 측은지심을 유도하는 게 일반적인데 꽤나 위험하다는 생각이 많다. 대부분의 장애나 장애인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계자의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장애’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여기저기에서 ‘장애’에 대한 이야기로 많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그저 장애인이 나왔다고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장애에 대한 학습적 효과는 다름 아닌 배려나 보호다. 그래서 당연 ‘사람’임에도 ‘장애’라는 특별한 수사 어구를 붙여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분류한다. 그렇게 사람이 장애인이 된달까.

그래서 나는 학교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나가면 선생님들께 당부하는 이야기가 ‘몸이 불편하니 도와주라’거나 ‘네가 짝꿍이니까 배려하라’든가 하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한다. 친구가 될 수 있는 사이를 그 한마디에 ‘장애인’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그냥 친구 아무개가 아니라 장애인 친구 아무개가 된다.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으면 굳이 도와줄 필요도 없다. 무조건 배려나 보호는 갓난아이나 필요한 거다.

아무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훤칠하고 훈남인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자발적인 바람둥이는 아니지만 사랑에 대해 책임감이나 진지함은 1도 보이지 않고 여자와 잠자리를 갖는 인기남이다.

우연찮게 동네에서 괴담으로 퍼지고 있는 유모차 할머니의 정체를 알게 되고 유모차에 탑승(?) 해야만 세상과 조우하는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 대면하게 된다.

어쩌면 조제의 음식 솜씨와 직면하는 걸지도. 높은 의자에서 다이빙을 해대는 조제의 모습과 뛰어난 음식 솜씨의 반전은 당연 츠네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사회복지의 길을 걷고자 하는 마음 착한 카나에(우에노 주리)의 조제에 대한 질투는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담는다.

조제에게 호랑이는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이상 같은 거였다. 남자가 생기면 가장 무서울 것이라 생각하는 호랑이 앞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는 자신을 꿈꾼다. 그리고 물고기는 늘 방안에 갇혀 물고기처럼 몸을 이리저리 휘저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자신과 처지가 같다는 생각이었을지 모른다.

심해 속 어둠에 갇혀 있는 조제는 어쩌면 평생 보지 못했을 호랑이를 츠네오를 통해 보았고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카나에는 남자친구를 빼앗은 조제의 뺨따귀를 날리고 결국 인간적 죄책감에 일상이 엉망이 된다.

반면 조제를 늘 업어야 하는 츠네오는 “지쳤냐?”라는 동생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결국 조제를 떠나며 서럽게 눈물을 쏟아 낸다.

결국 우리 모두는 물고기들이다. 스스로든 타인이든 간에 만들어 낸 어떤 틀이나 제한으로 아주 깊은 심해에 갇혀 있는 것처럼. 그게 장애든 취업이든 꿈이든 그리고 죄책감이든. 그 제한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힘껏 물질을 해야 하는 물고기들.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조제가 벽장의 좁은 이불칸에서 대부분의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던 삶에서 ‘사랑’인 츠네오를 만나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부러우면 너도 다리를 잘라!”라고 자신의 사랑에 당당했던 조제의 귀싸대기를 날리고 돌아섰던 카네에는 자신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한 삶에 대한 성찰이었을 수도 있다.

또 다르지만 삶에 당당한 조제에게 밖으로 나가는 법을 알려주려 한 츠네오는 손을 잡을 수는 있지만 책임을 진다는 건 좀 더 다른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조제가 장애인이면서 삶에 당당한 이유가 아니라 조제가 전동 휠체어를 달리며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장애가 특별한 게 아니라 사랑이 특별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조제의 다이빙이나 방바닥을 질질 끌며 움직여야 할 만큼 흐느적거리는 다리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랑에 “원하면 해도 돼”라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쓸모없는 불구의 몸을 가진 녀석”이라며 사람들로부터 조제를 숨겨야 하는 할머니의 시선에서 바라봐야만 하는 장애가 아니라 자신이 잘하는 것 혹은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한 인정이며 삶에 대한 태도다.

당연히 내가 했으니 맛있지!“라며 꼴랑 계란말이 하나에 자신감을 묻히는 조제에게 어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쨌거나 조제의 장애가 조제의 사랑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폄하에 가까운 카나에의 분노 앞에서도 조제는 너도 장애인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쿨함을 보일 수 있던 것은 어쩌면 그동안 자신이 갖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강렬한 욕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장면에서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나도 장애인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김원영 변호사가 말한 수평적 정체성의 깨달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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