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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을 다녀와서 생각한 종교와 발달장애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1-16 17:07:59
피정 중 완전히 켜진 촛불 ⓒ장지용 에이블포토로 보기 피정 중 완전히 켜진 촛불 ⓒ장지용
며칠 전, 제 소속교단인 대한성공회 주관 청년 피정 행사가 있어서 강원도 춘천, 흔히 강촌이라고 부르는 그곳에 있는 대한성공회 소속 수도원에 다녀왔습니다.

피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시는 독자들을 위해서 설명하면, 수도원 같은 곳에서 조용히 기도와 명상으로, 그것도 침묵으로 보내는 일종의 종교 수련행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가톨릭 신자라면, 일상적으로 들었을 그 단어가 맞습니다. 개신교에서는 성공회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가 되었지만요.

자세한 피정 기법에 대해서는 종교적인 설명이 있어서 생략하고(다만 기도를 3번 했다는 사실만은 알려드립니다), 피정을 통해 ‘하느님이 주신 메시지’는 “너 자신을 더 드러내라”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많이 드러난 존재이지만, 더 많이 드러나지 않아서 아직 사회적 차별에 시달리고 있음을 자각하라는 ‘하느님의 뜻’이었던 게지요.

피정 이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사실 이번 피정이 난생처음 해보는 피정이라 그동안 무거웠던 마음을 ‘하느님’에게 고백하고 새로운 다짐을 이끌어내는 시간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실제로 피정을 지도한 전직 수도자는 “장지용 교우가 한 것처럼 청원기도(여러분들이 기도라고 생각하는 ‘무엇을 이뤄주세요’를 이야기하는 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라고 인정했습니다.

솔직히 다음번에 더 기회가 있으면 피정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피정을 마쳤습니다.

사실 일부 종교단체에서 장애인 전문 선교 부서를 신설하거나, 발달장애인 특화 종교의식(예를 들어, 가톨릭 서울대교구 산하 대방동 성당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별 미사를 열고 있습니다.)을 하는 사례가 종종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종교 활동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며, 발달장애인들이 활동하기 편한 분야인 종교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다만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발달장애인이 별도로 움직이는 것 보다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 신자들이 통합되어 종교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어렸을 때는 장로교 교인이었는데, 장로교 시절에는 장애인 부서에 강제로 소속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시점은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없었던 시절이기 때문에 더 ‘강제’가 맞았습니다.

제가 한사코 거부하는 방법으로 말리는데 성공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결국 장로교에서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의 성공회 신자로서의 생활에서는 저는 ‘교단 내에서는 대형교회로 판단되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만, 교회 내부에서는 장애인 활동 단체가 아닌 세대별 구분에 따라 청년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 경우에는 뇌병변장애가 있는 다른 청년 교우도 있어서 더욱 더 장애통합적인 분위기이고, 담당 사제도 이런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편이라 잘 통합되어있습니다.

그렇다고 소외당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피정에서 그 다른 청년교우도 참석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장애를 가진 신자도 통합되어서 함께 종교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종교기관이 장애통합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것은 잘못입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평등’을 강조합니다. 그 ‘평등’에 장애와 비장애간의 불평등한 것도 잘못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번 피정에서 저는 장애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았습니다. 인솔 담당 신부도 장애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았습니다.

장애가 부끄러워서 말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신앙심에서 장애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이러한 문제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도 하고요.

장기적으로는 이번 피정에 참여한 두 장애신자처럼 종교 행사에 장애신자와 비장애신자 모두가 다 같이 ‘어차피 평등하신’ 신 앞에서 함께 신앙심을 나누고 키우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신이라는 것은 모든 이를 평등하게 바라보고 결국 해방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 장지용 개인으로서의 신앙적 입장입니다.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 와중에도 중요한 사실은 장애인 신자와 비장애인 신자가 똑같이 한 자리에서 함께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은 여러 목소리를 통해서 함께하라고 했던 여러 메시지는 여러분의 종교에 따라 다르게 나왔을 뿐이지, 결론은 ‘통합되라’였으니까요.

여담: 피정 갔을 때 다른 교회 교우들과 함께 치킨과 군고구마를 나눠먹지 못한 제 불찰만은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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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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