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네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시청각장애 이미지. ⓒ박관찬

위인전기 ‘헬렌 켈러’를 읽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아! 전혀 보지도 전혀 듣지도 못하는데 앤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훌륭한 사람이 되었구나.” 헬렌 켈러에 대해 적어도 이 정도는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헬렌 켈러’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시청각장애’는 그저 전혀 보지 못하고 전혀 듣지 못하는 경우만 해당될까요?

‘시각장애’라고 해서 전혀 보지 못하는 경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청각장애’라고 해서 전혀 듣지 못하는 경우만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시청각장애’라고 해서 전혀 보지도 전혀 듣지도 못하는 경우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시각장애를 ‘맹’과 ‘저시력’으로 나눌 수 있고, 청각장애를 ‘농’과 ‘난청’으로 나눌 수 있듯이 시청각장애도 그 유형은 다양합니다.

시력과 청력이 조금씩 남아있어서 조금 볼 수도 조금 들을 수도 있는 ‘저시력+난청’, 시력은 조금 남아 있지만 청력을 모두 상실하여 조금 볼 수 있지만 전혀 듣지 못하는 ‘저시력+농’, 시력을 모두 상실했지만 잔존청력이 남아 있어 조금 들을 수 있는 ‘맹+난청’, 시력과 청력을 모두 상실하여 전혀 보지도 전혀 듣지도 못하는 ‘맹+농’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시청각장애의 특성과 정도를 파악해본다면 네 가지를 넘어 천차만별로 다양한 유형이 나타나게 됩니다.

저시력의 경우 시력과 시야에 따라 볼 수 있는 정도가 다르고 선호하는 글자의 체, 크기 등도 다 달라지게 됩니다. 난청의 경우에도 데시벨(Db)의 수치도 각각 다른 경우가 많고 크고 작은 소리의 구분 정도도 다릅니다.

공무원 시험에서 제공되는 장애인 편의지원에 ‘확대문제지’가 있습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지원인데, 이 항목에서 수험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문제지를 몇 퍼센트로 확대하는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문제지의 200% 또는 400% 확대 등입니다. 그래서 원본 문제지를 해당 퍼센트만큼 그대로 확대해서 제공합니다.

문제지를 보면 문제는 굵은 고딕인데 선택해야하는 지문은 얇은 신명조나 바탕체로 되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글씨를 무조건 크게 하고 굵게 확대한다고 해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잘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시력과 시야에 따라 굵은 고딕을 선호하는 분도 있고, 얇은 고딕이나 얇은 바탕체를 선호하는 분도 있습니다.

굵은 글씨를 선호하는 분에게 얇게 확대된 글씨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영어단어 ‘eat’를 보고 첫 알파벳 ‘e’ 중간의 ‘ㅡ’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해 ‘c’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럼 ‘cat’가 됩니다. 한글에서도 ‘ㅔ’와 ‘ㅖ’ 등 헷갈리게 볼 수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단어 하나라도 제대로 봐야하는 공무원 시험이라면 정말 중요한 내용 아닐까요?

단순히 시각이나 청각의 한 가지 유형이 아니라, 두 가지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청각장애라는 타이틀 내에서도 그 유형은 다양하게 나누어집니다.

그래서 시청각장애인마다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 통역을 받는 방법도 달라지게 됩니다. 청각장애를 먼저 가지게 되어 수화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분도 있고, 시각장애를 먼저 가지게 되어 점자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두 가지를 한꺼번에 가지게 된 경우도 있고 시청각장애인이지만 수화나 점자 어느 것에도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시청각장애의 유형 중 최중증이라고 할 수 있는 전맹전농, 즉 전혀 보지도 전혀 듣지도 못하는 분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시청각장애’ 자체가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만큼 장애특성과 유형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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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의 존재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 달이 외롭지 않게 함께하는 별의 존재도 감사합니다.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첼로를 연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저도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비춰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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