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발달단계는 엄마가 반드시 필요한 유아동기 수준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 휴일이면 족히 150번 정도 엄마를 호출한다.

용건은 우리가 볼 때는 너무도 시답지 않은 그러나 본인에게는 생사가 걸린 듯 중차대한 ‘언제 마트가 문을 닫는지, 초코우유는 몇 개를 사야하는지.. ’ 등에 관한 이야기다.

문제는 온종일 무한 반복 된다는데 있다.

- 이러한 점에서 발달장애와 치매는 매우 흡사하다. 따라서 치매가 국가책임이듯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도 반드시 필요한 국가정책이라고 생각된다. -

시지프스의 돌덩이도 아니고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데 있어 지치거나 자비로움 따위는 없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대답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나도 한때는 아들에 의해 엄마라고 불려지기를 간절히 원했던 적이 있으니까

아들은 자발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었고 2년에 걸친 언어치료를 받고 “물, 줘”라고 두 어절을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써야 할 호칭은 사용하지 않았고 그 대신 엄마의 소매를 잡아끌고는 했었다.

어린이집 하교시간 엄마라 부르며 달려가는 아이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기만 하다 다시 언어치료라는 감내의 시간이 3년 지나자 아들은 드디어 나의 눈을 들여다보며 엄마라 불러 주었다.

그때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 장면이 내게는 왜 이토록 극적 장치이어야만 했는지 신께 감사하면서 원망도 했었다.

그러나 아들은 어릴 적 못 불러 준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몰아치기로 엄마를 부른다. 반복한다. 되풀이한다. 끊임없이.

키에르 케고르는 그의 저서 ‘반복’에서 반복이란 인생 전체를 감싸는 말이며 일상의 반복이 쌓여 미래가 되고 이것은 곧 희망을 뜻한다고 하였다.

이 지긋지긋하게 리플레이 되는 반복이 삶의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한때 엄마라 불리고 싶었던 엄마는 오늘도 견뎌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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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칼럼리스트
우리아이발달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장애인들의 교육과 사회적 융합에 힘쓰고 있다. 컬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고자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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