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맘마미아2’ ⓒ네이버

영화 ‘맘마미아2’는 전편인 ‘맘마미아1’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그룹 아바(Abba)의 노래들로 구성된 뮤지컬 영화다.

아바의 노래를 추억하는 팬들에게는 아바의 히트곡을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신나는 노래와 율동에 관객도 어느덧 함께 발장단을 맞추며 보게 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싱얼롱관 상영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듯이 이 영화 역시 싱얼롱관 상영을 했다면 아바의 팬들에게 신나는 떼창의 기회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영화 ‘맘마미아2’ 속 장애인 ⓒ차미경

이 영화의 장면 중에 주인공들이 아바의 ‘워털루(Waterloo)’를 노래하는 장면이 있다. 한 식당에서 두 주인공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노래를 부르는데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손님들과 종업원들이 다 함께 주인공들과 신나게 춤추고 노래한다.

노래하고 춤추는 그 손님들 속에는 휠체어를 탄 여성도 있다. 두 다리로 뛰고 춤추는 사람들 속에 휠체어를 타고 앉아 플로어를 빙글빙글 도는 그녀의 춤은 전혀 어색하거나 튀지 않는다.

특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식당의 다른 손님들과 어우러진 그녀의 모습은 그저 평범한 손님 그 자체다. 그 장면이 좋아서 나는 종종 청소년에게 장애 이해 교육을 할 때 아이들에게 이 장면을 보여주곤 한다.

‘신나요~!’

이 장면을 본 아이들 대부분의 반응은 이렇다. 심지어 신나게 들떠서 보다가 집중하지 않은 사이에 미처 휠체어를 못 보고 지나치는 아이들도 있다. 휠체어를 발견한 아이들은 장애인도 신나 보인다고 답한다.

그 중 어떤 아이도 ‘장애를 극복했어요~’ 따위의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는 가장 맘에 든다. 아이들은 내 바람대로 그 장면에서 평범한 장애인을 보고 다른 사람들 속에서 조화롭고 신나게 공존하는 장애인을 본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휠체어를 탄 엑스트라는 줄거리의 흐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주인공들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저 주인공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엑스트라 중 하나일 뿐이다. 굳이 없어도 무방할 캐릭터가 그 장면 안에서 마치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영화 ‘파 앤 어웨이’ 속 장애인 ⓒ차미경

그런 영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 영화를 보다가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 속에 등장하는 휠체어를 보고 문득 시선이 꽂힌 적이 있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 주연의 영화 '파 앤 어웨이(Far And Away, 1992)'에서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이 아일랜드를 떠나 미국 보스톤으로 가는 배를 타고 항해하는 중 한 사기꾼에게 낚이는 장면이었다.

니콜 키드만과 사기꾼이 함께 얘기를 나누며 선상 계단을 오르는 장면 뒤편에 바다를 보며 돌아앉은 휠체어를 탄 선객이 있었다. 그 장면 역시 굳이 휠체어를 탄 선객이 없어도 무방했다.

그저 배에 탄 선객 1,2,3... 중 하나일 뿐. 그럼에도 재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배경 한켠에 휠체어를 탄 선객이 자연스럽게 앉아 있었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네이버

또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1998)’는 어떤가?

이 영화에서도 역시 우연히 만났다.

윌 스미스와 진 핵크만이 함께 쫓기는 차량 도주신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전동휠체어를 탄 할아버지를... 그 역시 단 몇 초만에 지나가 버리는 사소한 배경일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휠체어를 탄 행인이다. 나는 지금 아주 오래전 영화들 얘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는 어떨까?

영국의 BBC방송은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세세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제작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사회적 소수자들이 일정 비율 방송에 출연해야 하고 여성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이미지여서서는 안 되며 장애인을 동정적 시각으로 그려서도 안 된다.

BBC의 그런 제작가이드라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 정도의 수준은 기대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 ⓒ네이버

아주 오래전 ‘사랑이 꽃피는 나무(KBS2.1987~ 1991)’라는 캠퍼스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 나오는 대학생 주인공들 친구 중에는 목발을 짚은 기타리스트가 있었다.

주인공들이 모이는 아지트 격인 까페에서 그는 멋들어지게 기타연주를 하거나 아니면 주인공과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는 조연이었다.

더욱이 그는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장애를 가진 당사자이기도 했다. 그 드라마에서 그는 평범한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드라마 이후로는 그런 시도를 통 만나 볼 수 없다.

장애인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자주 볼 수 없는 낯선 존재이기 때문이다. 낯설면 특별해 보이기 마련이고 익숙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두려운 법이다. 아이들에게 실컷 목이 터져라 장애에 대한 이해 교육을 마치고 나서도 결국 아이들이 하는 질문들은 너무도 사소한 것들일 때가 많다.

어떻게 자요? 어떻게 씻어요? 어떻게 먹어요?... 같은 질문들 말이다. 사실 이런 것들은 함께 지내다 보면, 자주 만나다 보면 생기지 않을 궁금증들이다. 장애가 특별하지 않고 친숙해지려면 자주 보아야 한다. 일상 어디에서든 얼마든지 장애인을 가깝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이웃1, 2, 3... 혹은 거리에 지나가는 행인1, 2, 3...으로 자연스럽게 자주 장애인을 접하는 것만큼 확실한 장애 이해방법이 또 어디 있을까?

거리 곳곳에 다양한 휠체어를 탄 사람이 지나다니고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나 목발을 짚은 사람이 주인공의 친구이거나 이웃집에 산다면, 그런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방송을 통해 접할 수 있다면 ‘난 한 번도 장애인을 본 적 없어서 그렇다’고 핑계를 댈 이유가 사라질 것이다.

자주 접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고 낯선 것에서 생기는 경계심이나 선입견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영국 BBC ‘Strictly Come Dancing’ ⓒ구글

최근 영국의 한 TV 댄싱 경연 프로그램인 ‘Strictly Come Dancing’에서는 휠체어를 탄 댄서가 출연하여 비장애인 댄서들과 함께 멋진 댄싱 퍼포먼스를 보여 화제가 되었다.

장애인 댄싱 경연 프로그램도 아니고 그냥 ‘댄싱 경연 프로그램’에 장애인 출연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굳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프로그램이 따로 있을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명색이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가 아닌가. 이른바 다양성의 시대라 하지 않던가. 적어도 그런 시대에 걸맞는 사회적 품격 정도는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닐까. 2019년에는 그런 사회의 품격을 더 다채롭게 피부로 실감하는 기분 좋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드라마 ‘라이프’의 예선우같은 친구가, 그런 이웃이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서든 숨은 그림처럼 찾아지고 특별한 장애인이 아니라 일반적인 출연자의 하나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어깨를 겨루며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그래서 더 이상 장애인이 낯설고 특별하지 않은 사회, ‘장애인’이란 구별적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2019년에는 적어도 그런 사회에 우리가 함께 살고 있음을 새삼 경험하게 되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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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경 칼럼리스트 ㅅ.ㅅ.ㄱ. 한 광고는 이것을 쓱~ 이라 읽었다. 재밌는 말이다. 소유욕과 구매욕의 강렬함이 이 단어 하나로 선명하게 읽힌다. 나는 내 ‘들여다보기’ 욕구를 담는데 이 단어를 활용하겠다. 고개를 쓰윽 내밀고 뭔가 호기심어리게 들여다보긴 하지만, 깊이 파고들진 않는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동작, 쓱... TV, 영화, 연극, 책 등 다양한 매체가 나의 ‘쓱’ 대상이 될 것이다. 그동안 쭈욱 방송원고를 써오며 가져 왔던 그 호기심과 경험들을 가지고... (ㅅ.ㅅ.ㄱ. 낱말 퍼즐은 읽는 분들의 몫으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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