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앞, 횡단보도를 허리가 ㄱ자로 구부러진 할머니께서 힘들게 짐수레를 끌고 간다. 뒤따라 걷던 젊은 여인이 얼른 옆으로 가더니,

“할머니 도와드릴까요?”

나지막하게 건넨다.

할머니는 젊은 여인의 얼굴을 올려다보더니 앞니가 빠진 입으로 씽긋 웃으며,

“고맙죠.”

쾌히 응하신다.

잠시 후, 힘겹던 짐수레의 뒷모습은 한결 가뿐가뿐해 보인다.

길을 가다보면 참 꼴불견이 너무 많다.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주차해 놓은 고급차, 외제 승용차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은 먼 길을 돌아가야 하거나 역주행을 해야 한다. 장애인들의 그런 행동에 운전자들은 욕을 한다.

“집에나 있지….”

자기 생명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장애인들은 목숨을 두 개라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위험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역주행을 해야 하고 차도로 들어서서 가야하게 만드는 원인은 비장애인들의 불법주차 때문이라는 것을 모른다.

또 5m만 걸어가면 횡단보도인데 거기까지 가기 싫어서 차도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무단 횡단하는 여성, 고급 의상을 입고 돈깨나 투자한 외모가 아깝도록 낯 뜨거운 행동을 한다.

외모에 투자하는 시간이나 금전만큼을 내면의 수양에 힘쓴다면 그 여성은 돋보일 것이고 사회는 살기 좋게 변화하지 않을까?

손자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려고 손잡고 계신 젊은 할머니는 차가 오지 않는다며 빨간불인데도 길을 건넌다. 손자가 ‘할머니 빨간불이야!’ 하는데도 아랑곳없다.

손자에게 무엇을 가르치려는 것인가?

대전역 지하철 엘리베이터 앞에서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께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먼저 탈 것을 권유하신 뒤에 들어와 서 계신다. 이것은 극히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이 엘리베이터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시설입니다. 일반인들께선 건강을 위해 계단을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씌어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뛰어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 장애인보고 “뒤에 타고 오셔야겠네요”라며(차라리 말이나 하지 않으면 얄밉지나 않지) 충고해 주고 가는 사람, 장애인을 똑바로 쳐다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먼저 타는 젊은이들….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는 장애인이 오히려 시선 두기가 민망하다.

언제나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건강한 사람이나 젊은이가 먼저 탄다. 양보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도덕 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만연되어 있다.

이런 모습들은 타인의 불편함이나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 혼자만 편하면 된다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아무리 바쁜 세상이고 배려심이 상실되었다고는 하지만 노인이든 젊은 여성이든 세 사람만 있으면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 먼저 타도록 양보하는 법이 절대 없다.

아예 모른 척하면서 무조건 자신들이 먼저 들어간다. 그렇게 차례에서 밀린 휠체어 장애인은 엘리베이터가 세 번을 오르내린 후에야 차례가 오곤 한다.

세 사람이 모이면 강하다! 세 사람이 모이면 법도, 도덕도, 양심도, 배려도 상실하고 만다.

오늘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또 엘리베이터 앞에서의 모습들은 어지럽고, 무질서하고 개인주의에 만연한 현실에서 아직 먼 곳에서 겨울잠에 취해 있는 따뜻한 봄 햇살을 본다.

세상은 늘 이래야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도, 힘없는 노약자들도 살맛 나는 게 아닐까?

뭉치면 강하다!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살맛 나는 2019년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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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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