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훈 칼럼니스트(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원장). ⓒ에이블뉴스

사회복지사는 지역내에 거주하고 있는 취약계층을 찾는다. 그게 주된 임무이기도 하고 이 취약계층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자립하지 못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노인, 미혼모, 장애인 등을 일컫는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부터 이런 행동은 자연스럽게 훈련되어진다. ‘힘든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좀 더 세부적으로 나열해 보자.

가난은 대물림되어 현재 살아감에 있어 매우 열악하고 힘든 사람들이 있다. 사회복지사는 이들을 찾아 사회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범위 내에서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찾아 제시해주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도록 돕는다.

딱 봐도 좋은 일이지만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또는 사업이 종료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서류들을 수행해야 한다. 학문적으로는 사회복지행정이라는 그럴 듯한 표현을 사용하지만 실상은 괴롭기만 하다.

행정이란 틀은 지침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 지침은 곧 평가라는 회초리를 맞이하게 되고 회초리를 피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해야 한다. 일의 강도와 분량은 어떻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이뤄야하는 일들이기에 어려움을 무릅써야 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 및 단체의 잘못된 평가제도에 근본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 물론, 평가라는 것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는 사회의 복지시설에 대한 감시체계이자 질 높은 서비스와 진보된 발전방향의 기본인 것은 틀림이 없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며 사회복지사는 열심히 일을 하고 휴일에 자신들에게 ‘쉼’이라는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쉬는 게 쉬는 것은 아닐 때가 있다. 가정사가 있으며 개인사가 있다. 사회복지사도 사람이기에 이런 피로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두에서 말했듯이 힘든 사람들을 찾아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들의 욕구를 풀어주는 스트레스는 과연 어디서 풀어야 한단 말인가. 사회복지사들에게도 상담과 케어라는 지속적 관심이 필요한데 말이다.

사회복지사들이 평소 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될까? 2007년에 대한직업환경의학회에서 발표한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근무 사회복지사들의 직무스트레스 수준’이란 학술논문을 살펴보자.

이 논문에 의하면 사회복지사들은 직무요구, 직무자율성결여, 보상부적절로 인한 스트레스 수준이 모두 높게 나왔다고 한다. 또한 업무형태, 근무시간, 정규휴식시간, 직위에 따라 직무스트레스 수준에 차이가 나타난다고 한다.

서비스와 행정을 둘 다 수행하는 경우에 직무스트레스 총점, 직무요구, 관계갈등, 직무불안정, 조직체계, 보상부적절, 직장문화 영역의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높았고, 근무시간이 10시간 이상인 경우에 직무요구 영역에서, 일선 및 선임사회복지사가 직무자율성결여 및 보상부적절로 인한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좀 더 쉽게 말해 사회복지사는 자신들의 직무에 대한 부담감과 업무를 함에 있어 매번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사회복지사의 직무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와 행정업무 병행에 대한 조치 및 정규휴식시간 확보가 필요하고,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 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여기서 드는 생각 한 가지. 사회복지사에게 쉼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건 아마도 반드시 필요한 삶의 조건일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그들과 이야기하며 소통해야 하는 휴먼서비스는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이 높다. 책임감은 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필자가 만난 한 사회복지사는 ‘왜 당신은 쉬지 않고 일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 쉬는 거죠. 처리해야 할 행정서류도 많고... 조직사회에서 나만 힘들다고 쉴 수도 없고... 제가 담당하는 대상자들에게도 미안하고... 어쩔 수 없잖아요.”

소명의식이 확실한 사회복지사들이 이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회복지사들 보다 많다. 이런 사회복지사들은 자신이 없으면 아무런 일도 되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사회복지사들이 스스로 쉼 없는 삶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론은 내가 없어도 어차피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감히 말하지만 사회복지사에게 쉼이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며 더 많은 일을 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거름과 같은 행동이라는 것을 꼭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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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법인 누리봄 산하시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시설장으로 일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경험하는 소소한 삶의 느낌과 감동, 사회복지현장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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