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술훈련 프로그램 중 다양한 감정을 인식하고 소통하기 위한 단계로 감정표현을 하는 활동이 있다. ‘감정온도계’라는 이름의 이 활동은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나누고 소통하여 활동하는데 의의가 있다.

필자는 이 활동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즐거웠던 순간 또한 듣고 싶은 말, 듣기 싫은 말을 함께 적어 제출하도록 한 후, 아이들 모두 손을 잡고 선생님을 둘러싼 모양을 한다.

선생님이 작성된 내용 중 한 가지씩 읽어 내려가며 아이들은 그에 따른 감정을 황동에서 정해진 방법으로 표현해 보는 활동이다.

여기서 정해진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감정을 느끼는 만큼 발걸음을 이동하는데, 기분이 좋거나 즐거울 때는 손을 잡은 상태로 선생님에게 가까이 오고, 화가 나거나 속상하게 느껴질 때는 선생님에게서 멀리 발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서로의 감정을 거리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아이들은 같은 상황에서 모두 유사한 감정을 느끼며, 이야기에 따라 감정의 거리가 달라져갔다. 스스로 겪은 감정이 아니었지만 공감하며 불쾌한 감정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듣고 싶은 말’ 에 자주 등장했던 것은 [고마워] 라는 말이었다.

감정온도계 활동 중 [고마워]라는 말은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의 거리를 가장 감정적으로 가깝게 할 수 있었던 단어로 ‘칭찬을 받게 되었을 때, 도움이 되었을 때, 인정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아이들은 표현했다.

상대방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서로 돕는 친구 관계에서 중요하게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아이들은 ‘고마워’라는 말보다 ‘미안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장애 아동의 부모들은 양육방식에서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게될까 염려되어 ‘미안하다’는 말은 자주 가르치지만, 정작 ‘고마워’라는 말을 하거나 또는 듣지 못한 상황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이들은 감정온도계라는 활동에서 사소한 상황에서도 들을 수 있는 ‘고마워’라는 말을 통해, 무엇인가 도움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낌과 동시에 타인에게 신뢰를 쌓았다는 만족감도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자폐아동의 경우는 특히 ‘감사하다. 고맙다’라는 추상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평소에 배려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이들에겐 서로에게 [00해서 고맙다]라는 말을 하는 행위는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부끄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고맙다’라는 말을 하는 행동이 부끄럽고 창피할 수 있지만, 행동한 뒤의 감정을 경험하고 타인의 반응을 느껴보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이라는 것은 듣고 배워서 아는 부분도 많지만,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타인의 반응을 느끼는 경험이 촉매제가 되어 더욱 많은 표현을 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올 한해 사회성기술훈련프로그램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들을 소개했었다. 칼럼에 기술된 다양한 기술들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훈련하는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 부족한 저의 칼럼을 읽어주신 수많은 독자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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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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