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이제 4일밖에 남지 않았다. 직장이나 여러 단체들의 송년회도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남은 휴가를 사용해 멀리 여행을 떠난 이들도 보인다. 늘 그러하듯 이 시기가 되면 다가올 새해의 계획을 세우는 이들도 하나, 둘 늘어간다.

건강에 관한 계획에서부터 학업이나 여행에 관한 계획까지 저마다 자기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들을 새해 계획으로 세우곤 한다.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도 새학년을 앞두고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졸업 후 자신의 진로를 위한 여러 계획들을 세우곤 한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요즘은 참으로 많은 학생들이 자기가 세운 계획을 꾸준히 실천해 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들이다.

여간 대견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삶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나 역시 대학생들처럼 미래를 위한 크고 작은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이것, 저것 준비하다 보니 유독 대학 시절에 내 모습들을 많이 돌아보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후회스러운 일들이 많다. 그런데 그때 내 모습들이 요즘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 장애대학생들 중 몇몇에게서도 그대로 발견되는 것 같아 마음이 몹시 답답해지곤 한다.

새해를 맞으며 많은 이들이 또 무언가를 새롭게 계획하고 그만큼 앞서가려 하는 이때에 그런 장애 대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로 올 한해를 마무리 해 볼까 한다.

요즘 장애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진로와 관련해서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유형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이 확실히 정해져 있고 실현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학생들이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 대부분 해당 분야에 이미 진출한 장애 당사자들도 있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하나하나 스스로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둘째 유형은 자신이 진출하고 싶은 분야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이는 학생들이다. 이들이 진출을 희망하는 분야에는 장애 당사자가 진출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거나 직무에서 활용하는 주요 기능들이 이들의 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체기관을 주로 활용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사회적 편견이라는 벽이 높이 가로막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도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그만큼 어려운 분야로의 진출을 희망했기에 더 열심히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러한 노력으로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영역에 진출하는데 성공하거나 약간의 목표수정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아가곤 한다.

마지막 유형은 자신이 진출하고 싶은 분야조차 아직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이다. 이들이 가장 많은 조언을 필요로 하고 여러 가지 걱정을 하게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 이러한 유형에 가까웠다. 이들에게 몇 가지를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먼저, 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어떤 분야에 장애인이 얼마나 진출해 있는가 하는 것들을 살펴보기에 앞서 자기 자신과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어떤 것들을 하면서 내가 즐거운지, 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인지 먼저 답을 찾아 보아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고 그러한 것들 속에서 하는 일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자유롭게 적어 보고 그러한 일들로 구성된 직업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이런 작업을 먼저 해야 자신이 진출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가 결정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한다 해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그 분야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이내 사실은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있는데 그 분야는 어떠냐는 질문으로 바뀌게 되고 이런 과정만 계속해서 되풀이하게 된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만 부정적인 의견이나 사례를 들으면 도전조차 해 볼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시간들이 1~2년이 지나가면 주변의 학생들이 하나둘 자신의 진로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조급한 마음까지 들게 된다.

그러면 결국 전공을 잘못 택했나 하며 다른 대학에 입학하거나 편입해 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그러면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마음에 진로를 위해 무언가 시도해 보는데 더 많이 망설이게 된다. 그렇게 조금 시간을 보내면 눈앞에 졸업이 다가와 있기 쉽다.

만약 이러한 장애대학생들이 있다면 먼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번 방학 동안, 혹은 새해를 맞아 가장 먼저 결정해 보라 이야기 하고 싶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이 결정되어 있다면 그때 누군가의 조언을 구하고 장애 당사자들이 진출해 있는지 따져 보아도 늦지 않는다.

그래야만 부정적인 조언을 들어도 그러한 부분들에 유의하며 노력해 보면 된다 생각할 수도 있고 장애 당사자가 진출한 사례가 없으면 내가 개척자가 되면 된다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하다보면 그 꿈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설령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더라도 약간의 수정을 통해 큰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서도 보다 안정적인 미래에 도달할 수 있다.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장애대학생들이 있다면 늦었다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에 앞서 자신과 먼저 꼭 대화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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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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