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필자가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을 때 낯선 아이가 자연스레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는 호랑이 나오는 책인데, 그게 마음에 들어요?”

고개를 돌려보니, 한 아이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해 있었다. 아이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을 하고는 몇 살인지 물어보니, 아이는 4살이라고 말했다.

키가 작고, 불분명한 말투에 시력이 좋지 않은지 나이에 맞지 않은 매우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던 그 아이는 매우 씩씩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이의 부모는 다급하게 다가오더니 “아휴, 죄송합니다.” 하고 아이를 데려갔다.

4살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씩씩하게 말을 거는 모습이 필자에게는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부모의 모습에서 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결정을 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평범한 아이가 타인에게 씩씩하게 말을 걸면 사회성이 좋은 것이고, 장애가 있는 아이가 타인에게 씩씩하게 말을 걸면 문제가 되는 행동일까?

어쩌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실제와 다르게 선입견을 가진 부모가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밝은 표정으로 스스럼없던 그 아이에게 앞으로 아무에게나 말을 걸면 안 된다고 가르칠 부모를 생각하니 마음이 한 켠이 아팠다.

사회성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감정과 배려를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감정을 나누며 생각을 물어보고, 반응을 기다리던 그 아이는 사회화를 위한 한걸음을 내딛었던 것으로 생각이 된다.

사회성의 더 깊은 나머지 부분은 사회 속에 참여하여 배우게 된다. 유치원이나 학교 등과 같은 단체 속에서 사회의 기준에 맞게 행동하기 위한 일정한 양식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며, 도덕성과 자기조절력 등을 키워나가게 될 것이다

장애아동들이 학교에서 사회성을 키우는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각기 다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넘어 자기만의 조절능력으로 행동을 바꾸는데 필요한 시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이라고 본다.

사회에 한걸음 내딛는 친구들에게 ‘안돼’ 라는 행동양식을 먼저 가르치기 보다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며 스스로 알맞은 방법을 찾고 한계를 이겨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사회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들은 사회성을 높이기 위해 좋은 롤 모델(Role model)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상황을 받아들이는지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관찰과 모방을 하게 된다. 부모의 감정, 표정, 행동들은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기초적인 정서체계를 마련해줄 것이다.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은 기질적인 면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지만 후천적인 요인에 따라서도 크게 좌우될 수 있으므로 부모가 많은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특별한 활동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장애를 지녔다고 해서 상황의 한계를 부모가 결정하지 말고, 한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좋은 본보기가 되어 함께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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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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