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지체장애 3급)는 지난 11월 29일 지인이 수원시청에 일이 있어 함께 가자고 했다. 지인이 시청에서 일을 보는 중간에 김씨는 잠시 담배를 피우고 싶어 밖으로 나왔다. 시청 앞마당에서 밖으로 나가는 곳은 공원처럼 잔디가 잘 깔려있었다.

김씨는 밖으로 나가는 도중에 한 아주머니가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산책 나온 것을 발견했다. 강아지가 외출을 할 때에는 목줄을 하여야 하는데, 목줄을 하지 않고 아주머니 주위를 맴돌며 뛰어다녔다. 김씨는 다리가 불편하여 빨리 움직이지 못하여 개에게 호되게 당한 생각이 들자 겁이 났다.

견주는 사랑하는 개일지 모르겠으나, 타인인 누군가에게는 경악할 일이고, 초긴장 속에 두려움에 떨 수도 있으며, 끔찍하게 싫을 수도 있다. 그것이 과민반응이 아니라 그러한 일이 없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 개를 키울 자격이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강아지가 달려들면 꼼짝 못하고 당해야 하는데, 왜 사람들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을까 싶어 아주머니에게 훈계 반 원망 반으로 따지기로 했다.

“개 목줄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는 것 아시죠?”라고 말하자 아주머니는 웬 간섭이냔 듯이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김씨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장애인이 사진을 찍는 행동보다 아주머니가 강아지 두 마리를 잡아 얼른 유모차 속에 숨기는 것이 빨랐다. 김씨는 더 약이 올랐다.

김씨는 신고를 하기 위해 사진도 못 찍게 되자, 아주머니를 더욱 나무라고 싶어졌다.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주머니에게 욕설을 하며 왜 규정을 지키지 않느냐고 하였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욕설을 하였다며 112 신고를 하였다. 인계파출소에서 출동하여 김씨는 경찰서로 가게 되었다.

경찰차 안에서 김씨는 잘못은 아주머니가 했는데, 그것은 단속하지 않고 왜 나를 잡아가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경찰은 개의 목줄을 하지 않은 단속은 구청의 일이고, 욕설을 한 것은 형사적 문제로 경찰의 소관이라고 했다. 김씨는 “무슨 개 같은 일이 있냐?”고 하면서 억울한 마음에 “장애인에게 한국은 개XX 나라”라고 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병신이 육갑을 떨고 있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을 들은 김씨는 “죽고 싶다.”고 심정을 말했다. 그러자 경찰은 더 이상의 소란을 제압하고자 수갑을 채웠고, 그 상태는 조사가 끝나기까지 계속되었다.

김씨는 가족과도 인연을 끊고 고시원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월 95만원 정도의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자신의 힘겨운 삶이 원망스러워 평소 흥분하면 욕설이 입에 붙게 되었다. 입버릇처럼 힘들 때마다 ‘죽고 싶다’는 말도 자주 하게 되었다.

지금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지만, 여기서 더 어려워지면 죽어버리는 게 낮다는 배수진을 치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갑을 차야 할 정도의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수갑을 차고 경찰로부터 ‘병신 육갑을 떤다.’란 말을 들으니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눈이 뒤집히고 돌아갔다.

조사를 마치고 김씨는 경찰에게 그러한 비하발언을 들으니 상처가 너무 심하다며 항의를 하였고 조사를 해 달라고 하였다. 경찰은 욕설은 한 적이 없고, 수갑은 ‘죽고 싶다.’고 하여 자살 예방차원에서 채운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정말 죽고 싶다는 말이 자살로 들렸다면 자갈을 물렸어야 하는 일이다. 이는 분명 과잉진압이라 여겨졌다.

김씨가 장애인권익옹호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다른 일이 너무 많아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래서 여러 장애인단체에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한 장애인단체는 경찰이 욕설을 한 적이 없다는 말에 더 이상 도움을 줄 방법이 없었다.

호송차나 출동차는 만약을 생각하여 항시 녹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니 경찰서에서 진실을 밝히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결백하다면 기록을 공개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만약 장애인이 자해행위 등 위험이 감지되어 수갑을 채운 것인지, 아니면 소란에 대한 제압 차원이었는지, 말에 일관성이 없다. 그것이 매뉴얼대로 한 것이라는 것이 맞는지는 따져볼 문제이다.

김씨가 욕설을 평소 입버릇으로 하는 것이 잘한 일은 결코 아니다. 모욕죄 등에 해당한다고 하면, 아무리 어려운 삶을 살았더라도 앞으로는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번 사건처럼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인 제공자도 같이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사진이 없으니 개 목줄 채우기를 위반한 아주머니는 신고가 불가능하다.

자신이 한 욕설은 가볍게 여겨졌을지 모르나 본인이 당한 욕설은 너무 상처를 크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더구나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육갑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그것도 공권력을 가진 공무원으로부터 들었으니 그냥 넘어가면 병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처의 치료는 가해자의 합당한 사실 인정과 처벌로 치유될 수 있다.

김씨는 일관되게 자신이 욕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고, 경찰이 한 욕설도 주장하고 있어 경찰이 그러한 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신빙성이 적어 보인다. 그 말을 듣고 김씨가 눈이 돌아갔을 정도로 이성을 잃게 되었다고 하니 지어낸 말로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은 겉으로 보기에는 지체장애인 3급인 장애인이 사실은 뇌전증 장애인이기도 한데, 당사자가 ‘지랄하네’와 거의 강도가 유사한 ‘육갑떤다’란 말을 들었을 때의 스트레스를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김씨는 권력남용과 장애인차별, 모욕죄로 해당 경찰을 고발했다.

장애인에게는 온갖 사회적 장벽이 있다. 그런데 그 턱과 같은 장벽보다 움직이는 동물들은 더 위험하고 위협적이다. 그러니 법이 있음에도 지키지 않는 그 아주머니가 너무 밉고 왜 이러한 단속을 하지 않느냐는 사회에 대한 원망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껴졌다.

김씨는 욕을 한 것을 인정하지만 참지 못한 것은 법을 제대로 지키도록 감독하지 않는 사회의 원망이 더 커서 그것이 더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공권력이 욕설로 장애인을 비하하여 상처를 준 사실에 대하여 경찰은 정당의 조사와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욕설을 한 김씨의 행동이 잘한 일이 아니라고 하여 공권력이 행한 언어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경찰의 신뢰를 위해서라도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조사를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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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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