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모든 사업주를 대상으로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의무화 된 것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장애당사자들도 이러한 양성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교육이 법제화 되고 또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사 양성과 관련하여 일부 비판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제도 시행 초기인데다 아직 강사양성이나 각급 사업장들의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과 관련된 분석 등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교육과 관련해 꼭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가지 해 볼까 한다.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일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나 쉽게 수용이 안 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장애계에서 전문가라는 호칭이 전혀 아깝지 않거나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을 볼 때 아주 드물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맞다 생각되는 이야기들 속에서도 가끔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권위와 전문성 등을 겸비하고 있기에 나의 앎이 부족하거나 견문이 넓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정리된 내용이 보편적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곤 한다.

장애도 각각의 특수성을 갖는 개인들과 또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 관련되어 있기에 절대적으로 보편타당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장애 부모나 가족들에게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논거로 장애에 대해 자신들이 매우 잘 알고 있음을 사용하는 경우를 볼 때도 있다. 물론 장애를 가진 자녀나 가족이 없는 이들에 비해서는 분명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과연 장애당사자인 자녀나 가족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그 장애당사자인 자녀나 가족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동일한 장애를 가진 모든 이들을 대표할 수 있을 만큼의 보편적 특성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이들을 비판하기 위해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인식개선 강사들이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이다.

1년에 1회 1~2시간 정도 진행되는 인식개선교육은 주제나 내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그 교육시간에 들은 내용들과 강사의 생각이 그들의 장애에 대한 생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더욱 클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강사가 장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왜곡되어 있다거나 아집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강사의 수업을 들은 이들은 장애에 대해 또 다른 의미의 편견을 가지게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가 신체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낸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들에 대해 이미 여러 번 이야기 해 왔듯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 또한 마치 바람직한 장애인의 모습, 또는 보편적인 장애인의 특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한 지인이 '책을 딱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 책이 진리이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장애인식개선교육에서도 이 말을 늘 되새겨 보면 좋을 것 같다.

강사도 스스로 책 한권 읽은 사람과 같은 모습이 되지 않는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며, 강의 내용이 교육생들에게 딱 한 권의 책이 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

또, 강사를 양성하는 기관들도 양성과정이 강사에게 단 한권의 책이 되지 않을 것인가 각별히 살펴가며 양성교육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장애에 대한 이해의 기본은 다름에 대해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장애인식개선 교육에서도 절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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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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