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017년 1분기.

저는 그때 정신적으로 크게 아팠습니다. 정신을 잃었고 사무실에 출근을 해도 일이 잡히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관리자들이 병가를 내고 정신과 진찰을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결국 정신과 진찰을 받았고 실제로 위험한 순간이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쇼크’ 또는 ‘공황’상태였습니다. 원인은 웃기게도 절대로 친구라고 말할 수 없는 고등학교 때까지 원수지간으로 지냈던 자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2

한 달 전

이번에는 정신과적 충격은 없었지만 의사의 긴급 지시사항이 내려왔습니다.

“절대로 식장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식사만 하고 돌아가세요.”라는 지시사항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일은 친척의 결혼식이라 불참도 불가능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결혼한 친척은 저보다 어린 사촌 여동생이라 정신적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최근 1년 동안 겪은 두 사건이었지만, 공통된 원인은 다른 사람의 결혼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남이 결혼하는데 왜 제가 이런 반응을 하냐고요? 저는 연애조차 해 본적이 없고 결혼한 사람이 제게 ‘자존심을 긁게 만드는’ 사람들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2017년까지 연애는 항상 신년 목표로 잡았을 정도로 반드시 해보고 말겠다는 이슈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충격 때문인지 2018년 목표에는 연애 이야기를 빼고 말았습니다.

저는 사실 연애하고 결혼해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입니다. 첫 번째 평생의 소원이었던 기독교 입교는 2016년에 이뤘기 때문에 여한이 없지만, 연애와 결혼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링키지랩 근무 시절에는 다른 장애유형의 직원이었기는 하지만 직원 결혼식까지 참석해야 했을 정도로 결혼이 이제는 머지않은 이슈가 되었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연애조차 못 해봤으니 지금으로서는 그림의 떡인 이슈인 셈이죠.

그리고 올해에도 마음에 드는 이성을 3명이나 찾았지만, 다른 남자가 있다고 그 사람이 먼저 제게 알려오는 일이 있을 정도로 줄줄이 ‘퇴짜’ 맞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결혼소식에 지친 것도 서러운데, 연애 시도가 3번이나 ‘퇴짜’를 맞았으니 올해는 너무 서운했습니다.

자폐성장애인의 결혼률이 0%라는 충격적인 통계를 장애인개발원 근무시절에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산술적인 0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수점 단위의 결혼률이라 0이라고 통계가 나온 것인지는 조금 헷갈립니다. 보고된 숫자에 대해서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폐성장애인의 욕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히 연애하고 결혼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잠재되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estas의 한 구성원은 외국인과 연애 중일 정도입니다.(국적 등 자세한 정보는 개인 프라이버시 존중을 위해 공개치 않겠습니다.)

벌써 12월이 다가오고 있으니 저는 걱정이 앞섭니다. 올해도 연애 못 해보고 해를 넘기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앞서거든요.

게다가 자폐성장애의 특징을 그대로 환영해 줄 여자가 있는지가 참 궁금합니다. 하긴 성인 자폐성장애인이 연애를 하는 이야기가 대중매체에 나온 적은 딱 한번, 그나마 중심 스토리가 아니었다는 것이 슬펐습니다. 그리고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였습니다.

참고로, 자폐성장애인의 연애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별나도 괜찮아’ 시즌 1의 경우, 주인공이 자폐성장애인인 것은 맞지만 성인 전환기의 청소년이라서 예외입니다. 네, 대중매체부터 자폐성장애인의 연애를 신기한 일로 여기니 대중들이 그런 것을 환영해 줄 턱이 있는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죠!

내년의 소원도 그렇게 ‘여자 사귀기’가 돼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년에는 과연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서 연애 한번 해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도 솔직히 장담은 못 하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난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소위 말하는 ‘작업 걸기’에는 영 소질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연애를 시도한 것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접근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 접근이라는 것이 여간해서 너무 어려웠습니다. 다 실패했어요!

그래서 안전하게 소개를 받으려고 했는데, 소개받고 싶어서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잘 안 되었습니다. 과연 누구한테서 소개받아야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2019년에는 제가 연애를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저조차 장담 못 합니다. 2019년에는 연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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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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