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세종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토크쇼 방식의 새로운 강의법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하고 있는 이은영·이숙경·이미영 강사. ⓒ서인환

장애인식개선교육은 보통 강의식으로 진행된다. 강사 1인이 장애의 개념, 법과 제도, 편의시설과 보조기, 차별과 다양성, 장애인 응대 등을 강의하면서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자료나 생각해 볼 과제를 강의 중간에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 12일 세종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토크쇼 방식의 새로운 강의법을 선보였다. 이 교육은 학교의 연구 담당 선생님의 제안으로 준비되었다. 학교측에서 일제식 강의는 따분하여 집중도가 낮으니 감성을 일깨우는 새로운 방식의 강의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장애인인권센터에 의뢰해 왔다.

이러한 강의 의뢰를 받고 이은영·이숙경·이미영 장애인식개선 전문강사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하여 세 사람이 서로 대화를 하면서 강의를 하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한국장애인재단에서 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토크쇼 방식의 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한 바 있기는 하지만,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예인을 초빙하여 장애인식개선 캠페인을 하면서 공연을 하는 방식이었다.

또 토론식 강의로 리더를 하면서 편견과 차별에 대하여 토론을 하는 교육 방식은 있었지만, 이렇게 세 강사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장애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토크쇼를 한 교육은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다.

이 세 강사는 ‘에프터 유’라는 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개발한 강의 방식에 ‘톡 투 유’라는 이름을 붙였다.

진행은 전반부는 이은영 강사가, 후반 질문 방식은 이미영 강사가 진행을 하였다. 이은영 강사는 장애아를 둔 부모의 입장이다. 그리고 이숙경 강사는 장애인으로서 비장애인 자녀를 키운 경험자이다. 그리고 이미영 강사는 비장애인의 입장이다.

장애에 대해 의료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yes. I can’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보여주고 휠체어를 탄 이숙경 강사에게 정말 장애인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숙경 강사는 27살 회사에 다니다가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고, 퇴원하여 갓난아이와 침대에 누워 있게 되었는데, 아이를 보자 엄청난 용기가 생겨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그리고 할 수 있다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숙경 강사는 아들을 대학에 보내기까지 한 번도 학교에 간 적이 없다. 아이가 받게 될 시선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의 학교생활 사진에 자신은 들어 있지 않다. 어떤 때에는 학교 정문까지 갔으나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자식이 받게 될 사회적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용기를 낼 수 없었지만 이제 젊은 장애인 엄마들은 학교에 자연스럽게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인식개선 강사가 되었다고 말하였다.

서로 질문을 주고 받고 있는 (사진 좌측으로부터) 이미영, 이숙경, 이은영 강사. ⓒ서인환

이은영 강사는 1997년 병명을 알 수 없는 희귀병을 가진 딸이 태어났는데, 불안과 두려움에 떨면서도 딸의 목숨만 살려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가장 두려웠던 것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장애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비참함을 느끼게 좌절을 했다고 하였다.

아이의 치료를 위해 독일을 방문하였을 때 낯선 곳이라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장애인식이 개선된 사회라는 안도감이 컸다고 하였다.

이미영 강사는 과거는 장애는 숨기는 분위기여서 자신이 어린 시절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고 그래서 장애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면서, 이 무지가 무관심하거나 나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이 억울하다고 하였다. 이제 무지의 기간이 끝나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끝내야 한다고 하였다.

이제 더불어함께 살아야 하며, 장애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고 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바로 누구나 살만한 세상이라고도 했다. 장애인은 도와주어야 한다고 대상화하는 교육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문제 집단처럼 대상화는 하지 말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돕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가르쳤으면 한다고 하였다.

키가 작은 사람을 위해 야구장에서 올라설 수 있는 박스를 주어 경기를 잘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펜스를 투명하게 만드는 발상이 필요하다며,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어른들이 편견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하였다.

장애인은 불쌍하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회의 장벽을 제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교사들이 어른으로서 그 역할을 먼저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강사들끼리 서로 질문을 하는 식으로 수업은 이어갔다. 이은영 강사에게 이미영 강사가 교사들에게 부탁할 말이 있는지 물었다. 장애부모들에게 조금만 더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고 장애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보스니아 청각장애학생 이야기’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한 청각장애아를 위해 전교생이 수어를 배운 사연이 담겨져 있었다.

이미영 강사는 이숙경 강사에게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 주었으면 하는지 물었다. 같은 사람으로 대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답하였다.

이번에는 이숙경 강사가 이미영 강사에게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런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며 이미 장애인이 된 이숙경 강사는 비장애인 시절 그런 생각을 해 보았는지 되물었다. 이숙경 강사도 꿈에도 그런 생각을 해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장애인이라고 답하였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께’라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훗날 부모가 과거에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받았다고 자녀에게 말하면 아이가 ’그런 걸 배워야 아나요?‘라고 놀라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이은영 강사는 이숙경 강사가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했는데, 장애아를 둔 자신은 12년을 매일 학교에 갔어야 했다며, 부모가 따라가지 않아도 학교에서 장애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고 말하였다.

세 강사들은 조를 이루어 늘 같이 강의를 다닌다. 어느 학교에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제가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장애 친구들도 제가 잘 못하는 것인데 잘 하는 것이 있으면 저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는 말을 들으며 정말 성숙된 건전한 아이들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

또 어느 학교 교육을 마치자 한 학생이 다가와 “우리 큰아버지가 장애인이신 줄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들었을 때 큰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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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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