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대학에 간다? 사실 가능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조차 대졸자(상명대학교 영상학부 졸업)이기 때문에 증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제가 있는 성인 자폐인 자조모임 에스타스(estas)의 가입회원 상당수가 대학(전문대학 포함) 재학 이상입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대학생이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입시는 공정하지 않고 몇몇 대학은 구조적 장치로 발달장애인의 대학입학을 제한하는 방법(대표적으로 최저학력 제한선)으로 발달장애인의 대학입학을 구조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폐성장애인의 입시 응시를 금지한 학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발달장애 대학생들이 구조적으로 힘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대학입학 이후에 벌어지는 일이죠.

먼저 발달장애 대학생을 만나본 기회가 없었던 대학생들에게 ‘뜬금없이 나타난’ 발달장애 대학생을 환영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들의 ‘존재사전’에는 발달장애인이 없었는데 그들에게 갑자기 발달장애인이, 그것도 자기 옆에 등장했으니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장애인식 개선교육을 대학생들에게 제공해야하며, 발달장애 대학생도 자신도 ‘다른 친구’들처럼 같이 공부하고 함께 젊음을 나눌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다음으로 발달장애 대학생이 학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학은 냉정합니다. 출석과 결석에 대한 강제가 없는 대신 학점 제한을 바탕으로 한 ‘학사경고’를 이용해서 학생들을 견제하기 때문입니다. 아, 참 저는 ‘학사경고’를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장애 대학생들이 대학에 갈 때 적어도 대학공부를 할 수 있는 최저한의 학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발달장애 대학생이 ‘학사경고’를 받지 않고 대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 시험은 고등학교까지와 달리 주관식 논술 시험 같은 완전히 다른 유형의 시험을 보는 것도 엄청난 주의사항입니다. 상당수의 대학은 객관식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딱 1번만 객관식 시험을 치른 적이 있었습니다. 5지선다형만 해도 힘든데 8지선다형였기 때문에 더 어려웠지만요.

특히 영어 공부는 전공이 어떠한지에 따르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장애학생에게는 우대 조치를 하더라도 영어 졸업 조건 규정을 의무적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영어 공부는 전공과목 공부와 함께 해야 하는 공부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저도 대학 영어졸업조건을 3학년 1학기 대체과목 일정 성적 이상 이수로 통과했을 정도입니다.

세 번째로는 대학에서 장애학생들이 동아리, 학생회, 장애인 인권 활동 단체 등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에는 다양한 동아리가 있습니다. 저도 사실 학교에서 찍는 사진과 다른 ‘내가 찍고 싶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고 싶어서 다큐멘터리 사진 창작 교외 연합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여러 번의 개편이 있게 된 뒤 완전히 해산했습니다.

그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어차피 전공이었던 사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었고, 결국 동아리 활동의 절정이었던 3학년 때 “예술은 사회와 분리될 수 없다”라는 의미심장한 작업 관련 발표 도중 그렇게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대학전공과 더불어 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는 등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 번째에서 파생된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발달장애 대학생들도 젊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저도 몇몇 대학 동기나 후배, 다른 활동으로 알게 된 친구들과 가끔 전화로 안부도 물어보고 가끔 같이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젊은 날의 고민을 나눌 수 있고 장애를 떠나 젊은 날을 보내며 겪는 고민을 같이 이겨낼 그런 사람들도 필요할 것입니다. 만약 저는 대학 졸업 이후 지금까지 못해본 연애까지 할 수 있다면 더 좋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제일 걱정되는 것은 많은 발달장애 대학생 인재들이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학생증을 사원증이나 명함으로 바꾸는 일’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발달장애 대졸자들이 취업을 제때, 제자리에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힘듭니다. 발달장애 인재들이 직장을 구해야 더 안정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고, 경제적 자립도 할 수 있는데 발달장애만 보고서 일단 탈락시키는 그런 몰지각한 기업주들의 처사에 언제나 분노합니다.

대학생활의 완성인 취업에서 이런 모습이 나온다면 대학생활은 엄격히 말하면 끝나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 대졸자라는 영광의 ‘학력 성취’를 위해서는 대학입학의 험난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 이후의 대학 생활도 걱정해야 합니다.

이제 수능을 봤겠고 대학의 정시모집 시즌과 후반기 수시모집 일정이 진행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수험생 모두가 바라던 대학에 진학해서 2019년 3월에는 발달장애 대학생이 더 많이 대학 캠퍼스를 활보하며 대학생활의 로망을 즐길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해봤기 때문에 여러분도 가능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수험생 여러분, 2019년 3월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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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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