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같지 않은 병원, 센리재활병원의 본관 전경. ⓒ이찬우

지난 10월 23일, 일본의 오사카에 있는 회복기 병원 '센리재활병원(http://www.senri-rehab.jp)'을 방문하였다. 회복기 병원은 급한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한 중간 과정의 병원을 말한다. 한국에서도 시범사업으로 시행중인 재활전문의료기관과 동일한 형태이다.

인사를 나눈 요시오 마사하루 부원장은 필자와 일행에게 과거 입원했던 한국 병원의 편의시설이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자랑하듯이 베리어프리는 문제없었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이곳 병원은 의도적인 불편함을 제공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환자들이 살 곳은 집과 지역이니 완전한 베리어프리(무장애)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일리가 있다.

이곳 재활병원은 ‘주의 재활(注意再活)’을 한다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지만 부원장의 설명에 바로 이해가 갔다. 이곳 환자의 70%는 뇌졸중환자라고 한다. 이들은 늘 주의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는 환자군이다.

예를 들면 의자에 앉을 때도 주의를 해야 하고 일어날 때도 주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회전이 잘 되는 의자를 사용하여 주의를 하도록 훈련을 한다. 테이블위에도 전등을 가까이 달아 놓아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를 하도록 훈련을 한다. 오히려 외부 손님들이 부딪히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의 안내표시도 눈에 띠지 않게 작다. 안내를 위한 사인도 아주 작게 제작해서 부착하였다. 화장실로 가는 표시도 없다. 계단에는 보조 손잡이도 없다. 별실이 있는 옥상에도 가는 길을 지그재그로 설치하여 주의하도록 했다. 비를 피하는 캐노피도 없다.

늘 주의하고 정신 차리면서 생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가르침이다. 의도적인 불편함을 통해 지역사회로 나갈 훈련을 하게 한다.

재활리조트를 선도하는 본관 내부의 럭셔리한 모습. (왼쪽위에서 시계방향으로)정원, 개인침실, 식당, 거실. ⓒ센리재활병원 홈페이지 캠쳐

지난해 새로 지은 목조형 병원의 전경. 자그마한 건물은 음악치료실이다. ⓒ이찬우

2007년 병원 설립 시부터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을 추구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존의 병원과는 다르게 하려고 초기부터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설계와 건축,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리조트같은 병원을 추구하는 이곳은 재활병원이라는 단어보다 ‘재활리조트’를 추구한다.

기능성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고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서 조명, 수건 등 편의 시설까지 모두 배려가 세심한 편안한 객실에서 생활하고 때로는 우드 데크에 나와 바람을 맞으며 물과 녹색 넘치는 정원을 느긋하게 산책을 하는 컨셉을 실행하고 있다.

기존의 병원 옆에 최근 지은 병원은 고급 목재로 지워진 목조건물인데 감탄의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개당 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작품 같은 전등이 즐비하고 벽 곳곳에 그림들이 붙여있어 갤러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병원을 지으려면 일반 건축비의 3배 이상 비용이 든다고 하니 혀를 내두를 뿐이다.

병원하면 떠오르는 하얀 벽도 상식적인 접수실도 없고 소독약 냄새도 안 나고 어르신들의 신변 처리하는 냄새도 안 난다. 일반 병원처럼 물리치료를 받으러 환자들이 분주히 이동하는 모습도 없다. 환자들은 거실이나 복도 등 편안한 환경 곳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부원장의 설명으로는 이곳 환자들이 필요한 것은 자기의 장애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내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도에서도 거실에서도 자연스럽게 치료를 받는 것이 오히려 사회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특이 한 것은 간호사나 치료사들은 그들만을 위한 별도의 사무공간이 없었다. 환자들과 같이 활동을 하면서 곳곳의 좁은 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환자들과 동거동락을 한다. 이렇게 운영을 하면 치료사들이 불만을 표시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병원의 이념을 알기에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환자들을 위한 식사도 특이하게 제공을 하고 있었다. 식단을 미리 공지를 하는데 칼로리나 염도 등을 미리 계산한 에피타이저나 메인요리, 후식들을 여러 개로 준비하여 환자들이 스스로 선택하여 주문하도록 훈련을 한다.

다 마친 식사를 스탭들이 확인하여 다 먹었는지 얼마만큼 남겼는지를 일일이 기록을 하고 이를 차트에 입력을 하여 환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철저함도 있었다.

목조주택으로 새로 지은 병원 내외부의 모습.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로비, 2층 병실복도, 공방교실 가는 곳, 음악치료실 내부. ⓒ이찬우

본관 옥상에서 본 마을전경. 이곳에서 환자들은 자유롭게 활보를 하며 지역사회복귀 훈련을 한다. ⓒ이찬우

가장 놀라운 것은 환자들이 자유롭게 병원 밖을 활보하는 것이다(이곳 환자들은 병원복을 입지 않는다). 일부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은 치료사와 함께 동행을 하지만 독자 행동이 가능한 환자들은 병원이 허락한 구역 안에서 자유로이 외출이 가능하다도 한다.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술집에서 맥주 한잔도 가능하다고 했다. 3시간 떨어진 동경에서 보고 싶은 콘서트가 있다면 보내준다고도 한다.

안전이라는 이유로 병원 밖 출입을 철저히 제한하는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환경이다. 어차피 집으로 갈 환자들이라 이러한 훈련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재활병원은 제도 안에서 움직이려는 일본스러움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가죽공방, 도자기 공방, 그림그리기, 원예, 음악치료 등이 제공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전문가를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한다. 이런 모든 것이 국가의 의료보험으로 가능하냐고 했더니 그렇지는 않지만 모두에게 서비스가 가능한 방법을 알려 주었다.

이곳은 다양한 주거공간을 입원실로 제공하고 있다. 자부담이 전혀 없는 입원실(1인 1실 기준)은 6개의 방마다 2개의 공동화장실과 샤워실 등이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개인별 화장실이 달려있는 입원실과 옥상의 독채 같은 곳의 고급스런 입원실에서 나오는 자부담 수입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외부에서 이곳 병원에 견학을 오면 1인당 5천엔(5만원)의 견학비를 받는데 이런 것도 환자들의 다양한 치료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환자들의 치료가 우선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이 되었다.

병원 운영자의 수입으로 가져가기 보다는 환자들의 프로그램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다른 재활병원과 비용이 같으면서 한 차원 높은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대기자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운영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이 병원의 설립자는 호흡기 내과의사라고 한다. 이 분의 평생소원이 사회로 복귀하는데 진정 필요한 시스템을 갖춘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을 짓는 것이었고 재활학과를 전공한 부원장과 뜻이 맞아 이 병원을 준비했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대로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을 지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였으나 그러한 생각을 가진 건축가를 만나지 못하다가 일본의 유명디자이너인 사토 카시와가 병원 같지 않은 병원, 학교 같지 않은 학교를 디자인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기사를 읽고 그에게 연락을 하였고 이후에 관심이 있는 건축가와 전문가들이 합세를 하여 이 병원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척수협회에서도 기존의 재활시스템과는 다른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시스템을 갖춘 기관을 준비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우리의 말에 힘을 실어 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부원장은 지금 이 병원은 일본의 전형적인 의료시스템과는 여러 면에서 갈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환자들을 최우선을 한다고 했다.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병원이 추구하는 방침이 틀리지 않다는 것에는 확신을 가진다고 했고 결국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재활전문의료기관의 운영자와 부처의 담당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이 환자를 위하는 일인지 진정한 사회복귀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병원 투어를 마치고 기념촬영. 오른쪽 위가 일행을 안내한 요시오 마사하루 부원장.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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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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