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사는 척수장애인 회원은 활동형 수동휠체어와 욕창예방방석을 처방받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기흥구에 있는 건보공단지사를 찾았다가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활동형 수동휠체어를 처방받으면 욕창예방방석을 같이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욕창예방방석은 척수장애인에게는 필수품이라고 척수장애인의 어려움과 특성을 아무리 얘기해도 본부의 지침이라 자기도 어쩔 수가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어이가 없었다. 활동형 수동휠체어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휠체어를 작동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 처방을 하는 것이니 욕창예방방석이 필요 없다는 논리이다.

2018년 7월 2일부터 시행된 장애인 보장구 제도 중에 활동형 수동휠체어가 추가되어 척수장애인들은 100만원이라는 수가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과거 48만원보다는 상향되었고 척수장애인의 수동휠체어 수가 현실화에 한 발자국 나아갔다는 생각으로 이 제도의 변화에 환영을 하였다.

제도 개선이후에 고시된 수동휠체어 대상자 세부인정기준. ⓒ이찬우

알다시피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일반형휠체어(48만원지원)만 지원되었고 너무 비현실적인 지원에 대해 수차례 의견을 제시하였다. 보통 척수장애인들이 타는 휠체어는 300만원을 훨씬 상회한다. 자부담이 10배가 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척수장애인들이 돈이 많아서 고가의 휠체어를 타는 것이 아니다.

저가형 휠체어는 무겁고 회전능력도 떨어지고 하루에도 여러 번 차량에 실고 내리는 과정에서 어깨에 많은 부담이 되어 궁극에는 팔꿈치나 어깨관절에 무리가 생기고 인대가 끊어지는 등으로 근골격계 수술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팔이 다리의 역할을 하는 척수장애인이 어깨를 수술 한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접고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상승을 하게 된다. 그 사이에 직장까지 그만두어야 하는 경제적인 손해와 함께 자존감의 하락으로 오는 우울감은 누구도 원상회복시킬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가볍고 잘 움직여서 어깨에 부담이 덜 하는 휠체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고가의 휠체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자부담이 10배가 훨씬 넘어도 비싼 휠체어를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 휠체어를 구입하자마자 5년 후에 새 휠체어를 사기 위해 비용을 고민해야 하고 적금이라도 들어나야 한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수동휠체어의 수가현실화에 대해 3년간의 논의와 연구 끝에 세 단계로 지원을 하기로 하였다. 일반형, 틸팅형/리클라이닝형, 활동형 수동휠체어이다. 지원금액은 각각 48만원/80만원/100만원이다.

활동형 수동휠체어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활동을 많이 하는 양팔이 자유로운 하지마비나 일부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을 위한 품목확대라고 생각을 했는데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욕창예방방석에 대한 대상자 세부 인정기준표. ⓒ이찬우

건강보험공단의 담당자는 활동형 수동휠체어를 타는 척수장애인은 팔이 튼튼하기 때문에 체위변경이 가능할 것이고 스스로 체위변경을 할 수 없는 장애인에게 처방되는 욕창예방방석을 지원하면 안 된다는 논리이다.

이는 척수장애를 너무 모르는 무지에서 오는 결과이다. 척수장애인은 마비 아래로는 감각기능이 없어서 한 시라도 욕창예방방석이 없이는 생활할 수가 없다. 이는 체위변경과는 다른 문제이다. 휠체어에 앉아 욕창예방방석이 없이 앉은 채로 욕창을 예방하려면 항상 엉덩이를 들어야 한다. 공중부양을 하면서 휠체어를 밀라는 얘기와 같다.

감각이 없는 엉덩이와 튼튼한 팔은 하등의 관계가 없다. 팔이 튼튼해야 되는 문제가 아니고 엉덩이가 튼튼해야 욕창예방방석이 필요 없다는 것을 건보의 담당자는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욕창 또한 사회활동을 저해하는 척수장애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유증이다.

한 업체가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활동형 수동휠체어의 모델. ⓒ이찬우

욕창예방방석을 받으려면 일반형 휠체어나 틸팅형/리크라이닝형을 처방받으면 된다고 담당자는 말한다. 활동형 수동휠체어는 공단에 품목을 등록해야만 한다. 시중에 있는 모든 활동형 수동휠체어를 등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검사에 사용되는 휠체어를 제외한 검사비로만 3~4백만원이 소요하므로 업체들이 부담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결론적으로 척수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일부 품목만이 활동형 수동휠체어로 등록될 가능성이 있다. 선택은 당사자가 하도록 해야 한다. 품목 등록이 된 활동형 수동휠체어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등록이 안 된 수동휠체어를 구매하기 위하여 일반형을 선택할 것인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동휠체어의 유형에 관계없이 욕창예방방석이 지급되어야 한다. 척수장애인에게는 휠체어와 욕창예방방석은 한 몸이다. 한편으로 지급기준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욕창예방방석의 인정기준을 ‘스스로 체위변경을 할 수가 없어‘라를 문구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보조기기는 2차 장애를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으로 2차 장애를 예방하는 것이 건강보험공단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궁극으로 건보예산을 절감하면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그러니 근거도 없는 이상한 논리로 척수장애인을 혼란하게 하는 지급기준은 당장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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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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