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이해하기라는 주제로 초등학생 집단에게 사회성 기술 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다. 필자는 또래 집단에 긴 다리가 있는 노을지는 풍경의 이미지를 1분 가량 보여준 후 각자 자신이 본 그림을 종이에 그려보도록 지시했다.

아이들은 각자 그림을 자세히 관찰 한 뒤,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든 아이의 그림이 완성된 후, 각자 완성된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도 만들어 보도록 지시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제각각이었다. 어느 아이는 노을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써내려 갔으며, 다른 아이는 긴 다리를 보고 낡은 다리로 표현하며 다리를 중심으로 일어난 사건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갔다.

전체를 보고 해석하는 친구도 있었으며, 구석에 쌓여있던 눈이나 집들을 발견하지 못한 친구도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본 이미지에 대해 기억하는 풍경과 해석 방법은 모두 달랐으며 단 한 장도 같은 그림이 없었다. 같은 풍경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 다양한 그림을 통해, 아이들에게 사람의 생각은 이렇게 다양하며 각자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했다.

어떤 친구는 놀이동산을 다녀온 후 무척 신나고 흥분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친구는 놀이기구 타는 것에 긴장을 많이 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감정이나 생각이 한 가지로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각자의 생각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상대가 화가 났다는 것은 말투나 행동, 목소리 등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상황에 놓였다해도, 의도치 않은 나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가 화를 낼 수도 있고 혹은 상대의 행동에 의해 화난 나의 감정을 이해받지 못 할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생각이 다르고 느끼는 바가 다르며, 꼭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한다.

타인의 분노가 느껴졌을 때 나의 대응 방법은 중요하다. 상대가 나에게 화난 감정을 전달을 할 때, 이해하지 못한 나는 억울한 마음에 똑같이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타인은 충분히 나와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알고 상대가 화를 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는 고난위도의 감정처리를 필요로하는 사회적 기술이기 때문에 고학년에 이르러서야 훈련할 수 있지만, 분노에 분노로 대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정도의 이해는 저학년 때부터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화를 내는 그들의 이야기를 우선 경청해야한다. 분명, 내 뜻과 다르고 불쾌하게 할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오해하는 상대가 화난 이유를 들어본 후, 화를 돋우는 말보다는 감정을 가라앉히며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해야한다.

노을과 다리가 있는 풍경 ⓒ김지연

동화책 [사자가 작아졌어.] 에서는 작아진 사자가 자신보다 커진 가젤 앞에서 가젤의 마음을이해해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자는 어느날 자신의 몸이 작아진 것을 알아차린다. 개울을 건너려고 해도 평소와 같이 훌쩍 넘을 수 없어 물에 빠졌버렸다. 이때 가젤이 사자를 발견한다.

가젤은 자신의 엄마를 잡아먹은 사자를 도와주고 싶지도 않고 작아진 사자를 보고는 무척 화를 내며 “널 당장 물에 빠트려야겠어!” 라고 한다.

사자는 단지 점심을 먹기 위해 한 것이었다고 사실만을 이야기하지만, 가젤은 이미 화가 나있었다.

결국 사자는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가젤을 보며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초식동물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가젤에게 자신을 잡아먹으라고 말한다. 이 때, 가젤은 진심을 다하여 사과하는 사자를 보며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받은 고통만큼 같은 방법으로 되돌려 주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의 화난 사람에게는 그 어떤말도 들리지 않을 것이며, 상황을 받아들일만한 허용범위도 매우 좁다. 그러므로 억울한 감정을 아무리 설명해도 전달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오롯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화를 돋우는 행동과 가라앉히는 행동을 잘 생각해보라.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상대를 더 화나게 하고 문제를 악화시키는 [탓하고 비난하며 화를 돋우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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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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