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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문화인이고 싶다!

문화의 계절에 되묻는 장애인 문화 향유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0-24 12:03:58
다양한 공연포스터들 ⓒ구글 에이블포토로 보기 다양한 공연포스터들 ⓒ구글
마음껏 여행을 하고 다양한 전시회와 공연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누리는 것. 이것을 이름하여 소위 문화의 향유라 한다. 그런데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문화의 향유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다.

여행하고 싶어도 휠체어로 갈 수 없는 곳 천지고 가 보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전시회가 태반이며 관람하고 싶어도 입장 자체가 안 되는 공연장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 지면에 갑자기 웬 문화 향유권 이야기냐고 다소 의아한 독자가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쓱...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든 혹은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이야기를 하든 그 모든 전제는 그것을 직접 선택해서 누리는 문화의 향유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어떤 특정한 영화나 공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그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장애인들의 제한된 문화 향유권의 현실을 짚어 보려고 한다.

일단 내가 총무로에 있는 우리 모임 얘기부터 해야겠다. 평소에는 두 달의 한 번쯤 여덟 명의 회원이 모여 독서토론을 하고 연말엔 특별한 송년회로 매년 뮤지컬 한 편을 관람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모임의 목적 자체에 상당한 문화적 욕구가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바쁜 일상들을 보내다 보면 한 달에 영화 한 편 보기도 빠듯한데 관람료도 매우 비싸서 부담스러운 뮤지컬 공연을 선뜻 관람하러 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한 해 동안 모아진 회비를 가지고 마지막 모임을 좋은 뮤지컬 한 편 보는 것으로 의미 있게 송년을 보내는 것이 몇 년간 이어져 온 우리 모임의 송년회 방식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구글 에이블포토로 보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구글
바로 그 송년회를 위한 뮤지컬 공연 예매 때문에 요며칠 된통 애를 먹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연말에 있을 콘서트나 공연 일정이 쏟아져 나오고 좀 볼만한 뮤지컬이나 콘서트는 이때부터 예매 전쟁이 시작되곤 한다.

송년회를 망치지 않으려면 바로 이때 예매 시기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모임의 총무로서 기민해야 할 때가 바로 요 때이기도 하다.

뮤지컬 공연 표를 예매할 때마다 매년 겪는 일인데도 이번에는 그 정도가 아주 심했다. 휠체어 6대가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이 거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보고 싶은 뮤지컬을 하나씩 목록에서 지워가야 했다.

결국... 우리가 그토록 고대했던 조승우가 나오는 ‘지킬 앤 하이드’는 올해도 또 보지 못하는 뮤지컬이 되고야 말았다.

다른 뮤지컬들은 어땠을까...
휠체어석은 따로 없는데요~ 라든가,
휠체어는 최대 4대까지밖에 입장할 수 없는데요~ 라든가...


기껏 모임회원들 의견 어렵게 수렴해서 공연을 결정하고 예매 전화를 하면 결국 저런 답변을 듣기 일쑤였다.

그뿐인가.
휠체어석 예매는 인터넷 티켓예매 방법이 아닌 전화예매로 ‘따로’ 해야 하는데 인터파크나 예스24 등 공식 예매처가 아니라 본 공연장으로 직접 전화해야 한다.
그걸 미처 알지 못한 예매자는 공식 예매처에 전화했다가 안내를 받고
다시 본 공연장에 직접 전화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심지어 어떤 공연장은 직접 전화했더니 또 따로 다른 번호를 안내해서 그 번호로 다시 전화를 해야 했다. 전화하는 단계만 무려 세 단계나
거쳐야 하니 성격 급한 사람은 숨넘어갈 지경...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어렵게 전화가 연결됐더라도 휠체어석이 없다거나 겨우 한두 대만 입장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오고, 그리고 나면
또 다른 공연 예매를 위해 같은 과정의 반복...
다른 공연들 예매를 이런 과정으로 수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우리 모임은 이번 송년회엔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없게 됐다.

김동률 콘서트  포스터 ⓒ네이버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동률 콘서트 포스터 ⓒ네이버
김동률 콘서트 관람을 포기했다는 한 시각장애인의 공연 예매기를 보며 내 장애와는 또 다른 불편을 겪고 있음에 안타까움으로 공감했었다.

조카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티켓 예매를 몇 번 시도해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몇 분만에 번개같이 매진돼 버리는 예매 과정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서 매번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그런 티켓 예매를 인터넷 접근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이 해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수화나 자막, 화면해설이 제공되지 않는 영화나 공연들, 휠체어로는 접근조차 가능하지 않은 소극장 등... 세상은 문화의 전성기라 할 만큼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들의 접근이 가능한 공연이나 전시회들은 손에 꼽을 만큼 적거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전시회의 포스터를 보고 가슴이 뛰어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전시장이어서 포기했던 전시회가 한 둘이 아니다.

이렇게 장애인들이 문화의 소비자로서도 접근이 불가한 상황이 이리도 많은데 문화의 생산자로서는 오죽할까? 장애인 극단이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 장애인 화가나 연주자들이 전시회나 공연할 수 있는 공간 역시 그리 많지 않다.

한 장애인 연극단이 지방 순회 연극을 하는데 연극을 하는 장소 섭외의 어려움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그나마도 장애인 극단이나 예술가들이 공연하고 전시할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지만 지방은 그런 무대 자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광역시에 해당하는 큰 지역임에도 그 지역에서 장애인 연극무대가 마련된 적조차 없었다는 얘기를 그 지역 사람에게 들었을 때 정말 그 정도인가 싶어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 현실에서 장애인은 문화의 향유도 소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비문화적 세계 속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 아닌가.

이 문화의 계절에 쏟아져 나오는 공연들의 목록을 보면서도 장애인들은 보고 싶은 공연을 자유롭게 즐길 수 없다는 소외감을 예매에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선명하게 느끼면서 문화의 향유자로서 맘껏 문화를 향유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장애인도 맘껏 다양한 문화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싶은 문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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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차미경 (myrodem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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