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2월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졸업식 날 배범준. ⓒ김태영

“오빠가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 줄게~”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얼마 전에 2019학년 대학입시 수시접수가 끝났다.

배범준(22)은 올해 2월 백석예술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올해 입시와 편입을 권유하는 연락을 받았다.

“운동장 있는 곳으로 이사 가요”

작년 겨울방학 때부터 운동장 있는 곳으로 이사 가자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말은 운동장이 있는 학교로 편입 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재학 중에 범준 군은 평균 3시간 이상 잠든 적이 없었다.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새벽 6시까지 등교 준비

새벽 6시 30분 출발 오전 8시 30분 학교 도착

오전 8시 50분부터 밤 10시까지 빼곡한 수업과 연습을 하고

자정 가까이 되어서야 집으로 왔다.

시험 기간이거나 과제가 있으면 밤을 꼬박 새기도 했다.

그 일정을 나는 같이 해야만 했다.

3번의 납치 미수와 노상에서의 ‘묻지 마’ 폭행을 겪었던 범준 군은 혼자 다니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특히 친절한 사람일수록 더욱 경계를 한다. 악의적인 목적으로 접근을 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친절하게 다가왔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것을 경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하교를 같이할 수밖에 없었고 밤을 새며 열심히 공부할 때는 모든 불을 끄며 숙면하기를 종용 했다. 그러다 지쳐서 잠드는 건 어미였고 학교에 가자고 깨우는 건 범준이었다.

리포트(report)를 작성할 때 컴퓨터 앞에서 한 문장, 한 페이지 완성하는 속도는 무척 느렸지만 그래서 또 밤을 새더라도 끝까지 직접 했다.

백석예술대학교 백인수 교수님(음악학부장)으로부터 특별상을 수여받고 있다. ⓒ김태영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배 범준의 대학생활은 이렇게 24시간 내내 최선을 다했다.

지적장애인의 노력과 결과물은 비장애인들과는 물론 같은 유형의 장애학생들과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평가는 상대평가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지만 주어지는 책임감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몇 날을 밤을 새며 공부할 범준군의 모습을 생각하니 어미는 편입은 물론 입시도 말리게 된다.

음악을 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것에 대한 현장에서의 부정적 시각들이 있음에도 졸업한 이후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이유를 모르지는 않지만 나는 제도와 맞춤 교육에 대한 정책을 기대하고 기다리게 된다,

어미와 아들의 생각이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 졸업을 한 후 나와 아들은 한동안 아팠었다.

2년 동안 긴장해서일까? 2년 만에 늦잠과 여유로운 일상 때문이었을까?

두통과 몸살로 여러 날을 앓았다.

배범준의 백석예술대학교 졸업앨범 사진. ⓒ김태영

편입을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범준군은 그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줄줄이 말한다.

“노래방 가요.”, “볼링장가요.”, “놀이동산에 가요.”

“영화 봐요.”, “맛있는 것 같이 먹어요.”

“그래 그러자”라고 했는데

“기타랑 드럼이랑 연주 할 꺼예요.”, “같이 비행기도 타는 거구요.”,

“같이 여행도 하는 거예요”. 그리고는 친구들의 이름을 나열한다.

“근용, 원주, 강현, 민준, 장욱, 지훈, 승현, 석현, 인아, 지현, 지수, 문서, 예은, 혜준....”

중학교, 고등학교 때 친구들 이름이다. 내가 아는 이름도 있다.

내가 모르는 친구들의 이름도 있지만 아마도 분명 친절하고 고운 심성을 지녔을 것이다. 범준군이 기억하고, 만나고 싶어 하며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그 친구들이 보여준 진실한 모습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어미와 영화를 보고, 노래방, 놀이동산을 가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친구들과 가고 싶었던 게다.

지적장애인 배범준도 이십대의 청년인 것을, 또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을 어미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순간 나는 먹먹해졌다.

배범준(부명고1)과 친구 박근용(서울실용음악고1)과 TJB’거위의 꿈‘ 다큐촬영 때 즉흥 톨라보 영상 캡처. ⓒ김태영

지난 봄,

서울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박근용군이 공군입대를 앞두고 같이 만났다.

중2 때부터 친구다. 서울 실용음악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헤어지게 되었지만 TJB 대전방송국 ‘거위의 꿈’ 다큐를 촬영을 할 때 그 친구의 학교에 직접 찾아갈 정도로 좋아하는 친구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바라보며 웃는 것 외에 시켜놓은 치킨을 맛나게 먹기만 했다. 친구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범준이다.

헤어질 때 친구와 포옹을 하며 약속을 한다.

“군인 잘 해~ 내가 면회 갈게~”

군 복무 충실히 하라는 응원과 면회를 갈 것이라는 표현이다.

초등학생 때는 방학 때마다 좋아하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었다.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영화를 보며 같이 놀았다.

친구들과의 놀이에 적극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함께 놀았다고 여긴다.

배범준의 근면,성실성과 백석예술개학교의 대외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함을 인정받은 특별상. ⓒ김태영

청년이 된 지금은 각자 바쁜 이십대 친구들과의 만남이 그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줘야 했다. 그래도 보고 싶어 하고 꼭 만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남자친구들은 모두 군대에 간 것으로 둘러 대고, 여학생들은 해외로 유학 간 것으로 거짓말을 했다.

지적장애인 친구를 만 날 시간이 없을 청년들이지 않는가....

“저도 군대 갈 꺼예요”

아들의 말에 깜짝 놀라 지적장애를 갖고 있어서 군대에 입대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려 할 때 범준군이 왜 군대에 가고 싶어 하는지를 말했다.

“내 친구들한테 멋지다고 칭찬해주고 나는 첼로 들려주면 되요”

그리고는 동생에게 가서 무언가를 약속을 합니다.

“귀여운 동생아~”

”응“

“내가 너 졸업하면~”

“응”

“너랑 너 친구들이랑 모두~”

“응”

“오빠가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 줄게~”

“와 신난다~”

추석 때 받았던 용돈을 지갑에 넣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아마도 동생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영화도 보여 줄 상상을 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소소한 일상들이 소망일 수밖에 없고,

도전 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희망으로 그쳐도

청년 배범준(지적장애)은 오늘도 희망을 꿈꾸고 도전을 합니다.

사랑하는 첼로와 평화를 연주하는 배범준의 母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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