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장애인과 더불어 살기 교육. ⓒ이유니

지난번 칼럼에서 한국과 미국의 장애인 시선 차이에 대한 한국 사회에 대한 다소 비난의 어조가 담긴 글을 싣고 마음이 무거웠었다. 처음으로 칼럼에 긴 댓글이 달려 읽어보니 한국은 백년이지나도 힘들 것이라는 한 장애인 부모의 글이었다.

미국에 사는 필자의 상황이 부럽다는 글을 읽으며 미안함과 동시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처음 에이블뉴스에 칼럼을 시작할 때 필자의 각오는 한국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였는데 한국 방문의 후유증이 아무래도 컸었나 보다.

지난 칼럼을 적고 난 이후에 내내 고민하였던 주제는 "그럼 미국의 이런 선진 의식은 어떻게 해서 가능한 것일까"였다.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고 시민 사회의 역사와 사회 환경이 한국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먼저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그간 느꼈던 이야기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미국인들은 약자와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아주 어릴 때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세뇌당할 만큼 교육받는다. 미국 초등학교에 아이를 입학 시킨 한 지인이 미국의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위인에 대한 이야기와 사회 질서를 가르치는 데 보낸다고 하였었다. 여러 인종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야 하는 사회이다 보니 법을 넘어서는 윤리 교육을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교육은 그럼 언제부터 시작될까?

필자가 하와이에 머물면서 3년간 다녔던 회사는 주정부 산하 기관이었는데 주정부 인가를 받은 어린이집들을 감찰하고 인가를 내고 보육 교사들을 훈련시키는 곳이었다. 때문에 필자의 회사에서는 다양한 강사와 전문가들과 함께 이런 어린이집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커리큘럼을 짜고 교육을 제공하였다.

이 교육 시리즈 중에 하나가 어린이집(즉 조기교육)에 입학하는 장애인 아이들을 어떻게 비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잘 지내게 도울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총 8개의 주제로 이루어진 이 장애 어린이 통합 교육 시리즈는 어린이집 교사나 운영자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할 미국의 기본적인 장애인 법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서, 장애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장애 아이의 부모와 대화하는 방법, 비장애아이들에게 장애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중점으로 시설 개선 및 유니버설 디자인이 무엇인지까지 다루고 있었다.

이 교육 커리큘럼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비장애아이들에게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하는지 어린아이들의 질문에 어떤 답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은 장애가 있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학하고 아이들과 어울리는 상황을 대부분의 비장애 부모들은 거리낌 없이 환영한다. 그렇게 어울려 지내다 보면 대부분의 비장애아이들은 만 3-4세가 되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자기와 같지 않음을 천천히 인식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가 아이들에게 장애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적기라고 한다.

많은 부모나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이 저 아이는 왜 나와 다르냐는 질문에 '저 아이는 너와 다르지 않아 우리는 다 같아'라고 대답을 하는데 이것이 사실 바람직한 정답은 아니라고 한다. 이미 다름을 인식한 아이들에게 같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들게 하고 아이들은 혼자 추측하게 된다고 한다. 또 많은 경우가 부모나 교사들이 장애가 있는 아이가 왜 다르게 생겼고 다르게 행동하는지 묻는 아이에게 그런 질문은 예의가 아니라고 답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회피의 태도도 결국 아이들이 섣부른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우리랑 저 아이는 같다고 했는데 왜 쟤는 저런 다른 행동을 하는 거지, 저 아이가 나쁜 아이구나라고 추측을 하거나 왜 나랑 말을 안 하고 눈을 안 마주치는 거지? 나를 무시하는 건가, 이런 추측을 하게 되고 설명을 듣지 못하는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는 불편함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회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대답은 아이가 인식한 다름을 부모가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 ㅇㅇ는 걷는 게 좀 다르네, 휠체어에 대해 설명을 해주거나, ㅇㅇ는 말을 잘 안 하는구나, 손을 저렇게 춤추듯이 움직이기도 하네 이렇게 대답을 해줌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다르다고 인식한 아이에게 공감을 해주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건 그 아이와의 공통점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너는 걸음마를 한 살에 배웠지만 사람에 따라서 더 천천히 배울 수도 있고 커서 배울 수도 있단다. ㅇㅇ이도 너처럼 만화 보는 걸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걸 잘한대. 이렇게 다름을 인정하지만 공통점도 많이 있는 것, 그래서 너희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는 설명이 참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싫어서 함께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같이 노는 방법이 달라서 그런 것이지만 우리는 친구가 될수 있다"고 문득 세서미 스트릿에서 엘모가 자폐증을 가진 캐릭터읜 줄리아를 설명해주던 방식이 문득 떠올랐다.

미국에서 종종 느끼는 점 중의 하나는 이곳 사람들은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이고 배려해야 하는지 마음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여러 돌발 상황에서 오히려 어쩔 줄 모르는 나에게 항상 성숙한 조언과 접근법을 보여주는 미국 부모들의 태도의 가장 기본에는 어릴 때부터 장애와 약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배워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천천히 가도 함께 가는 것을 중요시 하고 산수문제, 받아쓰기 백 점 보다 약자의 배려를 공감하는 아이가 더 크게 칭찬받는 사회에서 자란 시민들에게 배어있는 태도가 아닐까 싶었다.

걸음마를 떼고 어린이집을 다니는 시절부터 장애가 있는 아이와 함께 어울려 자라는 사회, 눈 두 개, 코 하나를 배우는 나이부터 늦게 걷는 사람이 있고 늦게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음을, 그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는 사회, 장애인을 배려하고 인내하는 사회로 가는 긴 여정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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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니 칼럼리스트 현재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 도시가 속한 베어 카운티의 지적발달장애인 부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바다 수영과 써핑을 사랑하는 자폐증이 있는 딸과 한발 한발 서로의 세상을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바다 꼬마가 사람들의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는 게 인생의 목표이다. 이곳에서 체험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와, 바다 꼬마와의 서툴지만 매일이 배움과 감동인 여정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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