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발달장애가 있는 큰 아들과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똑똑한 작은 아들을 둔 어머니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어머니가 작은 아들에 대해 말할 때는 굉장히 밝고 활기찬 표정으로 작은 아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래서 그 아들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또 아들의 미래에 자신이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열정적으로 말하였다.

그런데 발달장애가 있는 큰 아들에게로 대화 주제가 옮겨가자 갑자기 침울하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모든 것을 자신이 챙겨줘야 한다고 하면서, 그 어머니는 큰 아들의 삶에 자신이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고 한탄하였다. 그러면서 아들과 자신의 막막해 보이는 미래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불행한지를 하소연 하였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일하는 전문가인 우리들도 발달장애인들을 미래와 장래성이 있는 인격체로 잘 보지 못한다. 더 안 좋은 것은 발달장애인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예를 들어, 복지관에 어쩌다 오는 자원봉사자들이나 방문객들, 주변 어르신들 등등) 가운데는 이들을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불쌍한 사람들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복지관 건물에는 비장애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데, 그분들이 발달장애인들을 보고 혀를 차면서 불쌍하다고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어르신들은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우리 종사자들에게도 똑같은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하물며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평생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연민에 찬 시선과 반응을 받으며 살아왔겠는가! 필자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사람들이 장애 자녀와 부모님을 향해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과 반응을 보인다면 가차 없이 무시하고 그들의 지나친 연민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마십시오.”라고 말씀드린다.

부모들은 어떤 사람이 발달장애 자녀를 보면서 불쌍하다고 말하거나 또는 희망이나 미래가 없겠다고 말하는 것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들은 발달장애 자녀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미래를 가질 수 있고(사실, 모든 사람들은 다 다른 미래를 갖고 살지 않은가!) 또 나름대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들은 발달장애 자녀가 가족의 진정한 구성원으로서 가족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도 사람들이 알게 해야 한다.

부모들은 발달장애 자녀가 다른 비장애 아이들처럼 집과 가까운 학교에 다닐 수 있고, 성인이 되면 일하러 다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때가 되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결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할 필요가 있다.

부모들은 발달장애 자녀가 지역 안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자신들의 삶을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영위해 나갈 수 있는, 미래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또 이런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정말 그럴 수 있는 날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모들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전문가들도 발달장애인이 여느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미래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신해야 한다.

먼저, 부모들은 발달장애 자녀가 가족 안에서 소속감과 삶에서의 목적 의식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자녀에게 부모가 기대하는 바를 알려주고 기회를 마련해주면서 인내롭게 지지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발달장애 자녀와 부모는 다른 사람들의 동정과 연민에 의해 그려지는 암울한 미래가 아닌 아직 펼쳐지지 않은 밝고 멋진 자신만의 고유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고 또 그 방향으로 시선을 두면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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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조기교육실, 그룹홈, 생활시설, 요양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였다. 특수교육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주제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복지에서도 석·박사학위를 지니고 있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고, 부모교육과 종사자교육, 교사교육 등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상·하반기에 걸쳐 발달장애인성교육전문가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숭실대학교, 단국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등의 외래교수로서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성과 성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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