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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는 웃긴 게 아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9-24 09:42:30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고 들었다. 그래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타인을 흉보며 살아간다. 누군가의 장수를 빌어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관심이란 말로 포장된 뒷담화는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를 죽인다.

자신이 하는 말이 상대를 살린다고 믿으면서. 결국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은 옳지 않은 언행을 하는 이들이 자신에게 선물하는 면죄부가 아닐까?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아이에게 미움이란 서운함의 동의어다. 과자를 빼앗아먹은 아빠나 먹기 싫은 멸치를 주는 엄마가 미워도 그뿐이다. 반항이라야 과자봉지를 들고 아빠가 없는 곳으로 간다거나 입에 들어간 멸치를 뱉는 정도다.

그마저도 크게 혼이라도 나면, 훌쩍이는 콧물을 마시며 아빠 입에 과자를 넣어주고, 먹기 싫은 멸치를 입에 넣으며 끝난다. 귀여운 저항은 순수한 화해로 끝난다.

문제는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세상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진실을 아이들은 맞이한다. 양보를 받는 주체인 ‘나’는 이제 없다. 야속한 선생님은 나누면 행복이 커진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이댄다.

맛있는 과자도 멋진 장난감도 친구에게 줘야 칭찬을 받는 희한한 공간에 떨어진 아이들은 계산이란 걸 하게 된다. ‘내가 저번에 양보했으니까 이번엔 쟤가 양보할거야’라는 믿음이 만든 기대가 물거품이 될 때, 생애 첫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참고 참았던 화는 “바보야”라는 말로 튀어나온다.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보라는 단어는 꿈속에 찾아온 산타 할아버지처럼 몰래 머릿속에 들어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보는 어린아이들이 맞는 최고의 나쁜 말, 최초의 욕이다. 뜻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친구가 이 말을 할 때의 표정이나 말투는 본능적으로 내게 호의적이지 않음을 알게 한다.

처음 맛본 충격적 표현은 언제 어디서나 화날 때 사용하는 첫 번째 말이 된다. 귀여운 반항의 상대였던 부모나 형제 혹은 자매도 이제부터 심기를 건드리는 순간, 바보로 호칭이 변한다.

바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새로운 것들도 보이게 된다. 언제 태어났는지 영구와 맹구의 후예들이 방송을 종횡무진한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들은 정도가 심하다.

“수신료가 아깝다”는 댓글이 증명하듯 저질 개그가 판을 친다. 넉달 전 마지막으로 본 개그는 코털 자른 가위로 냉면을 잘라 남편에게 먹이는 거였다.

그 모습에 방청객들마저 뜨악한 비명을 질렀다. 남편을 바보로 만들어 더러운 음식을 먹이는 행위에 이제 웃을 사람은 없다.

예전엔 바보연기가 개인기로 통용되기도 했다. 소위 사람들이 “바보”라고 부르는 정신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을 연기한 배우가 개인기랍시고 장애인 흉내를 내고, 이에 폭소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폭력적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어쩌면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이 가면을 벗고 뒷담화하는 내용을 앞담화로 바꾼 것 같다는 공포도 밀려왔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비정상을 헐뜯는 세계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 이런 콘텐츠들이 정직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 이유다.

특수교육과 여학생들과의 소개팅에서 장애인처럼 자기소개를 하라고 한 학생들은 사실 피해자였다. 장애를 바보로 만드는 소재로 이용한 사회문화가 주범이다. 범인을 알면서도 우리는 여직도 검거하지 않고 있다.

재미는 재미일 뿐이란 핑계는 욕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개그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을 그들은 아마 바보라고 손가락질할 거다.

한데 아이들은 다르다. 세상 모든 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다르다고 배척하거나 놀리면 안 된다는 진실이 구현되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에 아이들은 장애를 포함한 그 어떤 차별 없이 서로를 대하며 살게 된다.

외려 찌든 편견으로 누군가를 배척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사회가 오리라. 그 안에선 바보가 웃기고, 이상한 사람으로 형상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바보는 웃긴 게 아니다. 아니, 바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보를 이용하는 비겁한 사람들만 존재할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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