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본 드라마에서 팔씨름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한 여자를 좋아하는 두 남자는 질 수 없다는 각오로 서로의 실력을 겨루었다.

막상막하의 실력이였지만 결국 한 사람은 이겼고 한 사람은 지고 말았다.

승자는 매우 흡족해 하며 상대를 위로하듯 어깨를 다독거렸고, 패자는 분하여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기분이 상한 표정만을 지었다.

시간이 지난 뒤, 패자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일부러 져준거야. 봐줬어.”

실제로 그룹 수업에서 또래 아이들과 게임을 하다보면 깨끗이 수용하며 ‘축하해’ 라고 말을 건네는 이가 거의 없다.

사실 말을 하는 행동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가 발생되는 경쟁구도에서 패자는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 건네기가 쉽지 않다.

과연 어떤 행동이 깨끗이 수용하는 행동일까?

보통 깨끗이 수용하는 사람들은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 다른 사람을 격려하거나 배려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상대가 잘 할 때 박수를 치거나 ‘잘한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승부에서 지더라도 화를 내거나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내가 봐줬어.” 라는 말은 깨끗이 수용하지 못하고 나의 자존심만을 세우는 행동이다. 만약 그 말을 승자 앞에서 했다면,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 행동으로 보여져 승자가 다른 비난을 하며 공격할 빌미가 되고 이는 2차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깨끗이 수용하는 자세를 갖기 위해서 우선, 게임했던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아야 한다. 얼굴을 붉히고 기분 나쁜 상황들이 지속 되진 않았는지, 반칙을 쓰면서 싸우진 않았는지 아니면 긴장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웃으면서 게임을 즐겼는지 내가 함께 어울렸던 상황을 생각해보고 내 감정을 결정하여야 한다.

다음 솔직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낫다. 만약 한 아이가 게임에 졌다고 화를 내며 갑자기 물건을 던진다면 그 아이는 다음번에는 함께 어울리고 싶지 않은 친구로 보여질 것이다. 적어도 “게임 재미있었어.” “나도 잘하고 있었는데 아쉽네.” 라는 등, 사실을 기반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이런 태도는 나의 패배에 대한 속상한 감정으로 전달되기보다 결과에 수용하는 모습으로 전달이 된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말로 결과를 수용할 수 있으면 결과적으로 스스로에게 더욱 좋은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

깨끗이 수용하기 ⓒ김지연

[이름이 같아도 우린 달라.] 라는 동화책 속 스티브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펭귄친구 또한 서로를 인정하지 못해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스티브’ 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펭귄은 서로 자기가 스티브라며 논쟁을 벌인다.

한 스티브는 그렇게 자꾸 고집을 피우면 자기가 스티브를 하고, 너는 ‘꼬마스티브’ 라고 이름을 붙이겠다고 했다가 싸움이 난다. 결국 서로 “생일이 언제야?” 라며 빠른 생일 순서인 펭귄이 ‘스티브’로 불리고 싶어한다던가 달리기에 빠른 펭귄이 이름을 가진다는 등 서로 자기가 유리한 주장만을 내세운다.

‘내가 더 키가 크니깐 내가 스티브야.’

‘내가 더 물고기를 잘 잡으니깐 내가 스티브야.’

결국, 서로에 대한 배려는 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고자 고집을 부리고 점점 서로를 비난하며 결국 자기 자랑만으로 상황은 끝을 맺는다.

최근 아이들의 싸움도 이와 비슷하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옳고 그름을 논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감정은 생각지 못한채, 인신공격 등을 퍼부으며 상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스티브들은 ‘발이 못생겼어,, 너는 구린내가 나.’ 등 논쟁에서 벗어난 이야기로 감정싸움을 하게 되었다.

두 마리의 펭귄은 모두 ‘스티브’란 이름으로 아무 문제 없이 지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은 말다툼에서 시작된 감정싸움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일로 마무리 되어 버렸다.

싸움은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다. 또 사소한 다툼은 언제나 일어난다. 그러나 상황을 깨끗이 수용하고 나면 더 험한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억울하다고 느낄 때 극심한 분노를 표출한다. 각자가 사실을 깨끗이 인정하고, 승패를 떠나 승부를 즐겼던 자신의 감정에 집중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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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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