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0세 이상의 척수장애인이 증가추세다. 재활병원의 의사들도 그리 말하고 재활병원에 동료상담을 하러 다니는 우리 회원들도 같은 목소리다. 며칠 전 방문했던 병원에서도 72세의 노인 척수장애인을 보았다. 중앙회 및 각 시도협회의 상담에도 70대의 비중이 늘었다.

20~30대에 척수손상을 입고 노령화 되어가는 척수장애인과 50세 이후에 척수손상을 입는 노인척수장애인과는 의미와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젊을 때의 척수손상은 잠시 동안의 깊은 좌절은 하지만 대부분 새롭게 도전을 하고 장애를 수용하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지만, 50세 이후의 척수손상은 희망보다는 좌절의 무게가 너무 커서 균형을 잡거나 역전되기가 너무 어렵다.

인생이 안정되어 가는 나이에 생긴 척수장애라는 감당할 수 없는 큰 좌절을 넘지 못하고 자포자기하는 비중이 젊은 척수장애인들보다 월등히 높다. 비장애인들도 50세 이후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성이 강해지는데 중증의 척수장애를 가진다면 그 낙담의 깊이는 분명히 다르다.

또한 70세 이후에 흔한 낙상 등으로 인한 척수손상은 참 안타깝기까지 하다.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나이에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해봐요’라고 그 누가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할 수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척수장애인은 가족의 지지가 중요한데 노인 척수장애인의 경우 배우자도 근력이 떨어지고 건강을 조심해야 할 나이라 가장 큰 조력자들의 소진도 걱정이다. 왜냐하면 척수손상은 장기전의 힘든 싸움이기 때문이다. 긴병에 장사가 없어서 가족들의 소진이 당사자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이 되기 때문이다.

월 3~400만원을 주어야 간병인을 구할 수 있지만 가족 내의 희생을 강요하기에는 상황이 좋지가 않다. 지역사회에서도 당당히 살아가기에는 자존심이 쉽게 허락을 하지 않는다. 휠체어를 타고 살기에는 대한민국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50세 이후에 재산을 모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 낙상이나 질병 등 책임여부가 불분명한 경우는 보상의 구분조차 명확치가 않아 경제적인 압박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게 나락에 빠진 노인척수환자는 마음을 쉽게 열지도 않는다.

재활병원에 동료상담을 하는 정보메신저들은 이 경우 척수장애인 동료로서의 지지 전달이 너무 어렵고 너무 배타적이어서 상담가들의 소진이 너무 빨리된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마음의 문을 꽁꽁 닫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노인척수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방법이 어디에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

척수장애인협회도 당황스럽기는 매 한가지이다. 젊은 척수손상환자에 대한 심리적 재활에 대해서는 오랜 경험과 나름대로 자신감을 있지만, 노인 척수장애인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말 할 자신이 없다.

정부차원의 노인척수장애인의 재활과 사회복귀에 대한 연구를 제안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하지 않으면 많은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인생의 황혼기에 걷잡을 없는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는 척수손상환자가 발생을 하면 크게 세 가지의 분류를 통해 재활을 한다고 한다. 호흡기에 문제가 있는 최중증의 척수장애인은 치료가 가능한 전문재활병원으로, 노인 척수장애인은 요양병원에서 재활과 요양을 겸하고, 나머지 척수장애인들은 재활센터에서 전문적으로 사회복귀 훈련을 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요양병원의 기능을 세분화하여 노인척수와 노령척수장애인을 위한 ‘노인척수전문병원’의 설립이 필요하다. 노인척수장애인을 위한 전문화된 심리치료와 건강증진 및 재활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65세 이후면 활동지원시간도 턱없이 깎이는 현실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사회활동을 강요하는 것은 비논리적이기도 하다.

당연히 젊은 척수장애인들은 ‘척수센터’처럼 지역에 전문재활기관을 설립하여 제대로 된 사회복귀훈련을 통해 지역사회로 나가는 실질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노령척수장애의 문제를 미리 준비하고 대처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훈련받고 사회활동을 하는 척수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척수장애인들의 삶의 경로와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노후를 잘 준비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관계 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가벼이 판단하고 대책수립에 게으름을 부리면 안 될 것이다. 치매만 국가책임제가 아니고, 발달장애인만 국가책임제를 위한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 노인척수장애인과 노령척수장애인을 위한 국가의 책임도 함께 고민 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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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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