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단체사업의 일환으로 척수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휠체어스킬을 공부하고 보급하기 위하여 6명의 단원이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6박 7일간 캐나다 벤쿠버 척수장애와 관련된 관계기관을 방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8회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 세 번째는 ‘블러슨척수센터’이다.

척수손상자를 위한 거대한 연구 집단이 있다면 당사자들은 얼마나 부럽고 든든할까? 그것도 한 건물 안에서 물리적·유기적·다층적 교류를 하면서 말이다.

척수장애인을 위한 신체활동 연구를 위한 체육시설, 원스톱으로 임상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리닉(Clinic), 보행로봇 및 외골격 기술 등 건강을 위한 성능실험실, 세포이식, 상처치료 등의 연구를 하는 임상 발견 연구소, 척수장애인의 손상초기부터 평생을 주기적으로 추적관리하고 관련 통계를 내는 연구소 등이 한 건물에 집약되어 있다.

이곳에는 의사, 물리치료사 등의 의료진을 물론 IT전문가, 공학박사, 통계전문가, 임상전문가. 체육전공자 등 척수장애와 관련된 캐나다 최고의 우수 인력들이 척수손상의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이곳이 캐나다 벤쿠버에 있는 세계 최대의 척수센터인 블러슨척수센터이다.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이 존재하는 ‘All for one’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게 하는 센터이다.

블러슨척수센터는 ICORD의 본거지이며 연구에 관해 국제 협력을 하는 곳이다. ICORD의 여러 분야의 연구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척수 손상으로 살아가는 환자들과 서로 가깝게 일할 수 있다. 이것은 기능 회복을 촉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된 혁신적인 새로운 요법과 실행의 개발과 실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센터는 스튜어트 박사와 마릴린 블러슨 여사를 기리기 위해 2008년에 설립되었다. 당연히 릭한센재단에서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고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센터 입구의 현관 캐노피 골조가 척추뼈의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담당자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모양이 틀림없다.

캐나다 벤쿠버에 있는 블라손척수센터 전경(http://vancouverspinesurgery.com). ⓒ이찬우

척추뼈 모양을 형상화한 현관 캐노피(http://vancouverspinesurgery.com). ⓒ이찬우

6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아트전시장 같은 외관과 로비를 가지고 있다. 내부구성도 참 척수 친화적이다. 장관인 것은 건물 내부에 1층 로비에서 3층까지 연결된 경사로이다. 2층의 클리닉과 3층의 사무실까지 휘몰아치듯 연결된 경사로는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건물을 들어서자마자 사지마비 장애인이 그린 의미 있는 유화와 함께 이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들의 사진과 직무를 세세하게 표시된 판넬들이 걸려있다. 신뢰감이 생긴다. 로비의 너른 공간은 댄스파티 등 척수장애인과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1층 로비의 안내데스크는 나지막이 설치가 되어 첫 대면의 부담을 없애준다. 안내데스크에는 다양한 자조모임의 소개와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각종 임상실험에 대상자들을 모집하는 안내전단으로 빼곡하다. 이곳이 척수장애인을 위한 연구소임을 몸소 느끼게 한다.

건물 곳곳에 이곳이 척수센터라고 느낄 수가 있다. 엘리베이터 안 하부에는 숫자가 표기된 피아노 건반 같은 것이 있다. 손이 불편한 척수장애인들을 위해 휠체어로 눌러서 층을 선택할 수가 있다. 스스로 선택하도록 훈련하는 배려가 아닐까?

1층 로비에서부터 3층까진 연결된 경사로 전경. ⓒ이찬우

엘리베이터 안의 사지마지 장애인을 위한 각 층별 막대형 보턴(사진 좌), 블러슨척수센터의 층별 안내도(사진 우). ⓒ이찬우

특이한 것은 1층에 있는 체육관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을 하면 신체활동연구센터(Physical Activity Research Centre)이다. 이 연구센터는 척수장애인들이 운동을 통한 체력변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휠체어를 탄 채로 이용 가능한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암-사이클(arm cycle)이라는 장비는 손으로 회전을 시켜 심폐기능 향상과 팔의 근력을 키우는 장비인데 모니터에 게임의 기능을 탑재하여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개선한 운동기구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한편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탄 사지마비장애인이 손목에 아령을 묶고 있는 힘을 다해 연신 팔 근력을 단련하고 있었다. 담당 매니저는 저런 운동을 통해 어떻게 근력이 향상되고 지구력이 생기는지 연구를 하고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개인에게는 연구를 참여하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몸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순기능도 있는 것 같다.

그곳에 있는 건장한 비장애인들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의 체육과 학생들로 척수장애인의 자원봉사 및 연구자로 참여한다고 했다. 학교와 연구소, 당사자의 아름다운 산학협동이었다. 연구에 참여하면서 장애인식을 강화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생각되었다.

필자가 복부비만에 대한 걱정을 했더니 로잉머신과 베틀-로프운동을 소개해 주었다. 연구소 벽에는 이 운동을 통해 변화된 사전과 사후에 대한 그래프 등이 소개된 연구결과가 붙여져 있었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임상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효과를 입증하고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정부로부터 관련 프로그램을 시행과 예산을 집행하도록 하는 영리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센터 1층에 있는 신체활동연구센터 전경. 휠체어를 탄 채로 조작이 가능한 각종 운동장비로 빼곡하다. ⓒ이찬우

척수장애인의 복부비만예방을 위한 베틀-로프운동을 하는 체험하는 필자의 모습. ⓒ이찬우

베틀-로프운동의 효과성과 관련된 연구결과 포스터. ⓒ이찬우

블러슨척수센터(Blusson Spinal Cord Center)는 밴쿠버 척수수술연구소(Vancouver Spine Surgery Institute) 외과 의사 그룹에 임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Brenda & David McLean Integrated Spine Clinic의 본거지이다. 밴쿠버 종합병원(Vancouver General Hospital)의 고도로 전문화 된 조직이라고 한다.

센터 2층에 위치한 클리닉에서는 통증 관리, 성 건강, 피부 및 상처 관리, 유로 다이나믹스(uro-dynamics)뿐만 아니라 전용 X-레이 제품군을 전문으로 하는 임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구에 참여하는 척수장애인들은 병원의 주치의의 추천을 받아 환자로 등록하게 되고 치료를 하면서 공식적인 임상자가 되는 시스템이다.

척수장애인들이 이 과, 저 과를 분주히 옮겨 다니며 진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 참 합리적인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위한 연구소인지 이것 만 봐도 알 수 있는 구조이다.

향후에 다른 지역에 있는 척수재활센터(GF Strong REHAB Centre)를 이곳 블러슨척수센터 옆으로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명실공히 척수손상의 A부터 Z까지 원스톱전달체계가 조성된 척수타운을 만들려는 계획이다.

척수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손상초기부터 우왕좌왕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꿰고 있는 한국의 척수재활의 상황과는 확연히 달라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것인데,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난다. 한국의 척수센터는 요원한 것인가?

로비에 걸려있는 센터 근무자들의 사진과 업무내용을 표시한 게시물. ⓒ이찬우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