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정부 직영 민원서류 발급사이트 민원24 초기화면 ⓒ민원24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직장 구직서류의 예상외의 암초가 하나 있다. 바로 구비서류라는 예상 바깥의 존재이다.

대부분의 발달장애인 고용 기업은 장애인증명서 아니면 복지카드 사본 제출을 의무화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조치는 이해할 수 있다. 가짜로 장애인 전형을 우회하여 비장애인이 공명정대한 채용 질서를 흐리게 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구비서류라는 것을 엄청나게 많이 제출해봤고, 심지어는 반환 청구까지 해 본 경험이 있다. 어떤 직장은 직장건강보험 가입 이력이 적힌 문서를 제출하라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 의미는 직장 다닌 이력을 증빙해달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노동법 위반이므로.)

발달장애인 고용의 첫 번째 서류 제출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증명서 아니면 복지카드 사본 발급은 당사자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고 대리인이 신청한 민원서류는 발급되지 않는 서류도 요즘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민원신청통합포털인 민원24,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버민원센터 등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하여 증명서 발급 수준의 민원 업무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당신 명의의 범용공인인증서와 집에 프린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필자도 요즘은 주민등록등초본 수준의 민원서류는 주소지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집 컴퓨터로 민원24에 접속해 처리할 정도이다.

이러한 방법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엄청난 다행이다. 간단한 증명서 발급에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으며 오프라인 접수에서는 수수료를 걷지만 온라인 접수에서는 수수료를 걷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여 오히려 온라인 발급이 경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다행은 발달장애인에게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씁쓸한 이유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 지역 언론의 보도로 필자도 확인한 사실이지만, 일부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이 발달장애인 민원인에게 불친절하게 대응한 사례가 있었다.

또한 어이없게도 부모 등 보증인을 동반하고 왔음에도 성년후견인 이슈는 어떻게 알았는지 부모 앞에서 “성년후견인을 동반하고 오라”라는 사실관계를 알면 말이 되지 않는 행정 처리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행정안전부조차 “만약 자신의 의사표현이 가능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굳이 성년후견인 신청을 하지 않고도) 본인이 직접 행정 업무를 볼 수 있다”라는 의견표명을 할 정도인데도 그렇다.

심지어는 일부 발달장애인 부모는 성년후견인 제도 자체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까지 할 정도임에도 해당 공무원들은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부정한 것이라고까지 볼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 더 많이 관청으로 가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민원인을 받아들이는 사례에서 소개한 공무원들의 태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의 소지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민간 기구도 아닌 대한민국의 법령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행정기관에서!

그래서 어찌 보면 21세기 정보화 사회는 발달장애인에게 더 많은 안전을 가져다 준 것이라는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인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필자가 발달장애인임을 알고 있겠지만(필자가 스스로 그렇게 밝혔으니까), 이 글의 원고를 작성하는 컴퓨터는 필자가 발달장애인이고 이 글을 발달장애인이 작성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니까.

구비서류 이야기로 돌아와서, 발달장애인이 이제 구비서류를 스스로 발급받는 것은 당사자가 앞으로 행정적인 지역사회와 소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행정적인 관점에서는 행정문서로만 관계를 알고 있을 뿐이니까.

발달장애인이 취업을 위해서 구비서류를 준비하는 것도 최대한 당사자가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본인확인이 엄격해진 사회분위기상 당사자가 발급받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현실도 있고, 지역사회와 행정적인 소통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성취의 의미로도 다가오며, 공무원들은 발달장애인이 자신이 있는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도 발달장애인들은 가급적이면 민원서류를 집에서 인터넷으로 발급받는 것을 권한다. 어차피 지금은 덥지 않은가?

더위에 지치고 공무원들이 차별할 바에는 민원서류는 집에서 인터넷 접속으로 해결하고 구직원서를 보낼 때 구비서류로 보내는 것이 훨씬 나을 정도다. 적어도 인터넷은 당신이 발달장애인인 사실을 장애인증명서 발급 서버 말고는 모르니까. 발달장애인 최고의 구비서류 발급 장소는 어찌 보면 인터넷이라고 하겠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