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형제간 잦은 다툼으로 또래관계까지 걱정 된다는 한 어머니의 상담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우려와 달리 학교상담을 가보니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형제 중에 동생이 왜 이렇게 집에서만 형에게 덤비며, 다투는지 모르겠다며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다고 하셨다.

사실 위 가정은 환경적으로 형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고 있었다.

형은 지능이 낮아 발달장애라는 판정을 받았다. 부모님은 그런 형을 더 안쓰럽게 생각했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지 않으며 가정에서 양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반아동인 동생에게 더 많은 책임감과 이해를 바랬던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은 형이 사회적인 기술들을 배워 나가기보다는 동생이 형의 모든 것을 포용하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어린 동생 또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원했다. 관심을 받고자 어린 동생은 형에게 더욱 못된 행동을 보이기도 했고, 그로 인해 형과의 다툼이 자주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학교생활은 달랐다.무조건적으로 이해하기를 바라지도 분에 넘치는 책임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공감을 해주는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부모님께는 현재 양육방법을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어쩌면 부모님 스스로가 형을 더 장애아동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말이다. 발달장애아동인 형 또한 사회적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현재 많은 기관에서는 사회에 나아가서 행동해야할 기본 수칙들을 교육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각 기관에서의 관찰과 경험을 통해 사회적 규칙들을 배워가고 있다. 형의 경우 사회와는 단절한 채, 가정양육에서 부터 내가 아닌 타인이 먼저 이해해주길 기대하는 마음을 부모가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아동들도 경험으로 인해 관계를 배워나간다. 형제간의 관계 또한 작은 사회집단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 관계가 학교생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그때마다 한 아동만을 집중적으로 보호해줄 교사도 친구들도 없다. 스스로 익혀나가야 하는 것이다. 싸움이 있을 때마다 동생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각 상황에 따른 각기 다른 방법을 선택해서 해결해 볼 필요가 있다.

형제도 친구도 모두 함께하는 관계 ⓒ김지연

이솝이야기 중에 [싸움쟁이 형제]라는 책이 있다.

매번 만나기만 하면 다투는 형제에 대해 마을사람들은 형제를 나무란다.

그럴 때마다 형제는 언제나

“형이 또 때렸어요!”

“네가 먼저 약 올렸잖아!” 라며 서로가 비난하는데 급급했다.

이 싸움쟁이 형제들을 보며 언제나 마을 사람들은 수군수군 흉을 본다.

어느 날, 아버지는 또 싸우고 있는 형제를 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고 , 고민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낸다. 그것은 나뭇가지를 한 묶음씩 꺾어 오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하나씩 꺾어보라고 지시한다. 형제는 한 개는 너무 쉽다며 뚝뚝 부러뜨린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번에는 나뭇가지 5개를 한꺼번에 꺾어 보렴.“이라고 한다.

형제는 아무리 용을 써도 나뭇가지 묶음을 꺾지 못한다.

아버지는 나뭇가지 하나는 누구나 쉽게 부러지지만, 가는 나뭇가지라도 여러 개를 합하면 부러지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며 형제간의 사랑과 협동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알려준다.

아주 작은 힘이라도 합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서 헤쳐 나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사회임을 안다. 이 어려운 시기에 한사람만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기보다는 함께 뭉쳐서 이겨낼 수 있는 관계이기를 바란다.

이 이야기에서는 아버지의 역할에 관한 메시지도 알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서로가 함께 이뤄낼 수 있는 관계를 제안하는 것이다.

위 상담에 적용해보면 형은 약해서 마음이 쉽게 꺾일지도 모른다. 동생 역시 혼자서 자신도 지키고 형도 도우려다보면 마음이 쉽게 꺾일 수 있다. 하지만, 형에게도 책임감과 경험들을 제공하고 동생도 형을 적이 아닌 함께하는 관계로써 서로 인식하게 된다면 이 형제의 마음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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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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