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성본부 자격제도 안내 홈페이지 화면. ⓒ서인환

한국생산성본부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일을 한다고 하면 범위가 너무 넓고, 인재양성과 기업의 활동촉진에 관한 어떤 일이든 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일이 될 것이다. 즉 명칭만 듣고 그 단체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생산성을 향상한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으나, 사회의 모든 가치를 생산성이란 자본주의적 사고에 한정하는 기관 같기도 하다. 이는 물질이 인간성보다 앞서서 인간의 존엄적 가치가 생산의 하위에 놓이게 하여 사는 것이 아닌 일하는 사람만 인간으로 보일 수 있다.

공공기관인지, 사적 기관인지도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고, 생상성 관련 지수조사를 통하여 연구나 통계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자격증 시험과 교육 사업이 많다.

단체의 수익사업이 주요 사업인지, 공적 사회공헌적 성격이 강한지도 짐작하기 어렵다. 어쨌든 여러 가지 교육과 자격증 시험을 실시하는 기관이다. 사람들은 한국생산성본부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이나 대한상공회의소와 같이 다양한 시험의 주관기관이라고 여기고 있다.

현대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자격검정을 통해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교육기관의 경우 사회에 맞는 자격인을 양성하고자 하는 의무감인지, 아니면 교육비를 수익으로 하는 장사인지 일단 의심을 하게 된다. 그 기준은 시험 과정이 얼마나 공정한가와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특별한 교육인가, 수익금의 사용이 공적이며 투명한가, 정말 유용한 자격이며 응시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가 등등이 될 것이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자격제도를 보면 OA과정, 그래픽디자인 과정, 경영실무능력자격, 인터넷윤리자격,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 IT 산업 컴퓨팅 사고력 자격, 광고능력 평가 관련 다양한 자격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경진대회도 개최한다고 되어 있다.

취업자를 위한 실무적 성격의 사무능력과 컴퓨터 관련 기술을 교육하고 있으며, 기업 경영자의 능력을 배양하고 있고 사회문화적 진단을 위한 사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자격이란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검증된 권한이나 전문성을 말하는데, 경영자격증이라 하면 이 자격 없이 경영하면 불법인가? 연수가 필요할지는 모르겠으나 자격이란 단어가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윤리자격이란 말도 재미있다. 윤리는 전문성이 아니라 질서이고 양심이다. 윤리가 자격이라고 하니 이 자격제도를 가지고 교정사업을 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한국생산성본부 장애인 응시자격 관련 홈페이지 화면. ⓒ서인환

정보격차를 없애고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장애인에게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궁금하여 홈페이지를 더 살펴보았다.

장애인은 특이자로 표현되고 있다. 즉 장애인은 보통 사람이 아닌 특이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장애인 중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장애유형은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네 가지 유형에 한정된다. 시험이 능력이나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과정인데, 그 판단과정에 앞서 다른 유형의 장애인은 자격이 없다고 잘라버리고 있다.

시각장애 등 상세한 정보를 위하여 진단서를 요구하고 있다. 취업시험에서도 진단서는 금하고 있는 차별요소인데, 자격제도에서 진단서를 요구하고 있다. 자격시험은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심사인데, 그 심사를 무시하고 사전에 자격 없음을 컷오프 하는 차별을 저지를 수 있고, 장애인의 의학적 개인정보를 필요 이상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은 복지카드를 팩스로 사전에 보내고 전화로 수신 확인을 하여야 한다. 팩스는 수신 여부를 알 수 없는 것이므로 전화로 확인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전화는 공식적 행정행위가 아니다. 문서행위가 아닌 전화로 문서적 행위를 증명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전화를 하고 녹음을 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행정착오가 발생하면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다. 확인의 책임이 장애인에게 있고 시험기관에게는 없다.

장애가 심하여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어 시험 응시에 제외될 수 있다고도 한다. 장애가 심하면 응시자격이 박탈된다. 이 기준만으로도 차별이다. 그리고 장애가 심한지의 판단은 전적으로 생산성본부의 직원의 개인적 판단에 불과하다.

장애인의 권리가 갑의 입장인 한 개인에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을 권력이라 한다. 검증자가 아니라 권력자가 되는 것이다.

시험을 칠 수 없다면 답을 달지 못하거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결과에 근거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는 행위 차제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제외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장애가 심하다고 하여 안전의 문제가 있다고 하니,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시험을 방해하는 이상 행동을 하여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건강이 약하여 시험을 치르는 것이 위험하다는 말인가?

장애인에게 유형에 맞는 편의제공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에게 특정 접근 가능한 위치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과 시각장애인에게 시험 시간을 연장해 준다는 것 외에는 없다. 확대문자 시험이나 의사소통 기구를 통한 시험 보조, 컴퓨터 정보통신 보조 장치의 지원 등은 어디에도 없다.

장애인 등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을 하고 있는 기관에서 시험에서의 정보 격차를 조장하고, 정보화 사회에서의 IT 기술 자격을 인정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시험은 시험을 통해 검정되어야 한다. 장애인이란 이유로 자격에 대한 검정을 시험이 아닌 장애로 판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장애인에게도 동등한 기회균등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거부할 수 있는 담을 치고 있는 것은 즉시 시정되어야 한다.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을 이 사회는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을 하면서 홈페이지 웹접근성도 검정 받지 않았으니 평가 이전에 자격시험 기관 심사대상에서 제외하여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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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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