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속담에 ‘마음에 착함이 없는 아름다움은 김빠진 술과 같다.’ 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착한 마음을 중요한 덕목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착하게 자라야지’, ‘착한아이는 그러면 못써’ 와 같이 [착한마음]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그로 인해 어린이들은 옳은 일을 하거나, 양보하거나, 친절하게 하거나, 힘든 일을 참아내었을 때 ‘착한 아이구나’ 라고 칭찬 받는 것으로 어른에게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부모는 자녀의 착하게 보이는 많은 행동을 자랑스러워하며, 아이를 칭찬하고 타인에게 거듭 자랑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부모교육의 주요내용 중 하나로 [착한아이증후군]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널리 사용된다. [착한아이증후군]의 양상대로 아이들이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과장되게 칭찬하거나 착하다는 말로 아이를 [착한아이]틀에 가두지 말라는 이야기다.

[착한아이증후군] 이란,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구나 소망은 억압하면서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비춰지도록 지나치게 노력하는 태도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이다.

흔히 ‘착한아이콤플렉스’ 라고도 하며 정신분석학에서는 어린 시절 주 양육자로부터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유기공포가 심한 아동이 그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방어기제의 일환으로 본다. <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가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 중에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할까 두려워 ‘착한아이’를 연기하는 경우가 있다. ‘착하다’라는 한마디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기억이 강하게 작용하여, 언제나 웃고 명랑하게 행동하고, 양보하거나, 친절을 베풀거나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아이들은 부정적인 표현인 ‘안돼’ ‘싫어’ ‘못해’ 라는 단어의 사용을 극히 제한하고,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yes맨’ 인 경우가 많다.

성장하게 되어 사회에 나갔을 때에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식이 될 수는 있으나, 착한 가면을 쓰고 있는 이 사람의 내면은 타인의 기대에 어긋날 것에 대한 우려로 일탈은 생각지도 못하고 정형화된 생활만을 해 나가게 된다.

억압돼 있던 자신의 원래 성향은 스스로에게 부정적이거나 파괴적인 양상으로 돌아와 신경질적이거나 무기력,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착한아이증후군에 빠져있는 아이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부모 또한 아이의 감정을 너무 억제하지 않도록 풀어주고 좋고, 싫음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적절히 표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아동들 중에서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튀지 않고, 내가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한다며 눈치를 보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

이들 또한 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 내제된 감정들을 적절히 표현해 보지도 못하고 나를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 속에 갇혀있는 경우가 있다.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 ⓒ김지연

동화책 ‘거절해도 괜찮아’ 라는 이야기는 착한아이증후군에 고착된 내용을 단편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작은 마을에 굴뚝청소부인 얀이 살고 있었다. 얀은 마음이 착해서 누구의 부탁도 거절할 줄 몰랐다. 동네 사람들은 얀의 칭찬을 끊이지 않게 했다.

어느 날 굴뚝청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 빵집 아저씨, 옷가게 점원 그리고 옆집 할머니의 부탁을 받게 된다.

그것은 내일 아침, 굴뚝청소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얀은 흔쾌히 부탁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려는데 갑자기 친구들이 생일파티에 가자며 얀을 끌고 나왔다. 내일 일정을 이야기는 하지만 친구들의 성화에 거절하지 못하고 파티에 다녀오게 되고 다음날 아침 간밤의 피곤함에 잠에서 깨지 못 해 얀은 굴뚝청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빵집아저씨는 굴뚝이 막혀서 빵을 만들 수 없었다며 소리를 질렀고, 옷가게 점원은 벽난로가 막혀 가게 안이 온통 검게 그을렸다고 소리쳤으며, 할머니는 벽난로를 사용하지 못해 감기에 걸렸다고 화를 냈다.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무조건 수락했던 행동들이 결국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돌아왔다. 얀은 굴뚝청소를 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바람에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거절을 하는 것은 괜찮다. 얀은 적절한 거절은 오히려 자신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이해를 구할 수도 있는 행동임을 알았어야 했다.

무조건 ‘안돼’ 라고 말하란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설명과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한다면 나 자신도 지키며 정중히 거절할 수 있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은 거절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아이들의 좋은 행동들에 칭찬을 해주되, 어떠한 결과라도 ‘노력’과 ‘과정’에 대해 칭찬하고, 아이의 감정표현에 대해서는 과민반응하기보다 성장과정에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일이라 여기고 편안하게 대해주는 것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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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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