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후마나 농장 전경. ⓒ이유니

하와이에 이주하고 본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모토를 종종 마주하게 되었었다.

“Buy local, it matters”라는 문구였다. “현지의 비즈니스를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의역을 할 수 있는 문구인데, 살다 보니 하와이의 현지 물품 생산과 판매 지지 활동은 필자가 다녔던 미국의 어느 도시보다 적극적이었다.

한국에서는 하와이 하면 관광지로 알고 있지만 하와이의 현재 경제의 시작은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농장 등 농업이었다. 이런 역사와 더불어 하와이가 태평양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다 보니 먹거리 등을 본토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비상사태(전쟁이나 허리케인 등)가 생겨서 물류 공급이 끊길 경우 주민들의 기본 생존 능력이 없어져 더 큰 위기가 온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주정부에서는 농산품만큼은 신토불이, 하와이 섬에서 생산되는 것을 소비하기를 격려한다.

에이블뉴스와 상관없어 보이는 하와이와 농업에 대한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현지 농업을 살리자는 취지로 운영되는 오하우 섬의 큰 농장 중의 하나가 장애인 구직과 그룹홈을 운영하는 데서 시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하와이에 이주하고 구직을 준비하는 동안 필자의 주 관심사는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기관이었다. 때마침 한 유명 구직 사이트에서 한 농장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담당자를 뽑는다는 포스팅을 보았었다. 카후마나(Kahumana) 유기농 농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었다.

장애인 그룹홈과 농장이라니? 얼핏 보았을 때 쉽게 연관 관계를 가지기 어려운 두 분야의 만남에 호기심이 유발되어 그 기관을 한참 연구했었다.

장애인들이 함께 사는 그룹홈과 그들의 직업 훈련으로 농사를 가르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농장의 한편에는 농장에서 재배한 작물로 운영이 되는 식당이 있다고 한다.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필자는 이 기관에서 운영하는 농장과 식당을 종종 방문하고 하였다.

주말에 방문할 때마다 식당은 그곳을 찾은 방문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밭에서 바로 재배한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점 외에도 식당은 농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탁 트인 아름다운 전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에도 이 농장은 주말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농장 투어 및 요가 수업 등을 진행하였다. 농장 한편에는 양계장이 있었는데 농장 투어 프로그램을 한 아이들은 양계장에서 직접 달걀을 가져와 구입할 수도 있었다.

카후마나 농장은 50에이커(6만평) 넘는 농장에 장애인분들의 그룹홈 외에도 노숙자분들이 재생을 위해 잠시 머무르고 생활하는 임시 거주지(transition housing)가 48단지나 된다고 한다.

기관의 역사는 1974년 장애인, 노숙자 등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그룹 홈을 제공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2008년 이 그룹홈을 중심으로 농장을 경영하기 시작하였고. 불과 10년 만에 농장은 장애인 단체에서 벗어나 주말 가족들이 머리를 식히러 오는 요가 프로그램, 아이들의 농장 체험을 위한 관광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하와이 특산농산품들 배송을 준비하는 곳. ⓒ이유니

이 밭에서 생산되는 농산품들은 와이키키의 내노라하는 유명한 레스토랑에 공급이 된다고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카후마나 농장은 이제 주정부, 개인의 도네이션이 전혀 없이 백 퍼센트 농장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얻는 이윤만으로 운영이 가능한 일종의 영리 기관으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단순히 사회사업을 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 소비자층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적극적으로 이윤을 꾀하고 이렇게 얻은 이윤으로 더 많은 장애인 그룹홈을 짓고 장애인들과 노숙자, 실업자들이 구직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봐주는 어린이집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장애인들과 노숙자들, 사회 소외 계층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기관이 현지의 특성을 잘 살린 똑똑한 경영 방식으로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이윤을 창출하여 더 많은 사회사업이 가능해진 모범 사례가 된 셈이다.

필자가 여러곳의 사회사업 기관에서 일을 해본 경험을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사회사업 단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부가 주는 재정 지원의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는데 있었다. 물론 연방 정부나 주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해서 운영되는 사회 산업도 장점이 있지만 만에 하나 정치적으로 장애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정책이 세워지거나 주정부, 연방정부의 적자로 지원이 끊기면 프로그램 전체가 운영이 중지된다는 큰 단점을 안고 간다.

이 때문에 많은 미국 사회사업 기관들은 프로그램 운영에 여유와 자유를 줄 수 있는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자 지역 사회의 기부금을 모으는데 주력하거나 다양한 영리 사업을 꾀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카후마나 농장은 하와이 비영리 사회사업 단체 중 가장 성공적인 기관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하와이주의 모토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를 이끄는데 기여한 가장 큰 농장이 장애인들을 위한 공동체에서 시작된 것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런 기관들이 지역 사회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것은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 역으로 현지 경제에 기여하게 된 것이다. 이 사회의 큰 그림에 기여한 멋진 윈윈 게임이 되는 것이다.

카후마나 농장의 상징은 하와이의 쿠쿠의 열매 나무라고 한다. 이 나무의 상징은 계몽, 보호, 그리고 평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40년의 역사 동안, 계몽, 보호, 평화, 이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리한 농장이 더 크게 번영하기를, 그래서 더 많은 장애인들과 취약 계층에게 더 큰 울타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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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니 칼럼리스트 현재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 도시가 속한 베어 카운티의 지적발달장애인 부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바다 수영과 써핑을 사랑하는 자폐증이 있는 딸과 한발 한발 서로의 세상을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바다 꼬마가 사람들의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는 게 인생의 목표이다. 이곳에서 체험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와, 바다 꼬마와의 서툴지만 매일이 배움과 감동인 여정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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