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관에서 우리 아들에게 성교육 해 주는 것에 대해 불안해요. 장애가 있는 우리 아들이 성에 대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겨요. 제가 바라는 것은 단지 우리 아들이 자신의 행동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아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성적인 것으로 오해받게 되는 것이 제가 가장 걱정스러워 하는 일이에요.”

이 말은 발달장애 2급인 20대 초반의 아들을 둔 한 어머니가 아들이 다니는 기관에서 성교육을 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스러워하면서 필자에게 하소연한 말이다.

이 어머니는 발달장애 자녀를 위한 성교육을 행위 중심의 성(sex)에 대해서만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다.

이 어머니는 우려는 사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많은 어머니들이 하는 현실적인 염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을 한 방향으로만 생각함으로써 갖게 되는 우려이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성교육은 위 어머니가 생각하듯이 행위 중심의 성(sex)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필자가 20년 이상 발달장애인들에게 제공해 온 성교육 또한 매우 총체적인 사회적 관계에 대한 것들을 다룬다.

물론 생식기와 생식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긴 하지만 대부분의 수업에서는 대인관계기술(데이트 포함), 의사소통기술, 사회적응기술, 몸단장하기, 자조기술, 예의범절, 건강 및 안전, 성가치와 성인기 책임, 우정과 사랑, 결혼, 출산 및 자녀양육, 자존감, 성폭력(피해 및 가해) 등 그 교육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배울 필요가 있는 다양한 것들이 다루어진다.

고려해야 할 점은 교육받는 사람들의 연령대와 장애 수준인데, 이것들 외에도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발달장애인들이 모두 다 다르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각 사람에게 맞는 성교육 내용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모든 연령 및 모든 발달수준에 맞는 발달장애인 성교육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정해진 기준이란 없다.

하지만 연령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사춘기 이전과 사춘기 시기, 그리고 사춘기 이후(혹은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로 나누어 생각해 보는 것이 성에 관해 발달장애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럼, 20대 초반의 발달장애 남성이 알아야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그런데, 그 남성은 왜 그것을 알아야 하는가? 성교육 제공자는 발달장애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성교육의 내용)를 결정하기 전에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발달장애 자녀의 성교육에 대해 우려를 표현한 어머니도 성인 자녀가 사람들과 더불어 살 때 어려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녀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것이다. 꼼꼼히 살펴보면, 그 어머니가 자녀에게 하는 많은 말들은 “~을 하지 말라” 혹은 “~을 하라”일 것이다.

어머니는 자녀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말할 것이고, 또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녀에게 말해 줄 것이다. 또한 사람들 간의 사회적 거리(바운더리)를 유지하는 것, 친구를 사귀거나 친구와 잘 지내는 것 등에 대해 말할 것이다.

필자가 부모교육이나 복지기관의 종사자 교육을 할 때 꼭 하는 말들 중 하나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은 단순히 신체부위의 이름과 기능, 생식, 자위행위, 피임, 이성교제, 결혼, 성폭력 등에 대해서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은 발달장애인의 이해력 수준과 관심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만일 아이가 무언가를 배우는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고 이성관계에 관심이 없다면 성교육자는 안전과 관련된 것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만일 아이가 이성에 관심이 많고 이해수준이 높다면 성교육자는 관계형성이나 데이트와 같은 내용을 다루어주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기술과 대인관계가 포함된 총체적인 성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발달장애인들은 성적인 문제라고 해석될 수 있는 사회적 실수를 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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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조기교육실, 그룹홈, 생활시설, 요양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였다. 특수교육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주제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복지에서도 석·박사학위를 지니고 있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고, 부모교육과 종사자교육, 교사교육 등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상·하반기에 걸쳐 발달장애인성교육전문가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숭실대학교, 단국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등의 외래교수로서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성과 성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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