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를 다쳐 울고 있는 현민 ⓒ최선영

“쿵 쿵쿵 쿵”

“조심해”

“콰~당”

“으앙~”

“괜찮아? 어머!!”

현민이는 발달장애 아동입니다. 성격이 밝은 현민이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뛰어다니다 또 넘어졌네요.

그런데 현민이의 울음소리가 여느 때와 다르게 날카롭게 들립니다.

현민이를 일으켜 세우려고 달려온 엄마는 현민이 얼굴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지릅니다.

“현민아, 어디를 다친 거야?”

엄마 뒤를 따라온 이모도 놀라며 현민이의 얼굴을 살펴봅니다.

급한 마음에 엄마와 이모는 약 상자를 챙겨 현민이를 안고 병원을 향해 달려갑니다.

약통에서 솜을 꺼내 피가 나는 현민이 입을 닦아주다 현민이 입안을 살핍니다.

넘어지면서 입술이 찢어지고 앞니가 반쯤 깨져있었습니다.

“많이 아프지? 조금만 참자.”

이모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치과 앞에 차를 세웁니다.

여전히 울고 있는 현민이를 안고 치과에 들어서서 접수를 하려고 할 때......

“저.. 중증 장애 아동은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지금 저희 병원에는 장비가 없어요. 대학병원으로 가보세요.”

엄마는 다시 현민이를 업고 계단을 내려와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모는 가까운 사립대학병원을 향했습니다.

“병원 가서 치료받으면 괜찮아. 조금만 참자.”

엄마는 현민이를 안고 토닥여주며 말합니다.

현민이는 아직도 많이 아픈지 다리를 버둥거리며 여전히 큰소리로 울고 있습니다.

전신마취가 가능한 대학병원에서는 전문 인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현민이의 진료를 거부했습니다. 이모는 다시 차를 몰기 시작합니다.

“이제 어디로 가지? 대학병원에서도 진료를 못한다고 하면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속상한 이모는 화가 나서 혼잣말을 하며 또 다른 병원을 향해 달립니다.

차를 몰고 거리를 헤맨 지 2시간이 지났습니다. 또 다른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엄마는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러게 엄마가 늘 조심하라고 했잖아.”

엄마는 속상한 마음에 현민을 꾸짖습니다.

“언니, 안 그래도 지금 아파서 힘들 텐데, 현민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애들 놀다 보면 다칠 수도 있고 그런 거지.”

“나도 알아. 속상해서 그러는 거지. 장애인은 다치지도 말아야 해. 놀지도 말고. 이렇게 다치면 갈 곳이 없잖아.”

“언니, 여기 가보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른 또 다른 병원에서도 역시나 현민이를 치료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현민이가 치료할 수 있는 장애인 치과 전문 병원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단국대 죽전치과 병원&수원병원. ⓒ최선영

경기권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인 단국대 죽전치과병원과 경기도가 설립한 공공의료원인 경기도 의료원 수원병원이었습니다.

다음날 현민이는 엄마와 함께 아빠 차를 타고 진료를 위해 방문했습니다.

단국대 죽전치과 병원은 단순 검진을 받는데만 몇 주를 기다려야 하고 수원병원 역시 몇 개월을 기다려야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일단 두 군데 모두 접수하고 돌아왔는데 현민이는 지쳐서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현민이는 치아 쪽은 문제가 없어서 한 번도 치과를 찾은 적이 없었습니다. 막상 이렇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하지 않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됩니다.

“여보 이렇게 진료받기 힘들어서 어떡해요?”

“그래도 휠체어 전용 치료실과 행동 제어를 담당하는 전문가 선생님이 상주해 계시는 중증 장애인 전문치과병원이 있어 다행이야.”

“그래, 그런데 이렇게 급할 때 바로 진료를 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어서 마음이 참 그렇다......”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 장애인은 많은데 전문치과병원이 몇 군데 되지 않으니...”

치료 받는 현민이 ⓒ최선영

현민이는 진료예약을 하고 두 달이 지나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부러져나간 현민이의 이를 보는 엄마는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현민이도 간간이 찾아오는 찌릿한 통증 때문에 엄마품에서 떼를 쓰기도 했습니다.

불편할 때 언제든 달려가서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들다가도 그래도 이렇게라도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엄마의 폰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여보세요.”

“아.. 현민 엄마 저 예현 엄마예요."

“네 예현 엄마 잘 지내셨어요?”

“네. 다름 아니라 치과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아시는가 해서요? 우리 예현이 충치가 생겨서 동네 치과에 갔더니 진료를 못해준다고 하네요.”

지적장애 예현이는 현민이 보다 한 살 아래 동생입니다.

현민이가 이사 오기 전 친하게 지내던 이웃입니다. 현민이도 예현이도 장애가 있다 보니 엄마들은 서로 의지하며 더 가깝게 지냈습니다.

함께 할 때는 자주 오고 가고 했는데 멀리 이사 오고부터는 서로의 바쁜 일상에 드문드문 안부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전화기 너머에 들리는 예현 엄마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몇 달 전 현민이를 안고 병원을 다녔던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현민이도 두 달 전에 넘어져서 입술이 터치고 이가 부러졌어요.”

“어머. 그랬군요...... 어떻게 됐어요?”

“몇 군데를 가도 못해준다고 해서 난감했어요. 그러다 중증 장애인 전문치과진료를 해주는 곳을 소개받고 치료는 했는데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두 달이나 기다렸어요.”

“그러셨군요.. 현민이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도 치료해주는 곳이 있으니 다행이네요. 우리 예현이도 거기로 가봐야겠어요.”

“네 기다리기는 해도 눈치 안 보고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게 어디에요. 진료받으며 만난 시각장애 아이를 둔 엄마가 일반 병원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기도 했는데 싫어하는 눈치를 줘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또 어떤 분은 지방에서 오셨는데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멀리 왔다고 하면서 긴 한숨을 보였어요.“

“에효......”

중증 장애인을 위한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 앞에 두 엄마는 긴 한숨만 주고받다 그래도 멀거나 힘들거나 받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전화를 끊습니다.

치과진료는 일반인도 가기가 두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중증 장애인의 경우 그 두려움의 정도가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 진료 도중 움직일 수도 있고 진료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료하는데 어려움도 많습니다. 일반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중증 장애인 치과 진료를 위한 전문센터가 각 시. 도마다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웃고 있는 현민이 ⓒ최선영

전문센터가 없는 시. 도에도 센터가 세워져서 제2, 제3의 현민이가 치과 진료를 받는데 어려움 없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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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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