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굿윌 구제가게. ⓒ이유니

미국의 어느 도시를 가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가게 중 하나가 바로 굿윌의 중고품을 파는 구제 가게일 것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한 콘셉트의 굿윌의 중고 가게는 기부를 받은 물건들을 다시 수선해서 판매해서 수익을 얻는 곳이다.

지금은 한국에도 굿윌이 독자적인 형태로 들어왔다고 알고 있지만 필자가 미국을 나오던 시절에만 해도 한국에서 기부를 받은 물품을 다시 수선해서 판매하는 구제 가게로는 아름다운 가게가 유일했었다.

때문에 굿윌이라는 기관을 전혀 알지 못했던 터라 단순히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한 곳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디 아크에서 인턴을 시작하면서 굿윌이라는 기관이 장애인들의 재활과 구직에 얼마나 중요한 기여를 하는 지원단체 인지 알기 시작하였다.

일 년 정도의 인턴기간 동안 그곳 사람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은 출근 도장을 찍게 된 곳이 굿윌의 물품 수선, 정리, 포장 센터였다.

이 센터는 지적장애인들에게 가장 집중적으로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실제로 그들이 가장 많이 취업을 해서 일을 하게 되는 곳이었다.

장애인들과 정리 포장 센터에서 주로 물품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일을 돕고 관리를 하였었다.

로컬 지점마다 다르지만 당시 있었던 세인트루이스에서는 현지 베이커리에서 매일 베이글, 바게트 등의 빵을 굿윌에 기부하여 판매하였는데 위생에 철저히 신경 써서 포장 판매를 하여야 하는 물품이다 보니 일을 시작하기 전에 다들 위생 교육을 받고 그 절차에 따라서 빵을 포장하였던 기억이 난다.

굿윌의 역사는 1902년, 보스턴의 한 목사님이 동료 신앙인들과 함께 부유한 동네에서 물건을 모아서 실직자들과 함께 그 물건을 수선해 재활용해서 판매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아이디어는 곧 미국 각지에서 환영을 받기 시작하였고 백년의 역사 동안 전미에서 가장 뿌리 깊은 재활용 가게로 자리 잡게 된다.

전미의 굿윌 가게에 도네이션 되는 수많은 물품들은 지적장애인들의 손에 의해 정리가 되고 포장이 되어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현재 굿윌은 매년 4천만 불이 넘는 순이익을 낳고 30만 명의 장애인과 구직이 어려운 저소득 실업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실제 굿윌의 직원 11만명 중 3만명이 장애인이라고 한다.

사실 굿윌이 바꿔놓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장애인이나 실직자, 저소득층을 도와야 하는 복지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는 존재, 소득을 창출할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믿음을 사회에 불어넣은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에는 34% 정도의 지적장애인이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전체 장애 인구의 9.2%만이 실직 상태이고(비장애인 실업율은 4.2%라고 한다) 라고 볼때 미국 역시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구직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비율을 최소한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비슷한 취업율로 올려놓기 위해 대부분의 성인 지적장애인들은 구직 센터에서 취업을 위한 일들을 배우곤 한다.

당시에 디아크의 그룹홈에서는 많은 지적장애인분들이 일을 하러 나갔었다. 내가 만났던 지적장애인 분들은 주로 패스트푸드나 프렌차이저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하고 서빙하는 일들을 했었다.

지적장애가 있다는 한계 때문에 많은 경우에 이렇게 최저 시급을 받는 일들을 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일을 하는 분들은 일을 하러 나가는 날들을 매우 즐겼었다.

직업 고용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의 고용주들이 놀랍게도 지적장애가 있는 직원을 젊은 학생이나 십 대 아르바이트 생들보다 훨씬 선호한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가 성실함과 정직함에 있다고 하였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매뉴얼대로 잘 따라 하는 이들이 조금 느리지만 대다수의 고용주들이 놀랍게도 지적 장애가 있는 직원을 젊은 학생이나 십 대 아르바이트 생들보다 훨씬 선호한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가 성실함과 정직함에 있다고 하였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매뉴얼대로 잘 따라 하는 이들이 조금 느리지만 대다수의 고용주들이 선호하는 좋은 고용인의 자세라고 하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선호는 지적장애인 고용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너그러울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음식점에서 더디고 느리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장애인들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그들의 속도에 맞춰서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와 여유가 전반에 깔려있는 사회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는 굿윌 같은 장애인 직업 교육 센터가 더 많이 생겨나고 지적 장애인들을 위해 더 많은 일자리들이 창출되어서 우리의 세상 속에 더 많은 이들이 더불어 살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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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니 칼럼리스트 현재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 도시가 속한 베어 카운티의 지적발달장애인 부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바다 수영과 써핑을 사랑하는 자폐증이 있는 딸과 한발 한발 서로의 세상을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바다 꼬마가 사람들의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는 게 인생의 목표이다. 이곳에서 체험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와, 바다 꼬마와의 서툴지만 매일이 배움과 감동인 여정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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