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동현의 방문을 두드리는 아빠 ⓒ최선영

“똑똑똑”

“......”

“똑똑똑”

“......”

방문을 두드리는 아빠의 손은 오늘도 쓸쓸하기만 합니다. 언젠가는 예전처럼 동현이가 아빠의 손을 잡아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어제처럼 그 문을 두드립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동현과의 거리가 아빠는 멀게만 느껴집니다.

“여보, 그럴수록 동현이는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그냥 조금만 그대로 두면 좋겠어요.”

“아니, 그럴 수 없어. 저대로 계속 두면 더 어두운 곳으로 숨으려고만 할 거야. 어떻게 해서든지 나오게 해야 해.”

“그건 그렇지만......”

동현이는 밥도 혼자 방에서 먹습니다. 그나마 식사 시간만이라도 문을 열어주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 엄마는 그마저도 못하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아빠는 동현이와 매일 저녁 캐치볼을 즐기고, 주말이면 자전거 하이킹을 다녀왔습니다. 그 행복이 사라진지도 1년 8개월이 지났습니다.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던 동현은 그날도 환한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하고 학교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아빠는 자전거를 가르쳐주면서 안전에 대해 많이 강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현은 잘 타지만 늘 안전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조심성 있게 자전거를 타는 동현에게 조심성 없는 난폭운전자가 동현의 일상을 깨트려 버렸습니다.

하반신마비라는 장애 앞에 동현은 언어에 대한 기억을 지운 듯 대화를 거부했고, 방문도 잠궈버린 체 깊은 어둠 속으로 꼭꼭 숨어버렸습니다. 아빠도 엄마도 그런 동현을 지켜보는 것이 죽을 만큼 아팠습니다. 아빠는 동현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습니다.

힘든 현실을 만났지만 살아내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동현은 아직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들고 세상과 마주할 마음도 용기도 없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아이와 공을 주고받는 성진 ⓒ최선영

주말 오후 집으로 들어오던 아빠는 동현과 캐치볼 하던 놀이터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아빠의 시선에 들어온 휠체어 탄 남자와 그의 아들로 보이는 아이의 캐치볼 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들의 환한 미소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이사 온 사람들인가?”

아빠는 지난 주말 아래층에 이삿짐이 들어오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9층에 사는 안현석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아빠는 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7층에 새로 이사 온 김성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며 가며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주고받다 보니 어색하지 않은 반가움마저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그와 함께 차를 마시며 깊은 이야기를 합니다.

성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현석 ⓒ최선영

“저희 아들이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해서 어떻게든 아이를 돕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아빠는 그에게 힘겨운 마음을 보입니다.

“네.. 그러시군요. 사실 저도 중도 장애인입니다. 고등학교 때 사고로 다쳤는데 처음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금 아드님도 많이 힘들 겁니다.”

“김 선생님께서도 사고로 장애인이 되셨군요......”

“네. 장애인의 10명 중 9명이 중도장애인입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현실에서 내가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냥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만 흘렸는데 이렇게 막상 제 이야기가 되고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운동을 한 번 시켜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힘든 과정을 운동을 통해 이겨냈습니다.”

“운동?...... 휠체어를 타고 운동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패럴림픽에서 장애인들의 경기 모습은 봤지만 그건 특별한 훈련을 통해 가능한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비장애인이 생활체육을 하고 전문체육을 하듯이 장애인 체육도 생활체육을 통해 일상에서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더 나아가 전문체육인으로 훈련받고 선수 생활을 하시는 분도 많이 계시고요. 장애인에게 운동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장애로 인한 신체활동의 제한은 장애를 악화시키거나 새로운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지켜야 합니다. 사실 장애인의 경우 활동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더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치료적 역할도 있습니다. 장애부위의 기능 감퇴 예방과 잔존능력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운동으로 해소해야 합니다. 체육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운동 이야기를 꺼내면 아마 처음에는 하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장애인 체육회가 있습니다.”

“장애인 체육회요? 그런 것도 있군요.”

“네. 장애인 체육회를 통해 체육활동과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대한 장애인 체육회 사이트에 들어가시면 시도지부 장애인 체육회로 바로 가기가 있습니다. 일단 지역 장애인 체육회에 문의하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현이에게 가장 알맞은 종목을 가이드 해주실 겁니다. 운동을 시작하면 전문 지도자의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중도장애인 중에, 특히 청소년기에 장애를 입게 되면 많이 힘들어합니다. 운동을 통해 세상으로 다시 나오는 계기가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감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장애 때문에 받았던 상처를 치유받게 됩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저 같은 경우는 정말 그랬습니다.”

“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동현이도 장애를 받아들이고 밝은 모습을 회복하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처럼.”

“걱정 마세요. 전문 지도자들은 운동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동현이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져 주실 겁니다. 10년 이상 사명감을 가지고 이 길을 걸어오신 전문가들이시니 맡겨보시지요.”

아빠는 대한 장애인 체육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성진과 함께 대구시장애인체육회를 방문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현이의 마음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팀장님과 전문 지도자님의 방문과 설득으로 그리고 동현이처럼 학창시절 중도장애를 입은 성진과 자주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동현은 굳게 닫았던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습니다.

배드민턴 경기하는 모습 ⓒ최선영

그렇게 마음을 조금씩 열어 보이던 동현이 드디어 성진과 배드민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휠체어를 탔지만 멋진 게임을 펼치는 모습을 보며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형들의 반가운 인사를 받으며 시작하게 된 운동으로 동현이의 얼굴에 예전의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김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어이쿠 별말씀을.”

“아닙니다. 사실 김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장애인 체육회가 있는지도 몰랐을 텐데...... 그리고, 지도자님께서 동현이가 생활체육에서 더 나아가 전문체육인으로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씀해주셔서 동현이도 저희도 아주 많이 설레고 기쁩니다.“

“하하, 동현이 패럴림픽에 나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무엇보다 동현이가 밝은 모습을 되찾아서 보는 저도 기쁩니다.“

“장애인 체육회가 많은 장애인의 체육활동을 위해 더 알려지고 발전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동현이가 운동을 하다 보니 같은 입장에 있는 학부모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무엇보다 시설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나누었습니다. 장애인 체육활동이 더 활발해지도록 비장애인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체육관 사용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이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네 그 부분은 정말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아빠는 동현이가 운동을 하고부터는 길에서 장애인을 만나면 조심스레 다가가 운동을 하는지를 묻곤 합니다.

동현이가 운동을 시작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장애인에게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체육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에게 장애인 체육회를 소개해주었는데 몇 달 뒤 고맙다는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생활체육을 시작하고 많은 사람과 교류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뿌듯한 마음에 싱글벙글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주말 오후 동현은 휠체어를 타고 놀이터에 나와 아빠와 캐치볼을 즐깁니다.

놀이터로 간식을 들고 온 엄마의 얼굴에도 미소가 환하게 피어납니다.

산책 나 온 성진 가족과 만나 함께 저녁을 먹습니다.

“장애라는 벽을 스스로 쌓고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과 장애인은 운동을 잘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비장애인의 편견이 이제는 없는 세상이기를 바라봅니다.”

“네 맞습니다. 장애인에게 체육활동은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체육활동을 마음껏 하는 사회가 되어야겠습니다.”

“장애인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체육관 사용을 내주지 않아서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렵게 사용하게 해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장애인이 아니라 그냥 운동선수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다음부터는 경기장 사용을 쉽게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식개선이 필요한 이유이지요.”

“우리 동현이가 성인이 되어 경기를 할 때는 이런 일로 고민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네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장애인 스스로도 보여주고 있으니 그렇게 될 겁니다.”

열심히 운동하는 동현 ⓒ최선영

배드민턴 전문체육과정을 시작한 동현은 이제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되는 배드민턴, 국가대표가 되는 것입니다. 멋진 경기로 장애인이 아닌 운동선수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오늘도 땀 흘리며 훈련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체육회에서는 장애유형에 따른 다양한 체육활동을 소개하고 지도자를 연결해주며 체육활동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고 가이드 해줍니다.

가장 적합한 체육활동을 통해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장애인 체육회 많은 수고하시는 분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을 위해 현장에서 장애인과 하나 되어 땀 흘리고 있는 지도자들의 보이지 않는 큰 수고에 합당한 처우개선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봅니다.

그분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고 동현이도 더 열심히 훈련에 입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체육활동을 통해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