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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통해 형성되는 성 정체성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6-13 10:54:41
우리의 성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다시 말해, 성 욕망과 생식기를 지닌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는가? 우리는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부모와 가족, 주변사람들로부터 우리 자신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며 자라왔다.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나와 하는 이야기나 나에게 해 주는 말이 내가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인식을 갖게 만든다.

매력적이지 않고 호감이 잘 가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매력적이고 호감이 가게 생긴 아이들에 비해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를 덜 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고 있다.

우리는 길을 가다가 엄마에게 안겨 있는 예쁜 아기를 보게 되면 멈추어 서서 그 아기가 얼마나 예쁜지를 그 엄마에게 말할 뿐 아니라 아기를 쳐다보면서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기가 별로 예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고 만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들은 아기가 예쁘다는 말을 사람들로부터 듣는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사람들은 장애가 있는 아기를 보면 당황해 하면서 시선을 돌리거나 아니면 부모와 아이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사람들의 이러한 표정은 메시지를 담고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우리 존재에 대한 메시지를 사람들로부터 계속해서 받으며 산다.

발달장애인들은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하며 사는가?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와 가족, 교사, 기관의 종사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발달장애인들과 대화를 별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늘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바쁘기도 하지만 발달장애인들과는 해야 할 말이 별로 없다고 여기거나 또는 그들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수 있다.

4명의 발달장애 성인들과 함께 그룹홈에서 사는 A씨는 자신과 함께 사는 발달장애인들과 대화를 그리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고 한다. 아침시간은 그들을 출근준비 시키느라 늘 바쁘고 또 저녁시간은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A씨가 그룹홈의 장애인들과 하는 이야기는 장애인들이 낮동안 작업장에서 있었던 일과 점심메뉴, 그룹홈에서 먹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 그들이 주말에 자신들의 집에서 한 일 등이 전부라고 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A씨는 그룹홈에서 요크셔테리어 종의 반려견 ‘모모’를 키우고 있었다.

필자가 그룹홈을 방문했을 때 A씨는 필자와 이야기 하는 동안에도 모모를 계속 쓰다듬고 자주 사랑스럽게 쳐다보면서 모모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개인지에 대해 필자에게 말하였다.

A씨는 모모의 얼굴을 만지면서“‘아이, 예뻐라 우리 모모. 네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워.”라고 애정어린 대화를 모모와 하였다. 이런 대화를 통해 반려견 모모는 자신이 A씨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안다.

그룹홈의 장애인들과는 할 말이 별로 없다고 느꼈던 A씨는 자신의 반려견과는 오랫동안 사랑이 담긴 대화를 나누었다. A씨와 반려견 모모의 대화는 단순한 대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진정한 대화란 영혼 없는 질문들의 나열이 아닌 서로에 대해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과 애정이 전달되는 것이어야 한다.

사실, 이런 식의 대화가 A씨와 장애인들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럴 때 발달장애인들은 자신들이 A씨를 통해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즉, 그들은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발달장애인들은 살아가면서 이러한 일들이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면, 한 여성 혹은 한 남성으로서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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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진옥 칼럼니스트 정진옥블로그 (juliaj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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