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키즈 카페를 지인들과 함께 가게 되었다. 대관을 했기 때문에 지인들과 그 자녀밖에 없어서 모두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신나게 놀다가 한 시간이 지날 무렵, 하나 둘 우는 아이도 나타나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필자는 그때 아이들마다 대처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울면서 엄마한테 쫓아오는 아이, 따지듯이 상대에게 소리치는 아이, 말보다 행동부터 나오는 아이 등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다.

그렇게 울고, 놀고 하는 중에 한 여자 아이가 엄마에게 달려와 이렇게 말을 했다.

“트램펄린에 남자만 들어갈 수 있고 여자는 들어갈 수 없어요?”

상황인 즉, 남자아이들이 힘으로 밀어 붙이며 여자아이들을 트램펄린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그 중 화가 난 한 여자아이가 어른들에게 따지듯이 물으러 온 것이다.

어른들은 그렇지 않고 모두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알려주었다.

결국 모두 같은 공간에서 함께 뛰어놀던 중 두 번째 문제가 발생되었다.

어른들에게 고자질 했다는 이유로 남자아이들이 화가 난 것이다.

여자아이들이 제대로 뛰기도 어렵게 억지스러운 룰을 만들어 놓거나, 힘으로 트램펄린을 세게 타면서 여자아이들이 자꾸 넘어지게 만들었다.

여자아이들은 참고 또 참다가 남자아이들을 밀치며 ‘하지마~!’ 라고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아이들은 막무가내였고, 결국 여자아이들이 포기를 하며 서로 다른 공간에서 놀게 되었다.

차라리 따로 노는 게 잘 되었다고 어른들은 이야기 했지만, 여자아이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거절 할 때, 밀면서 ‘하지마~ ’라는 행동과 짜증스러운 감정만 전달한다면, 상대는 감정을 알아주기 보다는 놀리는 반응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함꼐 어울리는 아이들 ⓒ김지연

동화책 [사자와 호랑이와 곰, 이제 네 차례야!] 라는 이야기로 예를 들어보겠다.

사자와 호랑이, 곰은 친구사이이다.

어느 날, 사자는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심심하던 곰은 사자에게 달려가 “잡았다! 이제 네가 술래야!” 라고 말한다.

사자는 별로 반응하지 않으며 여전히 그림그리기에 매진한다.

잠시 후, 호랑이도 사자에게 달려가 “잡았다! 이제 네 차례야!” 라며 술래잡기를 유도한다.

귀찮아진 사자는 나뭇가지로 울타리를 치며 그림을 그리지만, 친구들은 또 다시 몰래 쫓아와서 방해를 한다. 그래서 사자는 장소를 옮겨 다니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방해받게 되자, 친구들의 행동에 화가 난 사자는

“제발 나 좀 내버려둬! 술래잡기 안할 거야! 그림 그릴 거라고!”

라며 소리를 지른다.

이 이야기에서 사자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지 않고 ‘저리가’ 라고 말한다. 구체적인 거절의 이유를 전달하기보다 도망 다니는 행동으로 거절의 표현을 하고 있다.

이런 행동은 친구들이 이해 할 수가 없다.

특히 장애 아동 친구들 중에는 도망가는 모습을 장난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친구가 있을 수 있다.

모두가 성향이 다르기 행동만으로 표현하는 경우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고, 도리어 다른 충동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사자와 친구들은 서로가 원하는 활동을 분명히 전달해야 했다.

그리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것을 도망이라는 행동으로 거절을 표현할 것이 아니라, 분명한 자기감정을 언어적으로도 전달하는 것이 좋다.

‘하기 싫다. 혹은 안할래.’ 가 아니라

‘왜 하기 싫은지, 왜 안하고 싶은지’ 말을 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지금 그림을 그리는 중이야.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다 그리고 나면 술래잡기 하자고 말할게.”

분명한 의견을 나타내는 것이 거절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으니, 자신감 있게 나의 생각을 전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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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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