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자폐증 인식 증진의 달, 영어로는 Autism Awareness Month라고 한다. 미국의 크고 작은 단체들에서는 4월을 맞이하여 파란색 리본을 달고 파란색 옷을 입고 파란색으로 불을 밝히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작년부터 나도 작은 선물을 만들어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이 메일과 함께 아는 지인들과 학교 친구들, 직장 동료들에게 선물하였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자폐증 인식의 달이라고 적힌 파란색 팔찌와 파란 색으로 포장된 초코렛을 넣고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달이라는 메세지를 담은 쪽지를 넣어 작은 선물을 만들고 새로 전학 온 학교의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 테라피스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학교가 끝나고 아이를 데리러 가자 담임 선생님이 다들 너무 좋아했다고 고맙다고 전해준다. 선물을 전해준 다음날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등교하자 반 아이들이 전부 돌아보고 하이 태린! 하고 딸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하고 아는 척을 한다.

아마도 반에 자폐증 아이가 전학 왔다는 것을 몰랐을 부모님들이 어제 내가 보낸 작은 선물을 보고 아이들에게 가르쳤으리라, 반에 누구누구는 자폐증이란 장애가 있단다.

내일 아침에 그애를 보면 너가 먼저 이름 부르고 인사해줘라 이렇게 했으리라,

정신없이 분주한 아침 시간에도 엄마 아빠, 혹은 선생님이 가르쳐준대로 우리 아이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 흔들고 이름 불러주는 아이들을 보니 밤늦게까지 선물을 포장해 나눈 보람이 느껴졌다.

요즘 세상에는 무슨 무슨 날이 참 많다. 한국에 살던 시절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발렌타인, 화이트 데이, 크리스마스 등등만 의미있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곳에 와서 사회 복지사로 일하다 보니 기억해 두었다가, 옷색깔 잘 맞춰입고 나가야 하는 날들이 무수하다(보통 이런 인식 증진의 날에는 정해진 색이 있고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그 색의 옷을 입곤 한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비롯, 유방암 인식 증진의 달, 아동 폭력 인식 증진의 달, 발달 장애인의 날, 다운 증후근 인식 증진의 날, 에이즈 인식 증진의 날, 암 인식 증신의 달 외에도 아는 지인을 통해 알게된 희귀한 선천적 신드룸인 모비우스 증후군의 날이 라는 것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날들을 기억하고 챙기지 않는 사람들로서는 대체 그런 거 하루 한다고 무슨 일이 생기겠어 라고 반문할수 있지만, 미국에서 모든 질병, 장애의 복지와 인권 증진의 첫 걸음은 무조건 사회적으로 인식을 높이는 노력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년전부터 시작된 이 자폐증 인식의 달, 4월 단 한달만에 오티즘 스픽이라는 미국의 가장 큰 자폐증 인권 단쳬는 무려 천만달러라는 도네이션을 받았고 5만명이 넘는 사람이 단체에 가입 신청을 하였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1만 8천개의 빌딩이 파란 불빛을 장식하였고 인식의 날인 4월 2일 하루동안 각종 소셜 미디어의 인기 검색어가 자폐증 인식 증진을 위해 파란불을 비추자(Light it up blue)였다고 하니, 이 한달의 캠패인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그 파급 효과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작년 1월, 현재 미국 대통령인 도날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여성의 날 시위가 열린 적이 있다. 전국적으로 몰려든 시위에 참가한 인원이 총 250만명,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인권 운동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거국적인 시위의 시작은 하와이 주에 사는 한 할머니가 한 소셜 미디어에 던진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런거 한번 어떨까 하고 끄적끄적 적은 아이디어가 입소문을 타고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빠르게 번져가 결국 역사를 만들었다.

아침에 우리 딸을 보고 손 흔들어준 꼬마들에게는 그저 1분도 안되는 짧은 순간이었겠지만, 아마도 그 꼬마들은 그 1분을 통해 아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보면 우리가 먼저 인사해줘야 한다는 것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짧은 순간이지만 그 아이들 중 몇명은 이 1분을 평생 기억해 줄지 모른다. 이렇게 천천히 아이들은 자폐증을 가진 친구들에게 벽을 쌓는 대신 다리를 짓는 법을 배워갈것이다.

하와이 할머니가 그저 끄적거려본 아이디어처럼, 이 꼬마들의 아침의 1분처럼, 어떤 날은 분홍색 티를 입고, 어떤 날은 또 보라색 티를 꺼내 입고 단 하루라도, 아니 단 10분이라도 이런 질병과 이런 장애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이런 질병을 예방하는지, 이런 장애와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면 무엇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지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그렇게 한발씩 나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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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니 칼럼리스트 현재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 도시가 속한 베어 카운티의 지적발달장애인 부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바다 수영과 써핑을 사랑하는 자폐증이 있는 딸과 한발 한발 서로의 세상을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바다 꼬마가 사람들의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는 게 인생의 목표이다. 이곳에서 체험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와, 바다 꼬마와의 서툴지만 매일이 배움과 감동인 여정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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