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링키지랩을 퇴사하게 된 과정에서의 최대 사건은 어이없는 일이지만 ‘발달장애인에게 맞는 직무로의 재배치’라는 문제에서 비롯된 일이다.

왜 논란이 되었냐면, 원래 배치된 업무에서 재배치를 받은 뒤, 재배치 이후 뒤늦게 ‘청각 과민’이라는 의학적 위험이 발견되면서 재배치된 업무에 철수한 영향으로 진행된 업무 2차 재배치 과정에서 퇴사를 결정해야 했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퇴사 이후 의학적 확인을 받은 결과, 필자 본인이 벨크로 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했을 때 나는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고 반응이 이상하였던 것도 ‘청각 과민’ 현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이 사실에 대한 의학 자문을 해준 본인의 주치의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 사례는 발달장애인에게 있어서 적합 직무라고 했던 직종에 대해서 정작 한 발달장애인의 직무 부적응 사례 중 하나이다. 사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발달장애인 적합 직종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발달장애인은 똑같지 않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장애유형이나 특성이 정형화되기 쉬운 다른 장애유형과 달리, 발달장애인은 그 ‘발달 수준’이나 실제 발휘될 수 있는 역량 차이가 각자마다도 크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전형적인 유형이라는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수 있다.

당장이라도 일반 기업 사원으로 취업해도 이상하지 않는 발달장애인이 있는데 반면, 정부의 장애인 고용 정책 개편안에서조차 ‘복지 대상’으로 분류되어야 할 수준의 발달장애인도 당연히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의 경우처럼 감각장애가 부수적으로 있다거나, 개인의 성격이나 성장 등 사회적 환경에 대한 문제까지 감안하게 될 경우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적합 직종이 과연 진짜로 적합 직종이라고 할 수 있는 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필자가 링키지랩 퇴사 배경에 있었던 직무로 발령받은 원인도 ‘발달장애인 적합 직무’로의 발령이라는 명목에서 그랬다.

문제는 발달장애인 사원들의 역량도 천차만별이라 음성 데이터 처리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설계된 직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리 결과에 있어 일부 직원은 오류 발생 비율이 다른 직원에 비해서 꽤 높았다는 사실을 필자는 기억하고 있다.

참고로 필자의 경우에는 초반부에는 높았지만, 업무 철수 즈음에 가서는 청각 과민을 확인받은 대신 업무의 성과가 나름 있어서 오류 발생비율을 최소화하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사실 발달장애인 적합 직무라고 알려진 직종이라고 알려진 직종도 사실은 엄격하게 말하면 적합하지 않은 발달장애인도 있다. 가령 제과제빵 업종의 경우 위생관념이 매우 중요한 업무 특성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위생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는 제과제빵 업종 진입을 진지하게 재고해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사무행정지원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고학력인 발달장애인에게만 적합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사무행정 용어, 절차 개념의 이해, 엑셀 등 사무자동화(이른바 OA) 사용의 빈번함 등의 특성을 감안하였을 경우 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경우는 고학력 발달장애인(대체로 대학 졸업 이상)이나 발달행정보조사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적합 직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대인접촉이 많은 바리스타 직종 같은 경우에는 대인 접촉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거나, 의사소통 실력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고, 포장/조립 직무도 소근육 발달, 즉 손사용이 능숙해야 가능한 직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발달장애인 적합 직종으로 알려진 직종들에게는 천차만별의 차이가 있고, 당사자의 역량은 ‘똑같이 다르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모두에게 적합한 직종이라는 신화에는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최근에 프로스포츠계에서 두 가지 큰 업적을 이뤄낸 일이 있었다. 둘 다 자폐성장애인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당사자 선수가 메이저리그 야구 구단과 계약한 사례(단,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것은 아니고 마이너리그 계약이다.)가 있었고, 한국에는 남자 프로 골프에서 당사자 선수가 처음으로 컷 오프(골프 용어로 일종의 본선 참가 제한선 규정)를 통과한 사례가 있었다.

프로스포츠를 예로 들었지만, 발달장애인들은 이제 비발달장애인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발달장애인 적합 직무라는 갇힌 틀의 사고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의 역량 발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진정 발달장애인의 ‘직업 재활’이라는 분야의 과제는 직무의 다양성 개발에 달려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이제 발달장애인에게 포장, 조립,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 경영학 용어로 표현하면 경쟁자가 많은 ‘레드오션’ 일자리 위주의 직무 정책에서 벗어나 개척 가능성이 풍부한 ‘블루오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직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중간 개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존 분야에서 작은 개척 가능성이 있는 제3의 길인 ‘퍼플오션’ 개념의 접근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발달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선물해야 하는 시점이다. 발달장애인에게 모두 적합한 직무는 개인의 차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직업 분야는 더욱 더 다양해져야 할 필요가 있고, 그래야 할 것이다.

이제 냉정히 말해서 발달장애인이 제한된 직무 분야에서 일 하는 것이 뉴스거리가 되는 시대는 끝나야 맞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분야에서도 활동하거나, 비장애인들의 영역에도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발달장애인들은 이제 비장애인의 영역에도 도전할 수 있는 사례도 최근 발견되고 있다. 단지,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력이 없거나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발달장애인 적합 직무는 사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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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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